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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잃어버릴 뻔했다

by 유미래
과천 경마장(출처 : 다음 포털)


아들이 둘이다. 큰 아들은 맏이의 특성처럼 그냥 착하고 조금 소심하다. 어릴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아버지에게 꾸중을 들어도 잘못한 일이 없어도 고개를 숙이고 주눅이 든다. 그러나 둘째 아들은 다르다. 언제나 할 말을 다하고 당당하다. 그런 작은아들에게 남편도 말을 조심한다. 말로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두 아들이 다 결혼하여 독립하였다. 아들을 잃었다. 하지만 부르면 찾을 수 있어서 하나도 걱정이 안 된다. 잃어버린 아들을 며느리 둘이 한 명씩 맡아서 잘 보살피고 있다. 이 어미보다 더 잘 보살피기에 오히려 서운하다기보다 감사하다.


아들을 잃어버릴 뻔했다.


큰아들과 작은 아들은 16개월 차이다. 나이는 두 살 차이지만 둘째 아들이 이른 89라 학교는 한 학년 차이다. 정말 쌍둥이처럼 키웠다. 결혼하고 5년 만에 어렵게 큰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둘째는 쉽게 임신이 되었다. 교사로 재직 중이어서 친정엄마가 우리 집에 올라오셔서 아들 둘을 키워주셨다. 큰 아들 초등학교 2학년까지 돌봐 주셨으니 다 키워 주신거나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할머니를 좋아한다. 지금도 꼭 할머니께 안부 전화를 하고 영양제도 챙겨드린다.


큰 아들 초등학교 1학년, 작은 아들 여섯 살 때 과천 경마장 공원에서 개최한 그리기 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다. 사진 동호회 가족들과 함께 갔다. 그 당시 남편은 사진에 푹 빠져서 사진 동호회 활동을 활발하게 할 때였다. 마침 일요일이라 함께 가게 되었다. 큰아들은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사진 동호회 회원들은 주로 주말에 촬영을 다녔다. 주말에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 가끔 가족들을 데리고 가기도 했다. 그럴 땐 우리가 사진의 모델이 되어 주었다. 남편은 사진 공모전에 작품을 공모하여 상을 받기도 하였다. 공모전에 입상하여 점수가 기준 이상이 되면 사진작가가 되어 작가협회 회원이 된다. 작가가 글 쓰기 공모전에 공모하는 것과 비슷하다.


동호회 가족들은 생일이나 집들이 등이 있을 때 함께 모여 식사도 하며 서로 잘 알고 지내고 있었다. 그날도 아빠들은 경마장에서 달리는 경주마 사진 찍기에 바빴다. 엄마들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그리기 대회에 참가한 아이들 옆에 있었다.


아빠 한 분이 작은 아이들을 데리고 자전거를 태워주러 갔다. 5~6명 정도 된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이 돌아왔는데 작은 아들이 없었다. 가슴이 쿵~하고 떨어졌다. 그때부터 어른들이 작은 아들을 찾으러 나섰다. 자전거를 타러 갔던 곳에도 가 보았으나 어디에도 없었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방송을 부탁하였지만 작은 아들을 찾을 수 없었다. 경마장을 남편과 나, 친정엄마가 몇 바퀴를 돌았다. 혹시 납치된 건 아닐까? 어디서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는 건 아닐까? 가슴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려서 걸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자꾸 흘러갔다. 작은 아들을 잃어버려서 찾지 못하면 어떨까. 눈물이 앞을 가렸다. 찾다가 지쳐서 입구 쪽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데 친정엄마가 아이 손을 잡고 오는 게 보였다. 아들을 꼭 끌어안았다.

"효진아 어디 갔었어?"

"가다 보니 아저씨가 안보였어요."


아빠차 옆에 있으면 아빠 엄마가 집에 갈 때 올 것 같아서 주차장에 주차해 둔 아빠차 옆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도 어른보다 생각이 깊었다. 여섯 살 꼬맹이가 그런 생각을 하다니 참 똑똑했다. 작은 아들은 울지도 않고 할머니 손을 잡고 우리에게 왔다. 친정엄마가 아이를 찾다가 혹시 밖으로 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입구 쪽 주차장 차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고 하신다. 그때 할머니를 보고 달려와서 둘째를 찾아서 데리고 오신 거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또 한 번 아들을 잃어버렸다. 할머니가 손자 둘을 데리고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집 앞에 있는 제법 큰 병원이다. 할머니가 진료실 앞 의자에 꼼짝 말고 앉아 있으라고 하고 큰 아들을 데리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손자가 안보였다고 한다. 큰 소리로 부르며 찾았는데 복도에도 화장실에도 없었다고 한다. 순간 손자를 잃어버리면 어떡하나 눈앞이 깜깜했다고 하셨다.


