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 비빔밥 대신 봄동 전으로 행복한 봄 밥상을 차렸다
유행이 참 무섭다. 두쫀쿠가 한바탕 요란하게 지나가더니 요즘 봄동 비빔밥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나는 유행에 그리 민감하지 않은데도 요즘 동네 마트를 지날 때면 노란 속살을 드러내며 유혹하는 봄동에 자꾸 눈이 간다. 유행이라서 모두 다 만들어 먹는다는데 거기다 비싸지도 않은 봄동 비빔밥은 한 번 만들어 먹어야지 하는 생각에 동네 마트에 갔다가 덥석 봄동 한 포기를 시장바구니에 담았다.
친정엄마는 음식을 잘 만드셨다.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셨다. 일하는 나를 대신해서 거의 10년 동안 손자들을 돌봐주시고 살림까지 해 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아들 손자 두 명 돌보는 것도 힘드셨을 텐데 살림까지 해 주셨으니 많이 힘드셨을 거다. 나도 주말에 쌍둥이 손자를 돌보고 있어 이제야 친정엄마의 힘드셨음이 마음 깊이 느껴진다. 그래도 한 번도 "힘들다"라고 이야기 안 하시고 즐겁게 지내셨다. 성격이 긍정적이시고 늘 유쾌하신 분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정말 감사하다.
친정 엄마표 봄동 비빔밥, 사랑이었다
나는 손이 많이 가는 나물류는 정말 큰맘 먹어야 하는데 친정엄마는 "엄마, 미나리무침 해 먹을까?"라고 말하면 퇴근하고 오면 미나리무침이 식탁에 올라왔다. 정말 친정엄마는 나물도 김치류도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 잘 만드셨다.
늘 봄이면 김장 김치가 지겨울 때가 된다. 그러면 봄동을 사서 상큼하게 봄동 겉절이를 만들어주셨다. 양념을 눈짐작으로 대충 넣는 것 같은데 신기하게 간이 딱 맞았다. 나는 비빔밥을 좋아해서 뜨거운 밥에 봄동 겉절이를 넣고 달걀프라이도 하나 넣고 고소한 참기름도 한 바퀴 둘러 맛있게 비벼 먹었다. 세상에 이보다 맛있는 음식은 없었다. 친정 엄마표 봄동 비빔밥은 사랑이었다.
나도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만, 친정엄마처럼 음식을 뚝딱 만들진 못한다. 새로운 요리할 때마다 손글씨 레시피를 꼼꼼하게 적어두고, 요리할 때 레시피 노트를 펼쳐서 옆에 두고, 수학 공식처럼 정확하게 계량해서 요리한다. 대신 실패할 확률은 적다. 퇴직하며 쓴 손글씨 레시피 노트가 벌써 두 권째다.
오늘도 봄동 겉절이를 만들려고 레시피 노트를 펼쳐서 확인하며 양념을 하나씩 꺼내서 싱크대에 올려놓았는데 "어라!" 액젓이 없었다. 내 성격상 레시피 노트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액젓이 없어서 고민되었다. 고민하다가 봄동 겉절이는 액젓을 사서 나중에 만들고, 오늘은 봄동을 배추 전처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 부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채소전을 좋아한다. 겨울이면 알 배추로 배추 전을 자주 부쳐 먹고, 향긋한 미나리전도 자주 부쳐 먹는다. 봄에 쑥이 나오면 쑥 전도 부쳐 먹는다. 그냥 배추 전은 부침가루와 튀김가루, 달걀만 있으면 가능하고, 미나리전은 더 간단해서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만 있으면 가능하다. 식사 전에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데 맛도 좋아서 남편도 좋아한다.
봄동 비빔밥 대신 봄동 전
봄동 전은 오늘 처음 만들어 보았다. 봄동도 배추 종류이니 배추 전 요리 방법대로 해보았다.
(우리 집 봄동 전 만드는 법)
1. 봄동 끝부분을 잘라서 한 잎 한 잎 깨끗하게 씻는다. 10분 정도 물에 담가두었다가 씻으면 봄동 잎에 붙은 흙 등이 잘 씻어진다. 겉껍질과 안쪽에 있는 작은 잎은 사용하지 않고 따로 두었다가 된장국 끓일 때나 샐러드에 사용한다.
2. 배추전 할 때처럼 봄동 뒷면을 두꺼운 쪽만 칼등으로 살살 두드려주고, 소금을 정말 조금만 뿌려준다. 짜면 맛이 없다.
3. 쟁반에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를 일대일로 섞어 놓는다(튀김가루가 없으면 부침가루만 사용해도 된다). 오늘은 봄동 하나로 듬뿍 두 숟가락씩 섞었다.
4. 달걀을 잘 풀어놓는다. 달걀 다섯 개를 풀은 달걀물에 맛술과 참치 액젓을 반 숟가락씩 넣고 잘 섞는다.
5. 봄동 앞뒤로 가루를 꼭꼭 눌러 골고루 묻게 하고 두껍지 않게 가루를 털어준다. 달걀물이 잘 묻게 하려는 거라서 골고루 묻게 하는 것이 좋다.
6. 가루 묻힌 봄동을 달걀물에 적셔서 프라이팬에서 부친다. 이때 달걀이 흐르지 않게 털어주면 달걀물이 얇게 묻는다. 식용유만 넣어도 되는데 고소하게 먹으려고 식용유와 들기름을 2대 1로 섞어서 지져낸다. 달걀을 입혀서 부치는 거라서 중간 불로 해서 타지 않게 한다.
7. 양념간장에 찍어 먹어도 되는데 소금을 조금 뿌려 준 거라서 간이 맞아서 우린 그냥 먹었다.
오늘 저녁상의 주인공은 봄동 전이다. 봄동 전은 배추 전보다 아삭아삭한 식감이라서 정말 맛있었다. 자꾸 손이 간다. 남편도 처음 먹어보는데 맛있다며 엄지 척을 해준다. 봄동 속 작은 잎과 바깥의 큰 잎은 된장국으로 끓였다. 봄동 전과 함께 먹는 된장국도 맛있었다. 오늘 봄동 비빔밥은 먹지 못했지만, 봄동 전으로도 행복한 봄 밥상을 차렸다.
요즘 봄이라서 봄나물 등 음식 재료가 마트에 많이 나온다. 우리 집은 매끼 식사 때마다 빠트리지 않고 당근과 오이를 잘라서 쌈장에 찍어 먹는다. 요즘 오이와 당근이 정말 맛있어서 입맛을 돋워준다. 내일도 마트에 건강한 봄 밥상에 올릴 봄나물을 찾으러 가 봐야겠다.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봄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