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변한다
나뭇잎에게 작별을!
안녕, 나뭇잎!
노랗고 붉게 불타는 잎!
우리는 너를 위해 행진을 하고
마지막 인사로
강을 따라 너와 산책할거야.
슬프지만 이건 우리의 약속이지.
내년에 모두의 심장에서 다시 태어날 거니까!
추운 겨울 때만 해도 벚나무에 꽃눈이 붙어 있는지 몰랐고, 목련의 꽃봉우리가 그렇게 아름답게 필 줄 몰랐다. 그러나 어김없이 봄이 오니 조그마한 연두색덩이가 나무 윗부분을 단추처럼 조그맣게 생겨나더니 크리스마스 전구 모양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4월의 흔들리는 햇살을 받으며 녹색 폭죽처럼 터져나가기 시작한다.
팡 팡 팡!
초록의 폭죽은 이 숲에도 저 산에도 그 들판에도 여기저기 공평하게 터트리며 조용한 왁자지껄을 시전한다.
8-9월의 난폭한 햇님의 사나운 광선에도 나뭇잎은 쉽게 시들지 않는다. 뿌리가 도와주고 산들바람이 지켜주고 간혹 단비가 내려 대지를 시켜주기 까지 한다. 간혹 나무를 가렵게 만드는 하늘소가 있긴 해도 나뭇잎은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꿋꿋하게 잘 자라나간다.
그들은 한 여름의 그늘을 만들어 준다. 새가 쉬어갈 수 있고, 어느 이름 모를 할아버지가 나무 밑에서 근처에 핀 수염가래꽃, 박주가리꽃, 익모초꽃, 봉숭아꽃, 능수화와 같은 여름 꽃들을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다. 작은 여유로움을 그늘이 제공해준다.
그러다가 가을이 오면, 진녹색잎이 노랗고 빨갛게 불타기 시작한다. 녹색이 노란 색으로 얼룩 지다가 노란 색으로 변하는 은행잎, 초록-빨강-노랑색 혼합으로 예쁜 잎이 갈색으로 변하는 감잎, 진한 귤색에 노란 반점이 있다가 갈색으로 변하는 느티나무잎.... 모두 가을의 색감 합창에 한 목소리, 두 목소리, 세 목소리를 보탠다.
이제 숲, 산, 들, 심지어 강변까지 아름다운 색깔들로 세차게 물들고 만다. 그런 때, 우리는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화들짝 놀란다. 그 화사한 빛깔이 갈색의 색으로 변하며 내려앉더니 이제 바람을 따라 정처없이 이곳 저곳 산책을 다닌다.
하지만 내가 주어든 작은 낙엽 하나는 그리 약하지 않다. 떠나가는 낙엽에 내가 흐느끼며 "언제 올거니?"라고 부둥켜안자, 이렇게 대답한다.
"나 흙으로 돌아가서 다시 모든 생물의 가슴으로 태어날거야!"
그 조그만 낙엽은 그 당찬 말소리를 뒤로 큰 바람을 만나 사라졌다.
낙엽과 작별한 나는 집에 들어와 곰곰히 생각한다. 그 낙엽은 흙 위에서 작은 이끼, 노린재나 무당벌레같은 작은 곤충을 덮어주다가 어느 날 비바람과 눈에 씻기고 씻겨서 흙으로 분해해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양분으로 변한 낙엽은 다시 나무 뿌리를 타고 다른 잎눈을 틔울 것이다. 또 다른 풀잎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더 분해가 된 낙엽은 물을 잡아주는 철이온과 마그네슘이온으로 바뀔 것이다.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을 그렇게 흙에 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