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래 Jun 13. 2022

‘BOOK 소리’로 행복한 학교

에피소드 3-나는 선생님이었다

‘~~ 교장 선생님! 항상 조회 때마다 재미있는 책들을 많이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책 읽어주시는 목소리가 귀에 쏙쏙 들어와 지루하지도 않았어요. 덕분에 제가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어요. 선생님 덕분입니다. 저는 커서 선생님같이 마음씨 착한 어른이 되고 싶어요.~~’


‘~~ 비록 교장 선생님과 수업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저는 교장선생님을 존중합니다. 월요일 조회 시간에 책을 읽어주실 때마다 우리  학생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겠습니다. 교장 선생님을 항상 존경합니다. 교장 선생님을 보며~~’     



 2019년 스승의 날에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손 편지를 받았다. 공통으로 들어있는 내용이 ‘교장 선생님께서 책을 읽어주셔서 좋다.’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받고 책 읽어주는 교장으로서 보람이 느껴졌고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해 책 읽어주는 활동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교사 시절에도 독서에 관심이 많아 독서지도를 꾸준히 하였었다. 교감 시절에 책 읽어주기 준비를 하며 교장이 되면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로 ‘독서 시작 송과 함께 학생들이 독서로 하루를 시작하게 하고 책 읽어주는 교장이 되겠다.’고 꿈 목록에 적어 두었다.     


  교장이 되면서 3월부터 마지막 주 월요일에 책 읽어주는 활동을 시작하였다. 첫 번째 책으로 ‘한밤의 선물’을 읽어주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BOOK 소리 퀴즈 두 문제를 냈었다. 감동적인 글을 쓴 두 학생의 글을 4월 책 읽어주는 날에 방송실에서 발표하게 하였고, 학교 소식지에도 기사를 실어주었다. 4월에는 ‘낱말 공장 나라’를, 5월에는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를 읽어주었다. 5월 퀴즈는 ‘1. 엄마가 이렇게 많은 도깨비를 어떻게 빨았을까요? 이 이야기를 듣고 느낀 점도 간단히 써 봅시다.’와 ‘2. 여러분이 엄마에게 부탁해서 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는?’이었다. 퀴즈는 2문제를 내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응모하게 하였다. 주로 3, 4학년이 퀴즈에 많이 참가하였었는데 이번에는 5, 6학년도 많이 참가하였다. 다행이었다.  

   

 처음에 읽어줄 때는 고학년은 시시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걱정하였다. 하지만 학생들이 집에 가서 엄마에게

 “조회 때 책 읽어주는 교장 선생님은 우리 학교밖에 없을 거야.”

 라고 말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젠 자신 있게 읽어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편지에도 교장 선생님께서 책을 읽어주셔서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담임선생님 모니터링을 통해 5, 6학년도 집중하여 잘 듣는다는 말에 더 용기를 내었다.     


 처음 1년 반은 학생들에게 호기심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BOOK 소리함과 BOOK 소리 퀴즈 용지를 도서실에 비치하였다. 도서실 앞에 BOOK 소리 게시판을 만들어 퀴즈 응모 글을 게시해주어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였다. 두 번째 해 2학기부터는 선생님들께서 BOOK 소리 퀴즈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아우르기가 어렵다고 하였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읽어준 동화책을 대여하는 학생들이 많아 책을 읽어주고 친구들과 소감을 나누거나 일기장에 쓰도록 하였다.     

 

 책 읽어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 선정이라고 생각한다. 조회를 통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 공감할 수 있는 책을 선정해야 하므로 책을 선택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우선 재미도 있어야 하고, 지루하지 않게 10분 안에 읽어줄 수 있어야 하고, 교훈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책을 PPT로 만들어 화면에 보여주며 읽어주는 과정이라 그림도 예뻐야 하므로 학교 도서실에서 정말 많은 책을 보며 선택을 하였다. 책을 선정한 다음에는 스마트폰으로 스캔하여 직접 PPT를 만들고 연습하면서 한 달이 지루하지 않게 지나갔다.


 학기 말에는 1학년과 2학년 11개 반에 하루에 두 반씩 들어가서 40분 동안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함께 책 읽어주는 활동을 하였다. 읽어주는 동안 집중하여 듣는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보며 많은 말보다 책 읽어주는 것이 훨씬 교육적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1학년, 2학년 어린 학생들인데 어쩜 수업 태도가 그리 좋고 집중을 잘하는지 다시 한번 우리 학교 학생들의 훌륭함을 느끼게 되었고 힘들지만 수업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였다.     


 2019년 3월 4일 입학식 날에는 책 읽어주기 운동본부 ‘책 읽어주기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받은 그림책과 파일로 1학년 학생들에게 ‘열두 달 나무 아이(최숙희 그림책)’를 읽어주었다. 길게 학교장 환영사를 하는 것보다 학생들도 좋아하고 학부모님들에게서 입학식이 신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학교장에 대한 신뢰도 쌓이는 듯하여 매년 입학식에도 책을 읽어주고 있다. 특히 졸업식에는 졸업생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시를 하나 골라 회고사를 정말 짧게 하고 여운으로 남을 수 있는 시를 읽어주려고 좋은 시를 찾아보다가 ‘대추 한 알(장석주 글)’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책 읽어주기는 동화구연과 달리 엄마는 엄마의 잔잔한 목소리로, 교사는 교사의 목소리로, 교장은 교장의 목소리로 진정성 있게 읽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책은 태어나면서부터 6학년까지 읽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가정에서 엄마가, 아빠가 책을 매일매일 읽어주기를 권하고 싶다.     


  책 읽어주기를 통해 2017년 ○○일보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코너에 기사가 났었다. ‘10분 책 읽기로 인성 키워주고 알뜰 장터 열어 나눔 실천’이란 기사였다. 책 읽어주기는 5년 6개월 동안 계속 진행하였다. 내가 읽어주는 책 한 권으로 학생들의 인성이 좋아져 친구들을 배려하고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주며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서 학교폭력도 사라지고, 꿈도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란다. 오늘 마지막으로 전교생에게 ‘막대기랑 돌멩이랑(베스 페리 글)’ 그림책을 읽어주며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기를 당부하였다.     


  교장 5년 6개월 동안 여러 가지 일 들이 있었지만 책 읽어주기는 나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이제 퇴직을 하기에 더 이상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읽어줄 수는 없다. 하지만 마음만 있으면 이야기 할머니에 도전하거나 손자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이 일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 21화 교장, 첫 출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