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찰스 Aug 01. 2016

궤도를 이탈한 행성처럼

사랑 편

- 궤도를 이탈한 행성처럼 -


나는 아직도 살아 있고, 기어이 살아 있고, 황홀하게 살아 있고, 봄날의 속살처럼 연약하게 살아 있으니, 우리는 사랑을 하자.
- 황경신, 『밤 열한 시』중.


몇 겹의 어둠이 쌓여

별빛 한 줌 새어 나오지 않던 밤에

너는 궤도를 이탈한 행성처럼

내게 쏟아졌다


네 중력에 이끌려 다가서자

흐르던 풍경은 멎고

너는 물감처럼 나를 적시며

진하게 또 깊숙하게 번져간다


그리하여 나의 우주는

모두 네 것이 되었다가

너 하나로 남았다가

기어이 너를 향해 침몰하고


나는 오직 너의 위성이 되어

너를 맴돌고

너를 사랑하고

황홀하게 사랑하고





매거진의 이전글 순간에 진심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