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동하는 봄 이야기
입춘
청매화 마른 가지 꽃망울
움틀
얼음 깬 잔뿌리 끄터리
꿈틀
덜 깬 개구리 뒷다리
근질근질
시집 '날더러 숲처럼 살라하네' 수록
입춘이라는 시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시는 추운 겨울의 끝에서 약동하는 봄을 우리에게 시각과 청각으로 형상화한다. 공감각으로 다가온 이 시는 한 겨울 끝에 선 생물들의 눈부신 변화를 우리들에게 예고한다.
우선 전형적인 시조의 3/4/3/4, 3/4/3/4, 3/5/4/3 형태를 깨고 초장, 중장의 마지막 구를 두음절로 의태어의 강렬함을 주었다. 청매화 마른 가지에선 아무것도 필 것 같지 않지만 꽃망울이 “움틀”하였고, 얼음이 닿으며 마냥 움추릴 것 같은 잔뿌리 끄터리가 “꿈틀”댄다. 초장, 중장의 각운을 “틀”로 맞춘 것도 이 시의 묘미이다. 마지막 종장은 “근질근질”이 의태어를 사용해서 마치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개구리가 되어 봄을 같이 느끼며 자신들의 몸에서 봄을 느끼는 변화를 체험하게 된다.
한봉수 시인이 시를 위해 선택한 세 가지 대상도 의미심장하다. 즉 사군자중 하나인 (청)매화의 청아한 기품, 나무 잔뿌리 끝의 내유외강, 봄의 전령사 개구리의 본능적인 수용을 표현한다. 그들 모두는 공감각적으로 겨울의 끝을 느끼며 자신들을 일으켜 세운다. 옅게 올라 온 봄자락을 잡고서 봄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또한 봄을 능동적으로 묘사한다. 여리기만한 꽃망울이, 가여울정도로 가느다란 잔뿌리 끝이, 아직 언 땅에서 잠이 덜 깬 개구리가 모두 엄동설한의 겨울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데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자기를 피워낸다.
이 시는 짧은 글이지만 강렬하게 리듬감을 더한다. 그래서 어찌 보면 동요 같기도 하다. 마치 김소월 시인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시를 떠올리게 한다. 입에 달라붙는 말들이 시를 가득 채운다. 그래서인지 한 번 읽으면 두 번 읽게 되고 두 번 읽으면 여러 번 계속 반복해서 읽게 되는 중독성을 지닌다.
#한봉수시인 #입춘 #시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