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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14. 2022

꽃길만 걸으세요

에피소드 3-나는 선생님이었다

 이제 42년 6개월의 교직 생활을 뒤로하고 퇴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교직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함께 해 주신 덕분이고 가족이 늘 지원해주고 응원해 준 덕분이다. 바쁜 엄마지만 이해해 주고 존경해 준 아이들과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남편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를 대신해서 우리 아이들을 키워주시고 돌봐주신 친정어머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함께 근무한 동료 교직원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다.   

  

 지난 2월에 친한 후배 교장이 정년을 2년 남기고 명예퇴직을 하였다. 후배 교장은 교감 연수를 같이 받은 연수 동기이다. 교감 시절에 여러 가지 교육지원청 지원 업무도 함께 하였으며 내가 멘토 교감으로 삼고 늘 친하게 지냈던 후배 교장이다. 능력도 많고 인성도 좋아 내가 나이는 많지만 늘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물어보곤 하던 후배여서 더 서운하였다. 요즘 교장도 예전 같지 않아서 권리는 없고 의무와 책임만 있어서 모두 힘들어한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학부모 민원도 많고 여러 가지 시설 공사 중 사고라도 발생하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며칠 전에 퇴직한 후배 교장과 통화를 하였다.

 “어떻게 지내?”

 “요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우리나라 국내 여행을 다니고 있는데 그 시간에 사람도 많지 않아 너무 좋아요.”

라고 하며 선배도 퇴직 전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한다. 잘 지낸다고 하여 나도 기뻤다. 퇴직 전에 신경 써야 할 것 등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통화를 마쳤다. 평생 교육에 헌신한 선생님들이 영광스러운 정년퇴직을 하지 못하고 찍 명예퇴직을 하게 되는 현실이 조금 슬프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모든 것이 추억이다. 특히 아침마다 교문에서 등교맞이를 하며 학생들과 나누었던 우리 학교 인사말 '사랑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는 이제 나의 인사말이 될 것 같다. 학교 정원을 가꾸며 내가 심었던 야생화며 화초들, 달아주었던 꽃 이름표, 나무 이름표 등도 너무 소중하다. 예쁘게 공사한 복도와 계단을 순시할 때면 함께 모여 협의했던 일들이 생각나고, 운동장 축구 골대를 보며 교체해주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 구석구석이 정말 나의 손때가 묻은 학교다.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전교생 책걸상과 사물함을 교체해주었고, 1학년 교실을 다락방이 있는 꿈을 담은 교실로 리모델링하였다. 교문 인터폰 설치, 자동 개폐 시스템 설치 등 많은 시설을 개선하였다. 학부모님께서도

 “교장 선생님이 오셔서 우리 학교가 많아 좋아졌어요.”

라고 말해 주어 힘들었던 시간들이 보람으로 바뀌었다.   

  

 매월 하던 아침 방송조회, 전교생 책 읽어주기, 아버지회와 함께한 1박 2일 부자녀 캠프,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실시한 행복 나눔 어울림장터(알뜰시장), 학부모와 함께한 운동회 등등 모든 것이 추억이 되었다. 2년 동안은 코로나19로 인해 행사를 실시하지 못하였지만 올 2학기에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현장 체험학습도 실시하고 운동회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 나는 퇴직한다. 퇴직을 하면 내가 도움을 받았던 가족들과 다른 분들께 봉사하며 살려고 한다. 제2의 인생이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남은 인생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 어쩌면 주말에는 쌍둥이를, 주중에는 9월 초에 새로 태어날 손주를 돌볼 수도 있을 것 같고, 치매 초기인 친정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쩜 새로운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계획은 없다. 퇴직 후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기대를 하며 퇴직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려고 한다.     


지난 2월 말에 선생님 세 분이 퇴임하였는데 현수막에

 “꽃길만 걸으세요.”

라고 새겨드렸다. 아직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아 아주 작은 퇴임식을 해 드렸다. 아마 나도 그런 퇴임식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하나도 서운하지 않다. 그냥 나도 다른 분들께 폐 끼치지 않고 조용히 떠나고 싶다.

 퇴직 즈음에 사람을 만나면 대부분

 “퇴직 후에 뭐 하실 거예요?”

  라고 물어본다.

  “그냥 편하게 쉬어야지.”

라고 대답했다. 이제 나는 브런치라는 든든한 백이 있어서

 “글 쓰며 지내려고요.”

이렇게 대답하려고 한다.

 내 인생이 꽃길이길 바라지만 그냥 내게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예순, 그다음 인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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