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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윤 시인의 “말도 해당화”

마음을 헤짚는 슬픔과 공허함

by 박바로가

말도 해당화


새떼마저 외로워하는 고군산끝

섬마을 가시넝쿨 시침하며 처방전

내리는데 고요를 밀고 당기는 파도소리

껴안고 망둥이 경거망동

아량으로 보듬어서 소라나팔 햇살담아

달빛에 버무린 밤 하늘 끝 별자리

수놓으며 수평선을 재운다.


고군산 끝에 있는 섬이라 말도라고 불리우는 섬. 그 섬에 핀 해당화. 궁녀로 뽑혀 간 누이를 기다리다가 꽃이 된 해당화의 전설을 안다면 말도 해당화역시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라고 우리는 추측할 수 있다.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 무도, 말도 등이 있는 고군산군도에는 지나가는 새떼들과 터줏대감 새떼들이 조우하는 곳이다. 이렇게 왁자지껄한 새 떼들도 조용해지는 곳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말도라고 시적화자는 말한다.

왜 이 새들이 조용히 외로워지는 곳이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가시넝쿨이 섬 주변을 시침질 하듯 빙 둘러 에워싼 말도에서 그리움으로 한이 맺힌 주인공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요 속을 오가는 파도소리에 몸을 맡기고 그 고요함에 몸서리칠 정도로 외롭고 외롭다. 그는 물때를 만난 망둥이 마냥 외로운 때를 만나 마음이 요동친다.

그 얼마나 마음 에이는 밤낮이었을까? 사랑하는 이가 떠나고 얼마나 견딜 수 없는 밤낮이었을까? 얼마나 많이 벙어리처럼 가슴앓이하며 바닷가를 맴돌았을까? 그는 얼마나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해변가를 오고 가며 눈물을 흘렸을까?

그 마음의 에너지는 섬, 바다, 자신이 있는 곳을 꽉 채운다. 그는 외로움으로 낮에 소라나팔에 햇살도 담아보고, 밤에 달빛을 맞으며 섬 주변의 별 자리를 일일이 세어 본다. 그는 그러기를 수십번 했을 것이다. 그것도 그 많은 별들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아마 우리는 몰라도 적어도 말도에 있는 새떼들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얼마나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했는지를 말이다. 그가 얼마나 그리움 속에서 정처없이 헤매였는지도 말이다. 새떼들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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