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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Nov 29. 2022

이번 달 모임은 매콤 명태집에서

매콤 명태 조림


한 달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 한 달에 한번 만나는 모임은 이 모임이 유일하다. 대부분 모임은 두 달에 한 번, 분기별로 한 번 등 만나는 주기가 길다. 골프연습장에 함께 다니던 동네 모임이다. 요즈음은 골프는 거의 안 하고 이렇게 한 달에 한번 모여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아홉 명이 멤버지만 100% 모일 때는 그리 많지 않다. 날짜를 고정해서 만나지만 항상 한 두 명은 일이 생긴다.


오늘도 일곱 명만 나왔다. 한 명은 시골에 김장하러 가서 못 오고 한 명은 거동이 불편하신 시어머니 저녁 식사 때문에 못 나왔다. 한 명은 손녀딸을 보는데 딸이 늦게 퇴근하는 바람에 못 나왔다. 이렇듯  모두 사정이 생기면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다. 우리 나이가 낀 세대라 그런 것 같다. 만남 장소는 주로 막내 총무가 정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동안은 룸이 있는 곳에서 만나다가 오늘은 열린 공간에서 만났다.


명태 명가는 매콤 명태조림이 유명한 곳이다. 물론 예전에도 왔었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처음으로 왔다. 바닥에 앉아 먹던 좌식이 입식으로 바뀌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바닥에 앉는 걸 싫어한다. 나도 바닥에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불편하여 의자에 앉는 걸 좋아한다. 입식으로 바뀐 건 잘 되었다. 명태조림 중자와 소자시켰다. 이 집은 너무 매워서 순한 맛으로 시켰지만 그래도 맵다. 매콤 명태조림을 콩나물과 김에 싸서 먹어본다. 맵긴 하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맛이다. 입안이 매운데도 자꾸 손이 간다. 심지어 조림에 들어있는 청양고추 한쪽명태조림 위에 얹어서 김에 싸 본다. 와!! 맵다. 그런데 너무 맛있다.


어느새 명태조림은 머리만 남았다. 머리도 살짝 돌리면 살이 붙어있다. 살살 돌리며 살을 빼먹는 재미도 있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다들 맛있게 잘 먹는다. 한식 고깃집이 아닌 이곳으로 모임 장소를 정한 총무에게 모두 잘했다고 칭찬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옆에 있는 투섬으로 이동했다. 나이가 50대 중반부터 70대 초반까지 있어서 막내 두 명커피를 시키고 몇 명은 잠 잘 걱정에 따뜻한 국산차를 시켰다. 매운 걸 먹어서 이럴 땐 아이스크림도 좋을 것 같아 나는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혀에서 불이 났는데 아이스크림으로 달랬더니 조금 나아졌다.


우리는 모임을 하는 날 총무 통장으로 10만 원씩 미리 입금을 한다. 가끔 애경사를 치른 분이 식사를 대접하기도 하지만 회비로 식사비와 찻값을 낸다. 나머지는 차곡차곡 모았다가 여행을 가거나 나누기도 한다. 코로나로 여행을 못 가서 회비도 많이 모여있다. 오늘은 제일 큰 언니가 차를 샀다.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하더니 큰언니가 오늘 멋있다.


이야기보따리 속에는 예전에 골프 치던 이야기, 돈 내고라도 하고 싶은 손자 이야기, 인지가 나빠지신 부모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김장철이라 단연 김장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모두들 김장을 하였다. 워낙 솜씨 좋은 분들이라 이것저것 여쭈어 보았다. 우린 12월 중순 경에 김장을 할 예정이라 고춧가루는 미리 주문해서 도착해 있고 지난 주말에 새우젓도 주문해 놓았다. 작년에는 아들들 준다고 절임배추를 80kg이나 주문했더니 김치 냉장고에 가득이었다. 아들들이 김치 1통씩만 가져가서 아직도 김치 냉장고에 묵은지가 세 통이나 있다. 올해는 작년의 반 40kg만 주문하려고 한다.


오늘은 우리나라와 가나의 축구경기 때문인지, 겨울비 때문인지 식당도 카페도 손님이 별로 없었다. 식사도 차도 여유 있게 잘 마셨다. 한 달만에 모였는데도 이야기가 끝이 없다. 비가 와서 오늘은 그래도 일찍 일어났다.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내일부터 추워질 것 같다.


집에 오니 짝꿍이 혼자 갑오징어 볶음을 해서 먹고 있었다. 갑오징어는 홈쇼핑에서 주문했는데 백종원 레시피를 찾아서 해 보았다고 한다. 정말 맛있게 잘 만들었다. 짝꿍은 이전에는 요리를 못했다. 아니 안 했다는 말이 맞다. 지금은 일을 하고 있지만 퇴직한 후 쉬는 기간에 한 가지씩 요리를 하더니 요리가 재밌다고 한다. 요리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며 신나서 가끔 요리를 한다. 요즈음엔 나보다 잘하는 요리도 많다. 라면은 당연히 짝꿍이 끓인다. 돼지고기 김치 볶음도 나보다 잘한다. 예전에는 모임이 있는 날 짝꿍 저녁이 신경이 쓰였는데 요즈음은 혼자서도 잘 챙겨 먹어서 마음이 놓인다. 이런 점은 나이 들어 좋은 점인 것 같다.


오늘 너무 많이 먹었나 보다. 오랜만에 먹은 매콤 명태조림이 입맛을 자극했다. 다음 달 12월에는 9명 모두 나와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모임이 되기 바란다. 모두 한 달 동안 건강하게 지내다가 반가운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음 모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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