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편
- 순간에 진심이 있다 -
진심은 순간에 있다. 그 후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으므로,
라는 것이 지금의 나의 진심.
- 황경신, 『밤 열한 시』
순간에 진심이 있다고 말했지. 내가.
너를 좋아한다 말하던 그 순간에.
마침 그 말이 생각 났는지
순간에 진심이 있다고 말했어. 네가.
나를 놓치기 직전 그 순간에.
내가 떠나려던 때에 들었던 두려움이
그 순간 네가 가진 진심이었다면
나를 기만하고 배신하던 순간에
자유로웠던 네 마음 역시 진심이었겠지.
너와 나의 순간은 이토록 다르게 흘러왔으니
우리가 진실로 함께였던 적은 없었던 거야
그러니 새삼 아쉬울 것도 없지만
인사나 하려고.
고마웠어. 쉼표. 가짜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