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자연물에서 힘을 얻는다
울지말고 꽃을 보라
정호승
오랜 기다림과 사랑의 흔적을
성실하게 충실하게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게 제일이야
그러다 보면은 자연히
삶의 보람도 느낀단다.
절망할 필요없다 또 다른 꿈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지 안은가
꽃도 그대도 바람에 온 몸을
내 맡겨야 꺾이지 않는다.
살을 에는 겨울바람 이겨낸 후에야
향기로운 꽃을 피운단다.
널 사랑하기 위해 이 꽃은 피었다.
너도 누군가의 꽃과 별이 되라.
장미는 장비로 바위는 바위로
저리 버티고 있지 않나.
인생을 살다보면 여러가지 자질구레한 일들이 생겨난다. 그 일에 마음이 쓰일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고 괴로워할 수도 있다. 어느 누구도 세파에 지친 나에게 조언을 일일히 해주지도 못한다. 상황상황 처한 일들이 남과 나와 다르고, 설령 조언을 해준다고 해도 나의 상황을 십분 이해하지 못한 남들이 조언하는 말 내용이 되려 나에게 상처로 다가올 수도 있고 내 스스로 고치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 합리화의 늪에 빠져버릴 수도 있다.
이렇게 인생에서 무엇인가 빠진 것을 스스로 채워넣을 수 있으려면 자기 자신에서 한발자국 떨어져 관조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 자연의 한 귀퉁이에 앉아 자연물을 바라다 보면 의외로 우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삶에 지쳤을 때 그 동안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아파했던 삶의 흔적을 "있는 그대로" 안아준다. 거부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여태까지 애써온 자신을 보듬어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을 스스로 긍정하기 때문에 여태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긍정하게 되고 정호승 시인이 말한 1연의 내용처럼 스스로 삶의 보람도 느끼게 되는 것이다.
2연에서 정호승 시인은 우리에게 우리가 꿈꾸는 또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고 의지하면서 꿈을 향해 자신을 정진하며 나아가는 것이 마치 꽃이 바람에 온 몸을 맡기며 부딪히면서도 꺾이지 않는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어찌보면 바람을 부는대로 몸을 맡기며 바람이 동쪽에서 불면 동쪽으로 눞고 서쪽에서 불면 서쪽으로 눞고 이렇게 바람부는대로 누워가며 몸이 휠 망정 꺽이지는 말라고 충고한다.
3연에서 시인은 이렇게 바람과 추위를 맞으며 자란 꽃은 오히려 그런 힘든 상황이 지난 후 향기로운 꽃으로 다시 태어남을 설명한다. 꽃이 꽃으로 아름다운 것은 단지 아름다움에만 있지 않고 힘든 겨울을 버텨냄에 있다고 표현한다. 분명 꽃에게는 힘들고 힘겨운 겨울이었으리라. 그러나 겨울에 찬바람을 맞고 눈보라를 맞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삶의 고단함이 봄바람이 불었을 때 꽃의 향기로 툭 터지는 것이다.
그리고 4연에서는 이렇게 자연의 꽃에서 받은 위로로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주라고 조언한다. 힘든 세월과 어려움을 이기고 나서 자신의 노력으로 자신을 가꿔왔음을 자랑하기 보다는 자신이 힘들었던 만큼 그 과정을 기억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희망이 될 수 있는 꽃과 별이 되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가구리가 올챙이적 생각을 못한다"라는 말처럼 무엇인가 힘들었던 일을 극복했던 사람은 자신의 어려웠던 옛과거를 잊고 다른 사람에게 "너는 그것도 못이겨내냐"라고 책하고 힐난하기 보다는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당신도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라고 다독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마지막 5연에서는 다시 자연물인 장미와 바위로 시선을 옮기면서 장미는 장미대로 바위는 바위대로 "있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모습을 다하고 있음을, 본분을 다 해내고 있음을 강조한다. 시인은 그렇게 "저리 버티고 있"으면서 군말없이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채우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주목하면서, 그 험난한 자연속에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우리 역시도 관조하며 삶의 역경속에서도 보람을 얻는 우리의 모습과 그들의 자연의 삶을 겹쳐보이게 여운을 주며 마무리한다.
가끔 진지한 삶으로부터 도망치거나 실껏 울고 싶을 때가 있다. 혹은 너무나 잘 나가서 교만해지는 때도 있다. 그러나 어느 그 한순간에도 아직 삶은 끝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자연 속에서 위로도 얻고 자연속에서 자신을 다스리면서 자연의 순리를 관찰하고 그 순리를 묵상하면서 좀 더 성숙한 자신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자연이 주는 작은 교훈은 그냥 교훈이 아닌 삶을 담은 교훈이기에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더욱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작은 것을 지나치지 않고 그 작음에서 우주를 보고 순리를 알아내고 지켜나가는 작은 긍정은 내안에서 큰 파장으로 다가온다.
#장미처럼 #바위처럼 #흔들리지않고크는꽃이있으랴 #정호승시인 #울지말고꽃을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