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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by 유미래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고를 본다. 요즈음 선박사고로 마음이 아팠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교통사고 소식도 전해 온다. 공장에서 일하다 끼임 사고로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화재사고도 빈번하다. 이처럼 다양한 사고가 우리 주위에서 발생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발의되었지만 사고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 튀르키예 지진 소식이 전 세계를 슬픔으로 몰아넣었다. 자연재해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생사를 알지 못한다. 살고 있던 집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삶의 터전을 잃었다. 마음이 아프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 너무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 느낀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금요일 저녁에 쌍둥이 손자가 왔다. 현관에서부터 할머니를 부른다. 버선발로 뛰어나간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렸다. 주방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다가 그대로 놔두고 현관으로 달려간다.

"할머니, 지우 연우 왔어요."

가슴에 푹 안기는 손자들이 너무 예쁘다.


어! 그런데 연우 손이 이상하다. 깁스를 하였다.

"에고, 어쩌다가 다쳤을까."

어제 유치원 다녀와서 집에서 트램펄린 위에 올라갔다가 떨어졌다고 한다. 떨어지며 손가락이 꺾 것 같다고 한다. 지우는 겁이 많아서 올라가지 않는데 연우는 몸이 어찌나 날렵한지 트램펄린 테두리에 올라가서 걸어 다녔다.


지난번에 둥이네가 보내준 영상을 보다가 할아버지가

"저거 위험한데, 하지 말라고 일러야겠어."

그때 단단하게 일러줄 걸 후회가 된다. 오늘 병원에 데려가서 X-ray를 찍었는데 뼈가 작아서 잘 안 보인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이 실금이 갔거나 인대가 늘어났을 거라고 하시며 깁스를 해주셨다고 한다. 일주일 후에 와서 다시 보자고 하셨단다.


깁스를 하는데 울어서

"연우, 십자가 좋아해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간호사님께서 반창고를 십자로 붙여주셨다고 한다. 집에 와서 빨간색으로 칠해서 연우가 말하는 불 켜진 십자가를 만들어 주었더니 좋아했다고 한다.


깁스에 붙인 십자가 반창고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다친 손가락이 왼손이다. 밥도 혼자 먹을 수 있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밥은 할머니가 먹여줄 거고 주말에는 불편하지 않게 돌봐 줄 거다.


퇴직 전에 교문에서 등교맞이를 할 때면 팔이나 다리 깁스를 하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유를 물어보면 놀이터에서 놀다가 다치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진 경우도 있고 운동하다가 그렇게 되기도 했다. 보통 한 달 정도는 고생을 한다.


사고는 언제나 예고 없이 일어난다. 특히 아들들은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클 때 어디 한 군데를 꿰매거나 깁스를 한두 번씩하고 큰다. 둥이 아빠도 초등학교 때 교실에서 장난하다가 친구를 엄지 손가락으로 찔렀는데 금이 가서 깁스를 한 적이 있었다. 발목 깁스도 한 번 한 것 같다.


큰 아들도 수영 가려고 수영장 버스를 기다리다가 동생이 조금 높은 화단에서 밀어서 떨어지며 머리가 조금 찢어져서 꿰맨 적이 있다. 사고가 안 나면 좋지만 크게 다치지만 않으면 성장 과정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래도 손자가 다치니 속상하긴 하다. 둥이엄마와 외할머니가 많이 속상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만하기 다행이다. 주말에 우리 집에 오면 늘 조심스럽다. 혹시 어디 다칠까 봐 조심스럽다. 공원이나 놀이터에 데려가면 꼭 따라다니며 살핀다. 가끔 가슴이 철렁할 때도 많다. 조심해도 사고는 난다.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도록 늘 조심시키는 것은 중요하다.


연우는 깁스를 했지만 이전과 다름없이 잘 논다. 불편한 기색도 없다. 트램펄린에서 뛰고 공을 던지고 블록으로 십자가도 만들며 잘 논다. 다행이다. 예민하게 칭얼거리고 떼쓰고 하면 안쓰러울 텐데 잘 놀아서 좋다. 그저 별 일없이 손가락이 잘 아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위험한 행동을 하면 다칠 수 있다는 것도 이 기회에 알고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튀르키예 지진 복구도 잘 되어 더 많은 희생을 막았으면 좋겠다. 아직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 생존 소식도 전해오길 바란다. 세계 각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줄 서길 기대해 본다. 앞으로 큰 자연재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 환경 보호에도 앞장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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