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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한끼의 의식

by 박바로가

차가운 회색건물 밑 검은 가로등에 앉은

배고픈 비둘기의 눈에 들어온 것은

가족의 화목한 식탁

친구들의 회포를 푸는 술자리



가족이 모이기까지

친구가 함께하기까지

무심히 해와 달이 여러 번 교차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마음을 다치고 아파했던가



그러니

한 끼를 함께 한다는 소박한 마음이

우리에게는 의미 있는 성찬이자

괴로운 마음과 외로운 영혼의 위안의 의식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이 나눠 주신 빵부터

어머니가 무쇠 가마솥에서 꺼내신 누룽지까지

정으로 덮이지 않은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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