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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찰스 Aug 16. 2016

지울 수 있을까, 나는, 당신을.

이별 편

- 지울 수 있을까, 나는, 당신을 -


너무 긴 이별이다. 그날 이후 소문으로조차 너의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이 이별은 영원히 계속되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 질문에 답해줄 유일한 사람은 나를 떠났고, 이제 더욱 깊어진 외로움만 오래된 친구처럼 내 곁을 지키고 있다.
- 황경신, 『국경의 도서관』중.


그 간 우리의 모든 이야기는 꿈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거기에서조차 당신은 아프고 아팠다. 그러나 달았다. 당신은 흐릿한 형상으로 나타났지만 나는 선명하게 당신을 알아보았고, 그렇게나마 이어지는 우리의 이야기가 꿀처럼 달고 반가웠다.


코 앞에 있는 당신의 얼굴이 흐릿해 보인 건 현재의 당신을 알 수 없기 때문이겠다. 그리하여 당신의 뒷모습은 기억 속 그대로였으나, 바로 앞 당신의 표정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으리라. 그럼에도 나는 알 수 있었다. 내 꿈이어서 순전히 나의 희망이 반영된 탓이겠지만, 그 간의 당신은 나를 그리워했더라. 현실에서는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던 당신이, 꿈에서는 내가 당신을 그리던 것보다 더 나를 그리워했더라.

   

나는 곧 그곳이 꿈속 임을 알아챘는데, 그곳에서의 우리 이야기는 통 멈출 줄 몰랐다. 당신은 언제나처럼 사랑스러웠고 언제나처럼 향기로웠다. 긴 머리를 잘라내 전보다 산뜻하고 발랄해 보이던 당신은 내 기억보다 더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 내 눈에 담아주었다. 어디를 보아도 행복한 풍경이었지만, 그럴수록 나는 울음이 터져올라 꿈에서 깨어나길 간절히 기다리고 기다렸다.


여덟 시 사십팔 분. 지독히 아픈 아침이었다. 눈을 떠보니 당신의 흔적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있다. 당신과의 이별 후에 내가 없앴다. 남김없이. 후회가 해일처럼 밀려와 머리를 감싸 쥐고 소리를 질러야만 했다. 당신을 담았던 모든 것들을 어떻게 지우고, 부수고, 태우고, 버렸을까. 이토록 절망적인 아침이라니.


결국 어제처럼 하찮고 같잖은 글자들을 나열하며, 오늘은 이렇게 그리웠다. 말하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당신께 전화를 걸어, 보고 싶어. 네 글자를 말하는 일이 너무도 어려워, 갖가지 수식어를 거추장스럽게 달아가며 오늘도 이렇게 보고 싶었다고 적는다. 나는 아직도 한심하고, 미련하고, 추하다.


오늘 같은 날은 하루가 온통 당신으로 채워져 조금은 많이 아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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