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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찰스 Jul 24. 2016

이름이 하나 있었다

이별 편

- 이름이 하나 있었다 -


당신이 사라진 후 세상은 지루하고 불안하게 흘러갔다. 오늘은 어제와 같았으며 내일은 오늘보다 나쁘지만 않으면 다행이라고, 현자들은 말했다.

- 황경신, 『국경의 도서관』중.


밝은 이름 하나를 사랑했다. 그 이름을 부를 수 있음이 행복했다. 그리하여 나만 부르고 싶던 이름이 하나 있었다. 아끼고 아껴 나만 쓰고 읽을 이름이어야 했다.


행복에 빠져 버둥거리던 내가 그 이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마음을 적어주는 일뿐이었다. 내 가진 재주가 그뿐이었기 때문이요, 어느 값진 것 하나 쥐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마음에 사랑이 고여 한 바가지 퍼낼 수 있을 때마다 한 톨 남김없이 건져 그 이름에 쏟아주었다.


이 과정 어딘가에 구멍이 생겼을까. 내가 퍼주던 사랑이 그 이름에는 온전히 담기지 않았나 보다. 그게 아니라면, 고작 사랑 따위를 전하여 채울 수 있는 이름이 아니었거나.


왜 그랬을까. 혹은 내가 쏟아주던 사랑은 어디로 새어나간 걸까. 빠르기만 하던 시간이 문득 걸음을 멈춘 까닭에, 그리하여 느릿느릿 지나던 마흔네 번째 밤 중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질문을 허공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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