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편
- 마침내 당신이어라 -
설명하지 않아도 나의 마음을 읽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거야. 봐, 이 자리에 있는 그 어떤 여자보다 빛나고 있잖아. 나를 향해 한 점의 불안도 없이 짓는 저 미소를 봐.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 황경신, 『아마도 아스파라거스』중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는 다른 세계로 이어졌어요. 당신이 앉아있는 세계 속으로. 닫힌 귀로 들어오는 모든 소리들이 아름다워졌어요. 탁한 눈으로 들어오는 모든 빛과 어둠이 아름다워졌습니다. 그러던 중에 당신이 미소를 지었으니 심장이 멈칫거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을 거예요.
얼마 정도 될까요. 일생에 이런 미소를 마주할 수 있는 확률은. 곱디 고운 흙을 구해 천 년도 넘는 시간을 들여 빚어내야만 나올 수 있는 미소였어요. 당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보고 지어주던 첫 미소는, 꼭 그 정도였어요. 어쩌면 나는 그 미소를 한 번 마주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로가 보이지 않던 곳에서, 서로의 존재를 모르던 그 순간부터, 이미 사랑이 시작되었던 거죠. 나는 당신의 깊은 곳에서부터 새어 나오던 숨이라거나 아득히 먼 곳으로부터 흘러나오던 목소리라거나 그때의 그 풍경들을 수만 개의 퍼즐로 조각낸다 하더라도, 한 치의 틀림도 없이 단숨에 끼워 맞출 수 있을 거예요. 어둠 속에서 시들 거리던 내 마음은 삶의 순간마다 당신을 그려왔을 테니까.
수만 년 전 목성에서 출발한 사랑이 내 곁으로 떨어지기까지 나는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왔어요. 그리고 이제서야 도착한 당신이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사람일 거란 확신이 들어요. 너울대는 꿈결에서 보았던 당신이, 점점 더 또렷해지고 있으니까. 얼떨떨한 순간에 나타났지만, 결국 서로를 알아보았으니까. 그러니 나의 말들을 의심하지 말아주세요. 내가 기다린 사람, 맞아요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