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가끔 학생들이 물건을 주워오거나 교무실을 잘못 알고 노크할 때가 있어서 잠시 기다렸는데 또 노크를 한다. 얼른 문을 열고 나가보니 시원이가 서 있었다. 시원이는 6학년으로 1학년 때부터 알던 학생이라 반가웠다. 교문에서 늘 등교맞이를 하는데 인사를 너무 잘해 이름을 물어보고 칭찬해 준 것을 계기로 잘 아는 사이가 되었다.
2017년 3월 초 지금 6학년 학생들이 1학년에 입학할 때부터 나도 이곳에 부임하여서 6학년은 정이 많이 들었다. 입사 동기 같은 마음이다. 학생들도 나를 언제나 반갑게 대한다. 내가 가끔 아파트 단지를 지나면 멀리서 놀다가도 알아보고 큰 소리로 인사하곤 한다. "교장 선생님이닷. 안녕하세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기도 하지만 그런 학생들이 사랑스럽다. 어디서 들었는지 내가 학교를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서운하여 손편지를 써서 가지고 온 거다.
"교장선생님, 우리 6학년 졸업할 때까지 계시면 안 돼요?" 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나도 가슴이 뭉클하여 눈시울이 붉어졌다.
3월 중순에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부모 총회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도 선출하고 학부모회도 구성해야 해서 꼭 개최해야 하는 연례행사다. 작년부터는 코로나 상황이라 학부모 총회도 줌으로 실시했다. 학교장 인사말을 하던 중"얼굴 보며 인사드리는 것이 오늘이 마지막이라서 미리 인사드립니다."
라고 8월 말에 정년퇴직을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는 내가 1학기만 근무하고 퇴직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원이도 엄마에게 들어서 내가 1학기에만 근무하고 학교를 떠난다는 것을 알고 손편지를 써온 것이다. 아마 여름방학식까지만 근무하는 줄 알았던 것 같다. 개학식 날에 학생들에게 인사하고 학교를 떠날 거라고 이야기해주고 편지를 받고 헤어졌다
시원이 손편지
교장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저 시원이예요. 선생님을 뵈었을 때가 1학년 입학식이었는데 벌써 6년이 지났네요. 선생님, 그 동안 저 예뻐해주시고 이름도 기억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2학기때만이라도 그때까지만이라도 계셨으면 좋을텐데 정말 아쉬워요 (이하 생략)
매년 스승의 날에 학생들에게 손편지를 받았지만 방학 전에 몇 명 학생에게 작별의 손편지를 받고 보니 이제 정말 학교를 떠나는구나 실감이 났다. 5년 반 동안 매월 방송으로 책을 읽어주고, 아침 조회를 하고, 교문에서 아침 등교맞이를 하면서 만났다. 가끔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하며 정들었던 우리 학교 학생들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개학식 날 작별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내가 먼저 울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