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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찰스 Jul 28. 2016

달의 이야기 : 또 한 번 사랑

사랑 편

달의 이야기 : 또 한 번 사랑


그가 나의 눈을 보았고 나는 그의 눈을 보았다. 이제 막 무엇인가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아니 어쩌면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시작된 무엇인가가 이제 막 우리의 손에 쥐어졌다는 것을, 우리 둘 다 느끼고 있었다.
- 황경신, 『아마도 아스파라거스』중.

달은 왼쪽이 비어있어야 초승달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올라, 차오르는 달이 되고 곧 상현달이 되고 마침내 보름달이 된다. 오늘은 달이 꼭 하루만큼 비어있는,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기다리는 달이다. 그러니까 이제 하루만 기다리면, 저 달은 빈틈없이 꽉 차 둥글게 빛날 것이다.


내일 저 달이 전부 차오르면, 나는 거기에 라임을 올려두기로 했다. 세상이 너무 어둡지 않게, 그러면서 너무 밝지도 않게, 한 달에 꼭 두 번만 제 모습 보여주는 보름달 위로 라임을 올려둘 것이다.


온통 어둠뿐인 곳에 떠올라 노란 빛을 흩뿌리는 모습이. 어쩐지 닮았다고 생각해서. 라임도 그랬다. 놀랄 만큼 갑작스럽게 내 앞으로 떠올라 달빛처럼 노란 미소를 던져주었다. 라임은 보름을 꼭 닮은 사람이었다.


저 달 위로 라임을 올려두는 작업이 끝나면, 이번엔 지상에 남아있는 라임에게 전화를 걸 차례다. 그다음엔 라임과 함께 그녀가 올려져 있는 달을 보며, 천천히 설명할 테다. 내게 보이는 라임의 모습이 얼마나 따뜻한지. 얼마나 예쁜 빛인지. 내가 그 빛에 담겨 있음이 기뻐, 얼마나 춤을 추고 싶은지.


그때에 라임은 그저 들어줬으면 좋겠다. 잔뜩 신이 난 채로 자신을 설명하고 있는 나의 목소리를.  누군가에게 받았던 상처 같은 건 이제 별 것도 아니었다는 듯 까맣게 잊고, 자신을 노래하고 있는 나의 목소리를.


그러니까, 또 한 번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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