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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Sep 08. 2022

숲 길을 걸어 공원 가는 길

백일홍과 수국
공원에서 공 차는 왕자들


숲 길을 걸어 공원 가는 길


금요일 저녁이면

세상 가장 귀하고 반가운 왕자 둘이 나들이 온다

구름이 해님 산이 된 토요일 아침 왕자 둘과 공원 나들이를 나섰


아파트 단지 제일 꼭대기에 위치한 할아버지 집

작은 언덕을 넘어질세라 조심조심 내려오면

벚나무 둘레길이 나타난다


늘 유모차 타고 다니던 단지 길을

우리 왕자들 언제 컸는지

손 마주 잡고 하나 둘 셋


담쟁이덩굴에 한눈팔고

미끄럼 타던 101동 놀이터를 아쉬운 듯 쳐다보며 숲길에 들어서면

잣나무 향기에 취한다


하나 둘 셋ㅡㅡ마흔둘 계단을 오르면

작은 왕자 안아달라 붙는다


"할머니, 허리 아야 해서 안돼. 오늘은 손 잡고 가자."

손 잡고 숲 길을 벗어나면

초록색 공원이 들판처럼 펼쳐진다


신나게 뛰어가는 왕자 둘이 언제 저렇게 빨라졌는지

이제 쫓아가기도 힘들다

무서움에 3년 만에 찾은 공원엔 어른들로 붐빈다

어른 틈에 끼인 왕자 둘이 신나서 달린다


이제 공원을 자주 찾아 공도 차고

공 차는 어른들도 구경하며

가을이 물드는 단풍나무처럼

둥이 왕자가 키도 자라고 꿈도 자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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