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인포 아르바이트
나의 생존방식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아르바이트.
사 년 전쯤인가, 빵집 오픈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오전 7시까지 출근해서, 밀려 들어오는 물류들을 정리하고 갓 구워져 나오는 빵들을 보기 좋게 포장하는 일. 어떠한 일이든 '성취감'이라는 게 필요한데, 그곳에서는 빠르게 포장하는 것 말고는 어떠한 성취감을 느끼기가 어려웠다.(단팥빵이 갓 구워져 나왔을 때 아기궁둥이 같아 귀여워서 소중히- 행복하게 포장한 기억은 난다.)
사실 이건 나의 기준일 뿐일지도 모른다.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에게 성취면 무슨 성취냐고 할 수는 있지만 나는 '이 일이 나의 인생에 도움 되는 게 하나라도 있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물론 나는 고용된 입장이지만, 나도 즐거우면 좋은 일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내가 중요시 여기는 것은,
1. 성취감
2. 공간의 분위기
3. 느껴지는 에너지
4. 사람들(사장님과 동료들)
이 네 가지 정도가 되겠다.
이 중 하나라도 내가 만족하게 된다면, 나는 최저시급을 받고 하는 일일지언정 일을 사랑하면서 하게 된다.
깨알 알바 잘 구하는 방법이다. 이 리스트 덕분인가 보통 하나의 업장에 가면 1-2년은 기본으로 일하게 된다.
다시 돌아와서, 그 빵집은 1번은 해당되지 않고, 오픈 아르바이트라 그런가 새벽까지 술에 취한 사람, 출근길에 바쁜 사람, 끼니를 대충 때우고자 오는 사람 등을 만나게 되어 2번과 3번 또한 해당되지 않았다. 동료들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내가 깊게 마음을 나눌 만큼은 아니었다. 취향이 조금 다르달까!
그럼에도 좋은 동료들과 함께 1년 간 일을 했다. 하지만 근무하는 내내 일 가기를 싫어했고, 피곤해하고, 특히 아침에 일어나는 걸 상상하기만 해도 끔찍했다. 그때 일을 그만두면서, "다시는 오전 일찍 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었다.
그랬던 내가 출근 시간이 더 빠른 헬스장 인포 알바를 가게 됐다.
(프리랜서의 삶에 제약을 받지 않는 시간대로 가고싶은 욕심이 컸다. / 돈이 급했고 이 공고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다행히 추위가 좀 가신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는 게 겨울만큼 힘들진 않았다.
한밤 같은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간단하게 챙기고 헬스장으로 나선다.
새벽 여섯 시, 어두웠던 헬스장에 신나는 음악이 깔리고, 러닝머신 기계를 켜고, 인바디 기계를 켜고, 운동복과 수건을 채우면서 오픈 준비를 완료한다.
여섯 시 땡, 한 십여분 후부터 사람들이 운동하러 오기 시작한다.
대부분이 5-60대 어머님 아버님이지만, 간혹 출근 전 젊은 청년들도 눈에 보인다.
스트레칭을 하고 러닝머신을 타고 근력운동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내 정신도 조금씩 깨어난다.
그들의 붉어지는 뺨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고양된다.
2번과 3번. 공간에서의 분위기와 느껴지는 에너지가 활기차니 그 공간의 내가 사뭇 좋게 느껴지는 마법이 작동되나보다. :)
조금 더 아침 활동에 익숙해진다면 나도 저 공간에 함께 존재하고 싶다.
어쩌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2번과 3번이었던 것 같다.
다시 움직일 힘이 생긴 걸까? 오래간만에 러닝도 했다.
헬스장에서 사람들의 활기가 나에게도 전염되었나 보다.
봄이 온다는 뜻이겠지. 이건- 참 좋은 전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