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난 후, 용돈도 벌 겸 택배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딱 하루 한 적이 있다. 밤새 일하는 야간 아르바이트였다. 아마 친구가 소개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혼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내가 살던 지역의 시외버스 터미널 주변의 어딘가가, 그 아르바이트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였다. 하지만 그곳에 온 사람들 모두가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 선착순으로 잘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버스에 오르지 못하고 뒤돌아선 사람들도 꽤 많았다. 나는 버스에 오른 쪽이었다. 버스에 오르는 순간에는 아마 운이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버스는 약 한 시간을 달려 옥천에 있는 물류 센터에 도착했다. 도착 시간은 아마 저녁 7시나 8시쯤 되었을 것이다. 나는 처음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몸이 그렇게 튼튼해 보이지 않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택배 상하차가 아닌 택배 상자를 분류하는 일을 배정받았다. 큰 줄기의 컨베이어벨트에서 크고 작은 택배 상자들이 끝없이 밀려온다. 그중에서 특정 코드가 적힌 상자들만 골라내서, 분기되는 컨베이어 벨트로 옮긴다. 이를테면 강의 주류와 지류가 갈라지는 지점에 서서, 주류에서 떠 밀려오는 물체를 지류로 흐르도록 옮기는 일이다. 일의 절대적인 난이도는 결코 높지 않다. 그저 짧은 코드를 외우고, 그 코드가 붙어있는 택배 상자를 스르륵 밀어서 다른 컨베이어 벨트로 흐르도록 옮겨주기만 하면 된다. 한 자리에 서서 일하면 되고, 다른 사람과 협동해야 하는 일도 아니다. 처음에는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일을 밤새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수 시간을 컨베이어 벨트를 계속해서 보고 있다 보면 컨베이어 벨트는 가만히 있고, 컨베이어 벨트의 배경이 움직이는 듯한 환각에 빠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너무 어지러워서, 휘청거리기도 했다. 그로 인해 택배 상자를 제대로 골라내지 못했을 때, 어떤 아저씨가 멀리서 나에게 큰 소리로 욕지거리를 했다. 나는 그 아저씨가 어떤 종류의 욕을 했는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할 수가 있다. 쉬는 시간은 2시간에 한 번씩, 5분 정도 주어졌다. 늦지 않기 위해 뛰어서 화장실에 다녀오면 시간이 다 되어서, 잠깐 어딘가에 앉을 틈도 없이 일을 해야 했다. 게다가 그때는 한겨울이었다. 물류 창고는 완전히 닫혀있지 않았고, 난방 시설도 당연히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입으로 호 하고 불면 입김이 담배 연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10시간 정도를 그렇게 일한 대가로, 아침에 주황색 봉투를 하나 받았다. 봉투를 슬쩍 보니, 주황색 두 장과 초록색 한 장이 있었다. 나는 그것이 5만 원짜리 2장과 만 원짜리 1장이라고 생각했다. 택배 일은 그 당시에도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돈을 많이 준다고 소문이 나 있었고, 실제로도 굉장히 힘들었으니 그 정도는 받았겠거니 생각했던 것이다. 집에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11만 원은 밤새 내가 겪은 일들을 정당화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집에 가서 봉투를 제대로 확인했을 때, 주황색 두 장 중 하나가 5천 원 짜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밤새 앉지도 못하고, 벌벌 떨면서, 휘청거리면서, 쌍욕을 들어가면서 버틴 후, 11만 원을 받은 줄 알고 있다가 6만 5천 원을 받은 심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마 그것은 언어로 표현하자면 허탈감, 분노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그 후 나는 대학에 가서 몇 년간 공부하고, 졸업 후 회사에 취업했다. 인터넷에서 미국 주식에 투자해서 빠르게 돈을 모은 어떤 청년의 글을 읽고, 월급으로 그 사람이 산 주식을 따라 샀다. 미국장이 열리는 밤 동안 자산은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했다. 투자하기 시작한 시점이 운 좋게도 상승장이어서, 아침에 일어나 증권사 앱을 확인하면 주식 가격이 올라 있는 때가 많았다. 자산이 밤 사이에 몇 십만 원이 올라 있었던 아침에 나는 종종 10년 전의 그 새벽을 생각하곤 했다. 그럴 때면 잠깐의 기쁨 위에 그날의 감정들이 겹쳐지며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 것이 맞나?" 또는 "그렇게 돈 버는 것이 어려운 것이 맞았나?"와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스쳐갔을 것이다. 어쩌면 그 두 질문은, 독립적인 질문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질문일 수도 있다. 즉, 쉽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기에, 누군가는 어렵게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 지도 어렵지만, 정한다고 해도 그 질문에 답하기는 아마도 더 어려울 것이다. 하나 분명한 것은 돈은 고통받지 않지만, 사람은 모진 환경에서 일하면 고통받는다는 것이다. 돈이 사람보다 돈을 더 잘 버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사람을 고통받지 않는 돈처럼만 생각하지는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