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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좋아 - Red Garland's Piano

소파에 누워서 듣는 음악 (1)

by 여립


다운로드.jpeg Red Galrand's Piano. 1957

누구든 그렇겠지만 나에게도 음악에 있어 호불호라는 것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재즈라는 장르 안에서도 비교적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음악들이 있었다. 전자에 해당하는 음악들의 특성을 경험적으로 떠올려보자면, "너무 시끄럽지 않은" 음악이다. 여기서 "시끄럽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데시벨 소리가 크다는 뜻이다. 관악기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고, 강렬한 드럼이 공기를 장악하는 음악들은, 이따금 훌륭하게 여겨지지만 오래 귀 기울여 듣기는 어려웠다. 아무래도 이런 음악들의 힘찬 기운이 나에게는 일종의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 같다.

누가 들어도 시끄러운 음악들을 제외하고 나면, 피아노,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재즈 트리오의 곡들을 많이 듣는 편이다. 그리고 재즈 트리오 앨범 중, 재즈 피아니스트인 Red Garland의 <Red Garland's Piano> 앨범을 자주 듣는다. 이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앨범 커버의 강렬한 빨간색처럼 만만치 않은 힘이 뒷받침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어떤 음악을 떠올리면, 그 음악이 어울리는 상황이 떠오를 때가 많다. 예를 들어 Bill Evans Trio의 <Waltz For Debby>, 또는 Keith Jarrett의 <The Melody At Night, With You>와 같은 앨범은 해가 지기 전에는 좀처럼 듣지 않는다. 하지만 <Red Garland's Piano>는 비교적 어떤 시간에 들어도 크게 위화감이 없다는 점에서 나에겐 꽤 신기한 앨범이다. 포근함과 그 대척점에 있는 만만찮은 힘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밀고 당기는 것, 그것이 이 앨범으로 하여금 어떠한 시간에도 녹아들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Red Garland는 미군에 입대하여 복무하던 중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아마추어 복서로서도 활동했다. 비록 패배하기는 했지만 월드 챔피언을 5번이나 차지한 복서와 겨루기도 했다. 그는 링 위에서 상대에게 잽을 날리는 것과 비슷한 마음으로 피아노를 쳤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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