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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처리기 설치로 갈등 끝!

by 유미래
음식물 처리기

여름만 되면 짝꿍과 음식물 쓰레기로 갈등이 있었다. 어쩌다 뒷 베란다에 나갔다 올 때면

"당신, 음식물 쓰레기 좀 잘 버려요. 이럴 거면 음식물 처리기 사면 안 돼?"

하며 투덜거렸다. 초파리가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는 카드를 넣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 그래서 작은 음식물 쓰레기통에 모아 놓았다가 1층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에 버린다. 매일 버리면 좋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다.


저녁을 먹은 후 대부분 내가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 하는 동안 음식물 쓰레기는 주로 짝꿍이 버리지만 내가 버릴 때도 있다. 비닐장갑을 끼고 내려가서 버리는데 버릴 때마다 냄새도 나고 쓰레기통을 닦는 것도 성가시다. 특히 여름에 더 힘들다.


어느 날 카드 잔액이 얼마 안 남아 편의점에서 5,000원을 충전했다. 수요예배 가는 길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고 가지고 내려갔다. 짝꿍이 시동을 걸고 기다리고 있어서 급하게 버리고 자동차를 탔다.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여 옷을 갈아입고 음식물 처리 카드가 생각나서 주머니와 가방을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얼른 음식물 처리기 수거함에 가 보았는데 거기도 없었다.

"당신 또 카드 꽂아두고 그냥 온 거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짝꿍도 더 이상 아무 얘기도 안 했다. 내가 생각해도 할 말이 없다.


카드를 다시 사서 5,000원을 충전하고 네임펜으로 대문짝만 하게 동 호수를 써 놓았다.

봄부터 짝꿍이 음식물 분쇄기를 사자고 했다. 짝꿍은 물건 사는 걸 좋아한다. 홈쇼핑에서도 방송을 많이 해서 살까 고민도 되었지만 이것저것 렌탈료도 많아 망설여졌다. 특히 싱크대에 이것저것 올려놓는 것을 싫어해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싫었다.

'조금 수고해서 버리면 되는데 그걸 뭐하러 사. 그 돈으로 고기 한 근 더 사 먹지.'


몇 년 전에 전기로 음식물쓰레기 말리는 것을 산 적이 있었다. 계속 전기를 끼워놓을 수 없어서 음식이 어느 정도 쌓이면 건조하는데 소음도 있고 냄새도 났다. 다른 문제점은 말린 것을 꺼내면 그물에 눌어붙어있는 찌꺼기를 꺼내는 게 힘들었다. 베란다 구석에 처박아두었다가 아파트 소형 가전제품 버리는 상자에 버렸다.


어느 날 TV를 보는데 음식물 처리기 방송을 하였다. 채널 중간중간에 홈쇼핑 채널이 있어 일부러 돌리지 않아도 채널 이동 중에 그냥 보인다. '싱크 OO'제품이었다. 싱크대에 설치하는 거라 싱크대에 제품을 올려놓지 않아서 그건 마음에 들었다. 음식물을 갈아서 내려보내면 미생물이 분해하는 구조다. 6개월에 한 번씩 미생물을 넣어주면 된다고 한다.


전화번호를 남겼더니 연락이 와서 그냥 설치해버렸다. 렌탈료는 한 달에 29,900원. '그래, 몇 년 동안 한 달 고기 한 근 덜 먹지 뭐.'

생각을 바꾸니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일이 해결되었다. 저녁에 퇴근한 짝꿍이 참 잘했다고 칭찬했다.


쌍둥이 손자가 우리 집에 오면 싱크대에서 물장난하는 것을 좋아한다. 혹시 손을 넣어 다칠 수 있어서

"연우야, 여기 칼 들어있어. 손 넣으면 아야 해."

"할머니, 손 넣으면 피나요?"

똑똑한 손자라 뚜껑을 닫아 달라고 한다.

음식물 갈 때 소리가 커서 손자도 칼이 들어있다는 것을 믿었다.


음식물 처리기를 달고 짝꿍과 음식물쓰레기 갈등이 없어졌다. 나도 너무 편하다. 우선 싱크대에 설치되어 깔끔하고 일반 쓰레기 외에 거의 모든 음식물 쓰레기를 몇 초안에 다 분쇄해준다. 환경 문제가 조금 걸리긴 했지만 국산 제품이고 다양한 특허와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고 하니 믿는 수밖에.


미니멀이 요즘 대세지만 살다 보니 새로운 것이 하나씩 늘어난다. 이제 더 이상 물건을 사지 않으리라 다짐해 보는데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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