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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13. 2022

교장, 첫 출근

에피소드 3-나는 선생님이었다

주여,

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게 해 주시고

제가 할 수 없는 것은 체념할 줄 아는 용기를 주시고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문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문은 교장 5년 반 동안 늘 가슴에 새기고 기도하며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나의 기도문이 되었다.



  2017년 3월 1일 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하여 그동안 꿈꾸어 왔던 학교를 경영하게 되었다. 내가 근무하고 싶었던 몇 안 되는 학교 중 하나여서 더 기뻤다.

 발령이 난 후에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 같아”

  라고 말하면서 기뻐했던 것 같다.

 교육 비전을 ‘행복을 만들어 가는 학교 어울림이 있는 ○○교육’으로 정하고

5년 6개월 동안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교장으로 임명받고 처음으로 출근하는 날이었다. 전날 저녁, 자려고 해도 잠이 잘 오지 않아 거의 뜬눈으로 새운 것 같다. 올림픽대로를 경유해서 출근해야 하기에 5시 30분에 기상을 하여 준비하고 차가 막힐 것까지 계산하여 6시 30분쯤 집을 나섰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차가 많이 막히지 않아 7시 40분경에 학교에 도착하였다. 너무 일찍 도착하여 차에서 잠시 있다가 교무부장님이 출근하는 것을 보고 차에서 내렸다.

그래도 너무 일찍 출근한 것 같아 조금 미안했다.     


 오늘 있을 시업식과 입학식을 준비하며 교장실에 앉아 있는데 교감 선생님이 출근하였다. 이전 교장님이 사용하던 컴퓨터와 책상 등 배치가 불편하실 것 같다며 교감 선생님이 전산 선생님과 실장님께 말씀드려 아침부터 교장실을 다시 배치하였다. 집무 책상과 컴퓨터 책상도 위치를 바꾸니 사용하기가 편해졌다. 미안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였다.

‘교장이란 이런 거구나.’

하고 감동이 왔다.     


 드디어 9시가 되어 새로 오신 선생님들께서 내려오시고 방송실에서 시업식이 시작되었다. 새로 오신 선생님 소개에 이어서 훈화를 하였다. 연습을 많이 하였지만 긴장도 되고 걱정이 되었다. 어떻게 시업식이 끝났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실수하지 않고 또박또박 잘한 것 같다.(내 생각)

‘그래, 언제나 연습이 살길이야.’     


 행정실 직원들과 선생님들 몇 분이 인사를 하고 돌아가고 입학식이 시작되는 11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입학식 시작 전에 학부모단체 회장님 두 분이 교장실로 오셔서 인사를 나누고 강당으로 이동하였다.

 강당에는 학생들과 학부모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학생과 학부모 한 분이 옆에 나란히 앉아 입학식을 진행하기 때문에 앉지 못하고 서 계신 분들이 강당 뒤쪽과 2층에 서 계셨다.

 교무부장님 사회로 식이 시작되었는데 이를 어쩌나~ 태극기가 단위에 없었다. 처음 부임하였기에 교감 선생님께 맡기고 식장을 점검하지 못한 탓이었다. 양해를 구하고 애국가만 부르고 자리에 앉았다. 입학허가 선언, 내빈 및 1학년 선생님 소개에 이어 학교장 축사가 시작되었다. 햇병아리 교장 티를 내지 않으려고 당당하게 큰 소리로, 한껏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하였다. 중간중간에 박수와 웃음소리가 들렸고 식이 끝나고 교장실로 돌아왔다.      

‘아휴~~ 이제 시작이구나.’


 외부에 나가 1학년 선생님들과 식사하고 3시에 부장교사 12명과 상견례를 하였다. 부장님들도 젊고 의욕적으로 보여서 안심되었다. 이제 교직원 상견례만 남았다. 짧으면서도 신뢰를 주는 교장의 첫인상을 주는 것이 좋아 인사말을 여러 번 수정하고 외웠다. 연수실에 모인 선생님들의 표정이 너무 밝아서 안심되었다. 의도한 대로 인사말을 마치고 밝은 기분으로 종례를 마쳤다.

오늘 하루는 정말 길게 느껴졌다.     


  퇴근하여 친정어머니께 오늘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고 안심을 시켜 드렸다.

나보다 더 기뻐하시는 친정어머니~~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내가 교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친정어머니가 우리 아이들을 잘 돌봐주신 덕분이고, 남편의 이해와 지원, 아들들이 잘 자라 준 덕분이다.      

 “모두 고맙습니다. 앞으로 좋은 교장 선생님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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