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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Dec 23. 2022

퇴직은 Ending이 아닌 Anding

프롤로그

지난 8월 말 호적 나이 만 육십이 세에 퇴직하였다. 실제 나이는 한 살 더 많은데 호적에 일 년 늦게 올리는 바람에 일 년 늦게 퇴직하였다. 부모님께 고마워해야 할까. 먼저 퇴직한 선배님 말씀처럼 시원섭섭하다. 사실 요즘 교장도 권리보다는 책임이 많은 직업이라 힘들기에 시원하다는 쪽이 더 큰 것 같다. 후배 교장들이 퇴직을 축하하면서

"선배님, 부럽습니다."

라고 말한다. 그 말은 나를 위로해 주기 위함도 있지만 다시 1년을 잘 살아내야 하는 걱정도 들어 있어서 반은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강릉에서 여고를 졸업하고 서울교대에 입학한 후 교사로 첫 발령을 받고 교사로 31.06년, 교감으로 5.06년, 그리고 마지막 교장으로 5.06년을 보내고 퇴직하였다. 42.06이란 숫자가 오늘 zero가 되는 날이다.


교사로 지내는 동안 많은 제자들이 생겼다. 그래서 보람도 느끼지만 지나고 보니 후회되는 일도 있다. 아이들을 좋아하기에 매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면 일 년 동안 최선을 다하려고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때 좀 더 잘해 줄 걸 하는 후회도 든다.     


42년 6개월 동안 많은 제자도 생겼지만 많은 교직원을 만났다. 한 분 한 분 모두 소중한 분들이다. 그분들이 도와주시고 함께 해 주셔서 무사히 퇴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부모님 한 분 한 분도 너무 감사하다. 늘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셨기에 학교생활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퇴직하며 일일이 찾아뵙지 못해서 너무 죄송하지만 글을 빌어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승진은 정말 어려운 여정이었지만 참고 견딘 것은 초등학교 교사였던 친정아버지가 교감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뤄 드려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제 교장으로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다. 모든 게 감사하다.      


하루 사이에 자연인이 되었다. 새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제2인생을 준비해야겠다. 꽃길만 걷고 싶지만 자갈밭도 있고 풍랑도 만나겠지. 그러나 꿋꿋하게 살아낼 거다. 내 앞에 어떤 새로운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지 제2인생이 기대된다.     


2022년 6월 2일에 브런치 작가로 등단하였다. 정말 한 번의 도전으로 이루어냈다. 그것은 퇴직하며 미니 자서전을 내고 싶어서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쓸 계획이 분명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러다가 2022년 7월 29일에 문예지 신인 문학상 시부분에 당선되어 등단 시인이 되었다.     

 

등단 소감문이다.

「42년 6개월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 시작할 제2인생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퇴직은 Ending이 아닌 Anding임을 알기에 새로 시작하는 인생은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특히 시인이나 동화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시인의 꿈을 먼저 이루었습니다. 그런 나의 꿈을 문학 고을이 이루게 해 주어 너무 감사합니다.

천상병 시집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을 자주 읽는데 천상병 시인의 시는 참 편안합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도 좋아합니다. 저도 이렇게 감동은 있지만 편안하고 울림이 있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가족이 있어 든든하고 퇴직하며 할 일이 있어 행복한 요즈음입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아름다운 시, 힘이 되는 시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시인으로 등단할 수 있도록 응원해준 가족들과 문학 고을 심사위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퇴직하고 브런치에 에세이를 쓰고 시를 올리며 지루한 줄 몰랐다. 가끔 이웃 초등학교에 시간 강사로 가서 학생들도 만났다. 퇴직하고 그냥 놀지 않았다.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글감이 되어 글로 태어났다. 처음 브런치북 '나는 딸 엄마 선생님이었다'를 발행할 때 정말 자서전을 출간한 듯 기뻤다.   


퇴직하고 4개월 동안 쓴 글을 이제 책으로 펼쳐보려고 한다. 브런치 매거진 ‘호적나이 만 62세 퇴직일지’에 담았던 이야기 즉 나의 퇴직 4개월 일지다. 퇴직 일지에 손자와 친정어머니, 요리 도전 이야기는 따로 남겨 두었다. 그냥 개인적인 일과 생각, 시간 강사 에피소드 등을 담은 이야기로 채워 보려고 한다. 많이 부족하지만 나의 첫 번째 책이기에 애정이 많이 간다. 책이 세상에 나오면 또 다른 자식 한 명을 출산한 것처럼 행복할 것 같다. 내 글을 읽는 분들도 나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     


퇴직은 Ending이 아닌 Anding임을 믿기에 앞으로 나의 도전은 계속되리라.


                                                                                                                       2022년을 보내며                                                                                                                    브런치 작가 유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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