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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14. 2022

도전, 또 도전(연수강사 도전기)

에피소드 3-나는 선생님이었다

 모든 일에는 계기가 있는 것 같다. 내가 학부모 연수 강사가 되리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40여 차례 학부모 연수 강의를 한 것 같다. 그중에는 학교폭력 예방 강의가 가장 많았고, 진로교육과 코칭 스킬(대화법) 강의도 몇 번 있었다.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뜨거워졌다. 2011년 12월 20일 대구 중학교에 다니는 2학년 A군이 상습적인 괴롭힘을 당해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고 학교에서도 의무적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 연수를 하게 되었다. 2011년 교감 발령을 받아 학교에서도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매일 교사들에게 전달되는 학교일지에 ‘학교폭력 알림장 1줄’ 등 여러 가지로 노력하였다. 교장 선생님과 전 교직원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까지는 올라가지 않았지만 어려운 사안들이 몇 차례 있었다.      


 그러던 중 2013년 봄에 서울시 연수원에서 ‘초등학교 폭력 예방 대응 전문가 과정’ 직무연수가 있어 교감으로서 좀 더 전문적인 연수를 받고 싶어 참가하게 되었다. 오후제 연수로 오전에는 학교에 출근하고 오후 3시 30분부터 6시 20분까지 연수가 2주 정도 진행되었다. 연수가 교사도 대상이라 수업 후에 받는 연수로 다른 연수에 비해 시작이 늦어 끝나는 시간도 늦게 끝났다. 연수 장소가 방배동이고 집이 인천이라 많이 피곤하였지만 학교폭력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돕는 좋은 연수가 되었다. 연수를 마치고 예방 차원에서 우리 학교 5, 6학년을 대상으로 학생 교육을 먼저 진행하였다.    

 

 그해 학교폭력 전수조사에서 초등 4학년이 가장 심각한 걸로 결과가 나왔다. 이전에는 ‘북한이 남침 못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중2 때문이라고 할 정도로 중2가 가장 무섭다고 했지만 그 해는 초4가 가장 무서운 아이들이 되었다. 교육청에서 2학기에 의무적으로 초등 4학년 학부모 연수를 교감이 진행하라고 해서 저녁 시간에 우리 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연수를 하게 되었다. 강의 경험이 많지 않아 너무 많은 내용을 알려주려다 보니 연수가 매끄럽지 못했다. 연수가 끝나고 어찌나 긴장했던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이후에 연수 강사로 다른 학교 학부모 연수를 처음 하게 되었다. 함께 2년 반을 모셨던 교장 선생님께서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나셨는데 연수 강사로 초빙하여 준 거다. 연수 PPT를 새로 만들고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PPT에서 동영상을 재생하는 등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그 학교 컴퓨터 선생님 도움을 받았다. 연수 장소는 큰 강당은 아니었고 교사 연수실로 활용되는 곳에 50여 분의 학부모님께서 참석해 주셨다. 많이 연습하고 준비했기에 연수는 무리 없이 잘 끝났지만 그리 만족스러운 강의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교장 선생님께서 강사로서 첫발을 떼게 해 주셔서 미흡하지만 첫 번째 학부모 연수 강사가 될 수 있었다. 늘 선배로서 이끌어 주시고 조언해주시는 교장 선생님이 너무 감사하다. 지금은 퇴임하셨지만 생각이 많이 난다. 그 은혜를 다 갚기에 너무 부족한 것 같다. 첫 번째 강의 덕에 그해에 다른 학교에서도 몇 군데 초빙해주어 강의를 할 수 있었다.      


 2014년 교육부에서 ‘학교폭력 예방 전문 강사 양성 기본과정과 심화 과정’ 연수 신청 공문이 와서 그동안의 연수 실적과 강의 실적 등을 기록하여 신청하였더니 다행히 연수 대상자로 선정이 되었다. 여름방학 중에 대구에서 연수를 받게 되었다. 전국에서 200명을 대상자로 선정하여 연수시켜 주었는데 연수를 받은 후에 정말 학교폭력 예방 전문 강사가 된 듯 뿌듯하였다. 중요한 것은 그 해 겨울방학에 ‘학교폭력 전문 강사 우수사례 발표대회’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도전을 하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받게 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상을 탄다는 것은 늘 기쁜 것 같다. 이전에도 교육감상, 체육부장관상 등을 받긴 했지만 정말 오랜만에 큰 상을 받게 되어 그동안 좋은 강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일이 보람으로 느껴졌다.     


 무슨 일이든 노력하고 경험을 쌓으면 잘할 수 있는 것 같다. 강의를 하게 됨으로써 학교폭력 관련 지식들도 차곡차곡 쌓이게 되었고 강의 실력도 늘게 되어 강사가 지녀야 하는 역량 등도 익히게 되었다. 2016년 ‘초등 최고의 강사 되기’ 직무연수를 통해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기능도 익힐 수 있어서 교사 대상 연수도 자신 있게 진행하게 되었다. 강의는 교장이 되면서 줄이고 코로나19로 인해 요즈음은 거의 안 하지만 교직 생활에서 큰 경험이 되었다. 매월 하는 아침 조회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어 학교에서 다른 선생님들께 폐 끼치지 않고 스스로 잘하고 있다.    

  


 그동안 강의를 하면서 내가 깨달은 강의 노하우를 소개해 본다.


가. 강의 시간보다 최소 30분 이상 전에 도착하라.

나. 강의 시작 전에 PPT를 철저하게 점검하여 동영상이 잘 나오는지 등을 점검하라(개인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면 좋음).

다. 강의 내용에 너무 욕심부리지 말자. 장황하거나 중복된 내용, 불필요한 표현, 틀린 곳이 없는지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라. 강사에 대한 신뢰감과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시작 부분에 간단한 인사말과 강사 소개 자료(전문 강사임을 PR)를 재미있게 넣어라.

마. 강의 중간중간에 폭소를 자아낼 유머가 있는가 점검하라.

바. 슬라이드 노트를 작성하여 내가 의도한 강의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무리가 없는지 여러 번 점검해라.

사. 강사 개인과 관련된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어가며 설명하라(바보스럽거나 실패한 사례, 가족이나, 친구, 학교 사례 등).

아. 모든 점이 성공했어도 강의 시간이 초과되면 좋은 강의가 아니므로 강의 시간의 과부족에 적절히 대응할 예비 내용을 준비하고 5~10분 전에 강의를 반드시 끝내라.

자. 전체 내용이 학습자들의 감탄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고 중간에 학습자들과 함께 참여할 부분을 삽입하는 것도 강의 노하우!!     


내가 앞으로 강사로서 인생을 살아갈지 모르지만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다. 하지만 강사는 정말 전문가가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어설프게 지식을 배우고 익혀서 하면 공감할 수 있는 강의가 되기 어렵다. 나는 늘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퇴직 후에도 뭔가를 배우고 도전할 거라고 믿는다.

 ‘내 배움의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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