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복지센터에 종량제 봉투가 없다니, 종량제봉투 사재기의 심각성이 느껴짐
"지우야, 할머니 뉴스 보게 23번 틀어주면 안 될까?"
"할머니, 아까 24번 뉴스 보셨잖아요. 23번 뉴스 또 보시게요?"
나는 뉴스 보는 것을 즐긴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볼 프로그램이 없으면 결국 뉴스 채널을 고정한다. 이건 시민 기자를 하면서 생겨난 습관이다. 요즘 뉴스에는 이란 전쟁 소식으로 가득하다. 전쟁으로 인해서 중동지역의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며 그 여파가 우리 생활까지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석유류값 상승으로 인해 차량 5부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한 발 더 나가서 공공기관 2부제를 실시한단다. 요즘 생필품 가격까지 들썩거리고 있다.
지난주에 쌍둥이 손자네를 방문했다. 쌍둥이 손자가 다니는 학교에 전통 놀이 지도하러 갔다가 손자들 끝나는 시간과 맞아서 손자들을 집에까지 데려다주었다. 쌍둥이 손자는 주중에는 외할머니가 돌보기 때문에 외할머니가 늘 집에 계신다. 사부인이 점심까지 차려 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손자들을 주중과 주말로 나누어 돌보다 보니 그냥 사부인과 언니, 동생처럼 편하게 대하고 잘 지낸다. 사부인이 걱정스러우신지 여쭈어보셨다.
"종량제 봉투 많이 사두셨어요?"
"저는 집에 몇 장 있어서 신경 안 쓰고 있는데요."
"저는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종량제 봉투를 많이 써서 오늘 마트에 갔더니 1인당 열 장만 팔아서 열 장밖에 사 오지 못했어요."
"저도 뉴스에서 종량제 봉투 사재기를 한다고 해서 사두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정부에서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해서 편하게 생각했는데 사야 할까요?"
우유 팩을 들고 행정복지센터에 가보니
나는 환경보호에 조금이라고 도움이 될까 해서 투명 페트병을 모아서 네프론(자연순환로봇)에 넣고, 우유 팩도 늘 씻어서 말려둔다. 집에서 우유로 요플레를 만들어 먹어서 주로 천 밀리리터 우유 팩과 두유 등 삼백 밀리리터 멸균 팩을 사용하는데 일정한 분량이 모이면 행정복지센터에 가지고 가서 종량제 쓰레기봉투로 바꾸어 온다.
1000㎖ 우유 팩은 10개, 500㎖ 우유 팩은 20개, 300㎖ 우유 팩은 30개를 가져가면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하나씩 준다. 생각해 보면 우유 팩을 씻어서 말리고, 모아서 보관했다가 행정복지센터까지 가야 하는 수고에 비하면 작은 보상이다. 하지만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작은 수고를 보탠다.
사부인 걱정하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량제 봉투가 품절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모아둔 우유 팩을 꺼내 보았다. 1000㎖ 우유 팩이 20개가 넘었고, 300㎖ 멸균 팩이 30개가 되었다.
마침 시간이 있어서 우유 팩과 페트병을 들고 행정복지센터로 갔다. 행정복지센터에 네프론도 있어서 가는 김에 페트병도 넣고 오려고 한다.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지만,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는 것도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니 운동하는 기분으로 걸어갔다.
먼저 페트병을 네프론에 넣고 행정복지센터에 들어갔다. 가끔 갔던 곳이라서 종량제 봉투 바꾸어 주는 창구로 갔다. 그런데 담당 직원이 자리에 없었다. 자리 옆을 보니 '종량제 봉투 수급으로 당분간 종이팩과 건전지를 수거하지 않는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헛걸음치고 보니 전화해 보고 올 걸 후회되었다. 설마 했는데 종량제 쓰레기봉투 대란이 소문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정부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종량제 봉투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공공기관에서조차 종량제 봉투가 떨어졌다니 종량제 쓰레기봉투 대란이 실감되었다. 혹시 나처럼 우유 팩을 모으고 있는 분이라면 가기 전에 행정복지센터에 먼저 전화해 보고 가야 헛걸음하지 않는다.
결국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사고 말았다
가지고 간 우유 팩을 도로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갑자기 걱정되었다. 집에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몇 개 있으니 버텨볼까 생각하다가 종량제 봉투를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집 앞에 있는 마트에 들렀다. 두 군데 모두 20㎖ 종량제 봉투는 없고 10㎖ 종량제 봉투만 있다고 했다. 집에서는 주로 20㎖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고 있어서 한 군데만 더 가보자 하고 다른 마트에 갔더니 다행히 20㎖ 종량제 봉투가 있어서 10개 한 세트를 사 왔다. 종량제 봉투 대란이 실감되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20㎖ 종량제 봉투 20장 정도는 사서 확보해 두었다고 한다. 내가 너무 전쟁 소식에 무심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뒤늦게라도 사놓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요즘 종량제 쓰레기봉투 사재기에 이어서 포장제 사재기까지 한단다.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수급란 때문이라고 한다. 중동전쟁 여파가 우리 생활 속에 깊고 넓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디까지 미칠지 걱정된다. 소상공인들도 어렵다고 하고, 석유류값 폭등 등으로 가정 경제도 어렵다. 어서 전쟁이 종결되어 사회와 가정 경제가 안정되기를 기대한다.
*4월 2일에 쓴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