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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바로가 Dec 04. 2024

로나 박의 "차마"

영원한 헤어짐이 있을까?

차마 / 로나 박


달마저 그늘지고 대나무 바람치며

오뉴월 예쁜 꽃도 이슬로 가득한데

어떻게 그렇게 쉬이 없는 듯이 잊겠소


시에서 달도 그늘지고 대나무에도 바람이 부는 날을 묘사합니다. 밝아야 할 달이 그늘지니 밤이 더 어두울 것이고 대나무밭에 바람이 치니 스산하고 유독 추운 날이 되겠지요. 그런 어둡고 추운 마음으로 오뉴월 예쁜 꽃을 본다한 들 미소가 나오겠습니까? 날씨도 완만하고 따뜻하게 좋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슬이 생겼는지 화자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 꽃잎과 꽃밥에 이슬이 그득합니다.

  꽃에게, 식물에게 무서운 것은 이 이슬이 다 마르지 않고 햇빛을 쐬는 것입니다. 이슬이 있는 채로 햇빛을 쐬이면 돋보기의 작용에 의해 자칫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꽃잎도 연약하고 꽃밥은 다음 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식물의 자원인데 그들조차 이슬로 덮혀 생사가 위태롭습니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 연출이 되고 있습니다.

  달, 대나무, 꽃으로 표현된 어두운 밤, 스스한 서늘함, 위태로운 상황으로 묘사된 마음은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지막 행으로 종지부를 찍습니다. "들어온 자리는 몰라도 나간 자리는 표난다"라는 어르신들의 말처럼 어느새인가 내 마음에 들어온 사람이 떠나가는 것은 우리 인생에서 큰 사건인 셈입니다. 그러니 떠났어도 마음에서 강한 울림으로 그 사람의 존재를 기억하는 것은 그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숙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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