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말하려고 하면 말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막연하다. 음악에 대해 입을 뗀 이유는, 어제 새로 스피커를 사고 배송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스피커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다가, 스피커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배송 후 언젠가로 미루기로 했다. 좋은 스피커를 사는 이유는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함이므로, 오늘은 음악에 대해 생각나는 것들을 써보려고 한다.
나는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 음악을 들으면 능률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가끔 음악이 집중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사가 없고 적당한 비트가 깔린 음악은 일이나 공부에 수반되는 정신적 불편함을 상당 부분 경감시켜서, 그 일들을 지속하는데 도움을 준다. 음악은 어떻게 이런 힘을 발휘하는 것일까? 나름대로 생각해 본 가설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정신은 눈앞에 놓인 지루한 일을 처리하는 "영역" 이외의, 다른 "영역"을 돌아다니고 싶어 한다. 우리의 정신은 하나의 영역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음악은 상당한 영역을 채워버림으로써, 우리의 정신이 돌아다닐 수 있는 영역을 제한한다. 그래서 우리의 정신은, 운신의 영역이 축소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따분한 일에도 계속 관심을 둘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나의 가설이다. 음악이 우리 정신이 돌아다닐 수 있는 영역을 축소시키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의 경우 그리 나쁜 일인 것 같지는 않다. 정신은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걱정을 오가며 끊임없이 갈망과 혐오를 일으키곤 한다. 그런 가능성을 음악이 대체해 버린다면, 오히려 좋은 일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에 음악은 현재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 관점에서 음악을 듣는 것은 명상과 비슷한 점이 있다. 명상 또한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다만 명상은 외부 자극이 아니라 나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집중하는 것인 반면, 음악은 외부 자극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음악을 쉬지 않고 계속 듣다 보면 피로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 아무리 일시적으로 유쾌한 외부 자극이라도, 오래 지속되면 불쾌함으로 바뀌곤 한다. 다양한 외부 자극과, 나의 내부가 잘 조화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이 분명 삶에서 꽤나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