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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Dec 03. 2022

3년 만의 화려한 나들이

강화도 석모도 겨울 여행

강화 나들길 11코스(12월 1일)

올 들어 가장 추운 아침이다. 영하 9도라고 한다. 3년 만에 이루어지는 동기 가람회 나들이가 오늘이다. 가람회는 서울교대 동문 중 관리자로 승진한 동문 모임이다. 물론 총동창회도 따로 있다. 가람회는 총 가람회도 있지만 거의 동기별 가람회가 활성화되어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연 1회 연수를 갔었는데 감히 코로나를 뚫고 가는 것이 어려워 그동안 추진하지 못했. 오늘 여행을 누군가 '3년 만의 화려한 나들이'라고 다. 하필 오늘이 가장 추울 줄이야.  


모이는 장소는 사당역 공용주차장이다. 서울 연수원에 갈 때마다 늘 셔틀버스를 타던 장소라 모르는 사람이 없다. 나는 며칠 동안 고민이 되었다. 강화도는 집에서 바로 가는 것이 빨라서 따로 승용차를 가지고 가는 것이 좋을까 고민 중이다. 승용차로 가면 갈 때는 늦게 출발해도 되어 편하지만 단체로 이동하기에는 불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결정했다. 일찍 일어나서 전세버스로 함께 움직이는 걸로.


아침 6시에 일어나서 7시 10분경에 출발했다. 사당까지 가려면 지하철만 세 번 갈아타야 한다. 마침 짝꿍이 지방 출장이 있어서 함께 나오니 든든했다. 오랜만에 타보는 지하철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지옥철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정거장 전에 미리 나와서 문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다음에는 조금 일찍 나와서 급행 말고 일반을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약속 시간 20분 전에 도착하니 이미 버스에 탑승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퇴직하고 처음 만난다. 우리 기수는 거의 퇴직하고 일곱 명만 현직에 남아 있다. 내년 2월 말이면 한 명만 제외하고 모두 퇴직을 한다고 했다.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으니 여기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버스에서 마이크를 돌리며 퇴직 후에 어떻게 지냈는지 한 사람씩 이야기를 했다.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한 친구들이 많았고 한 명은 40일 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고 왔다고 했다. 한 친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내일 배움 카드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남편과 같이 땄다고 하고 한 명은 소리 공부를 하러 다닌다고 했다. 캠핑카를 사서 차박을 하며 전국 곳곳을 다니는 친구도 있었고 교외로 이사하여 텃밭을 가꾸는 친구도 있었다. 퇴직 시기는 다 다르지만 각자 자기만의 색깔로 모두 열심히 잘 지내고 있었다.


1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석모대교를 건너서 보문사 입구에 있는 식당에 도착하였다. 예전에는 석모도에 가려면 배에 승용차를 싣고 건넜다. 배에서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며 떼 지어 따라오는 갈매기를 보는 것도 진 풍경이었다. 다리가 생기면서 편리한 점은 있지만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 정말 즐거워했는데 이젠 그런 추억을 만들 수 없다.


식당에 주차하고 두 편으로 나누었다. 한 팀은 보문사를 오르는 코스였고 한 팀은 강화나들길 11코스를 산책하는 코스이다. 보문사는 여러 번 방문했기에 강화나들길 산책 코스팀을 선택하였다. 우리가 갔을 때는 물이라 바닷물이 빠져 갯벌이 훤히 드러나 있는 바다 풍경을 보며 걸었다. 따뜻한 날 밀물 때에 맞추어 꽉 찬 바닷물을 보며 걸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겨울이라 길 옆으로 보이는 억새가 추워 보였다. 날씨가 추웠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 체감 온도는 그리 낮지 않았다. 길이 넓지 않고 안전장치가 없어서 친구가 위험한 것 같다고 바닷가 쪽으로 걷지 말라고 한다. 요즘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 눈에도 조금 위험해 보였다. 길 옆으로 내려다 보이는 논은 꽁꽁 얼어서 물을 조금 더 채워서 썰매라도 타고 싶었다. 점심식사 시간에 맞추려고 5km 정도 걷고 온 길을 다시 돌아서 식당에 도착하였다.   


식당은 내부가 너무 예뻤다. 사장님께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수집했다는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식사를 하면 무료로 아메리카노와 쑥차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2층 카페는 정말 예뻤다. 지인들과 와서 오래도록 수다를 떨고 싶은 그런 포근한 곳이었다.

1층 식당
2층 카페


1층에서 꽃게탕과 밴댕이 회무침을 먹었다. 참, 식사하기 전에 회장님이 건배사를 하였다.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ㅡ청, 바, 지"

참 맘에 드는 건배사다. 지금이 앞으로의 인생에서 가장 젊기에 청춘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마음은 늘 청춘이니까.


돌솥밥이라 밥을 푸고 누룽지에 물을 부어 두었다. 꽃게탕에 꽃게가 정말 많아서 실컷 먹었다는 말이 맞다. 보글보글 끓는 꽃게탕을 보니 얼마 전에 발행한 '요리한 나도 깜짝 놀란 꽃게탕의 맛' 글이 생각났다. 그날도 정말 맛있었는데.


https://brunch.co.kr/@ce3179a175d043c/167


국물도 너무 맛있고 꽃게에 살도 제법 많았다. 요즘 소식을 하고 있지만 오늘은 배불리 먹었다. 아무래도 저녁은 굶어야 할 것 같다. 2층 카페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지만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다음에 꼭 한번 더 와서 2층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리라.


다음 코스는 퇴직한 동기가 이곳에 펜션을 지어 살고 있어서 그곳을 방문하는 거다. 그동안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직접 와 보고 싶었는데 오늘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처음에는 그냥 세컨드 하우스로 지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한 채를 펜션으로 운영하게 되었다고 했다. 벽에 걸려있는 '길벗 주점'이 인상적이다. 같이 근무했던 부장님들이 만들어 걸어 주었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술 생각나면 언제든지 놀러 오라고 한다. 마음이 참 따뜻한 친구다.


펜션 주인인 친구가 외포항에서 직접 사 온 새우와 가리비를 숯불에 구워 먹었다. 텃밭에서 수확한 고구마를 미리 난로에 구워 놓아서 군고구마도 먹고 쑥차도 마셨다. 화도 순무도 깎아서 먹었는데 어떤 과일보다 맛있었다.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사모님이 힘들 만도 한데 미소가 어찌나 뜻하고 인자한지 있는 동안 마음이 너무 편했다. 올 때 농사지은 무와 헛개나무 열매를 달여 먹으라고 싸주어 우린 무겁지만 기쁜 마음으로 가지고 왔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다녀온 강화도 나들이로 우정은 더 쌓였고 오늘 나들이가 너무 즐거웠다고 말한다. 친구는 언제나 편하고 좋다. 그동안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만나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역시 친구는 친구다. 이제 퇴직하여 같은 길을 걷진 않지만 다른 색깔로 만나니 이야깃거리도 많아 좋았다. 모일 장소를 제공해 준 펜션 친구 부부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사전 답사로 좋은 나들이 준비해 주신 회장, 부회장님께도 감사드린다. 수고하신 분들이 계셨기에 더 좋은 나들이가 되었다. 가장 추운 날이었지만 친구들에겐 가장 따뜻한 하루였으리라 생각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조금 피곤하지만 오랜만의 나들이로 기분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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