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편
- 어쩌면, 사랑 -
아름다운 오월에, 꽃들이 모두 피어날 때, 나의 마음속에도 사랑의 꽃이 피어났네, 아름다운 오월에, 새들이 모두 노래할 때, 나도 그 사람에게 고백했네, 초조한 마음과 소원을.
- 슈만의 가곡 「시인의 사랑」 중 제1곡 「아름다운 오월에」를 인용한
황경신, 『아마도 아스파라거스』중에서 인용.
내 시선은 네 볼 어디쯤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나온 말은 좋아해. 였다.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 내가 너를 좋아해. 네가 좋아하는 건 나밖에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말도 이어진다.
여자는 놀란 눈치다. 이 남자의 말을 어떻게 받아야 할까. 당황스럽다. 이 남자는 진심인가. 하는 생각이 차례로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비록 술 기운이 남아있긴 하지만 남자의 진심을 의심해볼 정신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마뜩잖게 나간 자리에서 만난 사람이 당신이었고, 나는 일반적인 사람이었으나 당신은 나를 특별하게 다뤄주었다고, 그러니 나는 당신을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여자는 반쯤 차린 정신으로 의심을 거둔다. 생각해볼 것들이 남아있었지만 이 순간 전해지는 남자의 말이 너무할 정도로 따뜻하다. 다음은 대답을 해줄 차례였지만, 그의 품에 들어가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뜨거운 여름이지만,
살랑이는 가을이거나,
무언가 움트는 봄이다.
어쩌면,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