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가 바뀌게 되면서, 이사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조금이라도 출퇴근 시간을 줄여보고자 함이다. 나는 이사하는 것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다. 아마도 살면서 그렇게까지 자주 이사를 하지는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사는 분명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므로, 자라오면서 이사를 자주 해야 했다면, 아마도 이사를 싫어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사는 삶에 변화를 만들고, 새로운 것들을 불러오기 때문에 가끔 이사를 하는 일은 꽤 싫지 않은 것 같다. 이건 아마도 선천적으로 불안을 잔뜩 내포하고 있는 나의 성향 때문일지도 모른다. 불안은 나로 하여금 어떤 상태에 안정적으로 오래 머무르는 것을 불안정하게 느끼게 한다. 불안 때문에 나는 새로운 일을 자꾸 벌리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곤 했다. 아마 이사를 기꺼이 여기는 마음의 배후에도 불안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이사를 통해 서울에서 벗어나, 성남시로 간다. 성남은 물론이고 경기도에 살게 되는 것도 처음이다. 경상도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성인이 된 이후에 많은 시간을 서울에서 보냈다. 경기도는 경상도와 서울을 오가는 길에 많이 지나다녔지만, 나에게는 단지 지나다니는 길 중 한 지점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삶이 영위되는 공간이 된다. 지난주 이사 갈 집을 보러 가면서, 내가 살게 될 동네를 처음 가보았다. 꽤 잘 정비되어 있으면서도 자연과도 가깝고, 맞닿은 번화가도 규모가 커서 여러모로 좋은 느낌을 받았다. 직접 살아보면 다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첫인상만큼은 합격이었다. 이제 이삿날까지 두 달 남짓의 시간이 남았다. 그동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고, 전세 대출을 실행해야 한다. 지금 집은 내 생각에 꽤 좋은 조건의 집이지만,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번에도 잠깐 지금 집을 내놓았다가 취소하고 계속 살기로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두 사람 정도가 집을 보러 왔지만 계약은 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은 어떤 집을 구했을까? 그것도 갑자기 궁금해진다. 어쨌든 새로운 세입자를 구한 뒤에도 입주일, 퇴거일을 조정하고, 전세금을 무사히 돌려받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 과정의 어느 한 지점에만 문제가 생겨도, 전체 일이 흘러가는데 지장이 생긴다. 여러 걸림돌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모든 일들이 물 흐르듯 잘 해결되길 바란다.
나는 이사 전까지의 시간 동안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 예를 들면 양재천을 자전거로 달리는 일이다. 바람을 가르며, 얼마 전 바퀴에 바람을 넣은 자전거를 타고 부드럽게 나아가는 일. 밤의 공기는 적당히 따뜻하고,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성남의 탄천에도 또 다른 매력이 있겠지만, 양재천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가까이 있을 때, 양재천의 좋은 풍경들을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