"요만한 남자아이 못 보셨어요."

보는 사람마다 물어보며 찾았다고 하셨다. 그런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여서 혹시 이리로 올라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단다. 큰 손자 손을 꼭 잡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며 찾았는데 없었다. 옥상까지 갔는데 글쎄 손자가 거기서 놀고 있었다는 거다. 찾았다. 다행이다.

'아이 키운 공은 없다고 하더니 손자 잃어버렸으면 어떻게 딸과 사위 얼굴을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고 나중에 말씀하셨다.

"할머니가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했잖아."

"화장실 갔다 왔는데 계단이 있어서 한 번 올라가 보았어요."

할머니 타는 속도 모르고 재미있었다는 표정이어서 야단도 못 쳤다고 하셨다. 찾았으면 되는 거지.


둘째 아들 잃어버린 이야기는 모일 때마다 자주 이야기한다. 큰 아들은 한 번도 잃어버리지 않았는데 작은 아들은 세 번이나 잃어버렸다 찾았다. 또 한 번은 결혼식장에 데려갔다가 잃어버렸다가 찾았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만약 내 심장이 약해지면 그 원인의 한 부분은 작은 아들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작은 아들은 책을 정말 좋아하였다. 책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호기심도 많았고 똑똑하였다. 엄마가 보기에 그랬다. 아마 호기심 때문에 잃어버리는 사건이 생겼을 것 같다.



나도 아이들 어릴 때는 극성엄마였던 것 같다.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에 연 회원으로 등록하여 데리고 다녔고 주말마다 여의도 동아문화센터에 가서 여러 가지 수업을 듣게 했다. 삼 개월 단위로 다른 프로그램을 등록해 주었다. 큰 아들은 도예반 수업을 했고 작은 아들은 동화구연반 수업을 들었을 때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시인이셨던 동화구연반 선생님께서

"아드님 정말 똑똑하네요. 잘 키워 보세요."

라고 말하시며 수업 시간에 읽을 동시를 몇 번 읽으면 다 외운다고 하셨다. 지금까지 수업하면서 이런 아이는 처음 보셨다고 하셨다. 그 소리에 너무 뿌듯했다. 작은아들은 크면서 공부도 물론 잘했다. 아니 조금 잘하는 축에 들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정말 전교 1, 2등도 할 것 같은데 딱 고 정도만 하여 엄마입장에서는 아쉬웠다.


고등학교 때 문과를 선택했기에 말을 잘하니 법대에 가서 변호사가 되거나 행시를 보고 외교관이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들은 소위 ~사 자가 들어가는 직업이 싫다고 했다. 글 쓰며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평범한 대기업 회사원이 되었다. 조금 아쉬웠지만 우린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했다.


아들이 사놓은 판타지 장편소설



작은 아들도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초등학교 5, 6학년 때는 판타지 소설에 빠져서 판타지소설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지금도 우리 집 서재에 아들이 사놓은 이영도 작가의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등 판타지 장편소설이 여러 권 꽂혀있다. 5학년 때 판타지 소설을 쓰기도 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동아리도 문예반이었다. 공부만 하기에도 바쁜 고3 때 공모전에 소설을 써서 공모하기도 했다. 물론 떨어졌다.


하지만 요즘 글을 쓰진 않는 것 같다. 회사 다니랴 쌍둥이 육아하랴 많이 바쁘다. 내가 브런치 북을 발행할 때 제목을 고민하며 아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러면 아들이 성의 있게 고민해 준다. 브런치북 '매일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해'와 '예순, Anding'도 아들이 지어준 제목이다. 매거진 '퇴직했지만 인생은 앵콜'도 작은 아들 아이디어다. 지금은 바빠서 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아들도 글을 쓰지 않을까 생각된다.


TV를 보다가 실종 사건 기사를 보게 되었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님의 심정이 얼마나 아프고 절실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며 어렸을 때 아들 잃어버렸던 것이 생각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아들 둘은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 이제 부모가 되었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살 거라고 생각한다.


아들, 그때 널 못 찾았으면 어쩔 뻔했니. 이제 인생길도 잃어버리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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