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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서

by 유미래


얼마 전부터 머리가 자꾸 신경 쓰였다. 머리가 긴 것 같아서 커트를 할까 하고 보면 어떤 날은 아직 괜찮은 것 같았다. 미용실에 갈까 말까하는 두 마음이 1주일 동안 번갈아 괴롭혔다. 아무래도 커트를 지금 해야 머리가 한 달 동안 길면 더울 때 고무줄로 묶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금요일 퇴근하며 미용실에 들렀는데 예약을 안 했더니 많이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토요일 10시 30분에 커트 예약을 하고 왔다.


작년 12월 27일에 친정엄마와 새해맞이 펌을 하였다. 친정엄마는 펌과 염색을 해 드렸는데 10년은 젊어지신 것 같았다. 2월 말 돌아가실 때도 머리가 깔끔해서 천국 가셔서 예쁘게 지내실 것 같았다. 그때 펌을 하고 4월에 머리를 한 번 잘랐다. 아직 파마가 남아 있어서 펌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조금만 다듬으면 한 달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토요일 아침에 미용실에 갔다. 미용실에 들어갔는데 할머니 한 분이 머리 커트를 하고 계셨다. 의자에는 남자 한 명이 앉아 있었는데 따로 오신 분인 줄 알았다. 잠시 기다리는데 남자분이 할머니에게 다가가서

"어머니, 화장실 가시고 싶으면 저한테 이야기하세요."

그러신다. 아마 아들인 것 같다. 보통 미장원에 올 때는 주로 딸이나 며느리 하고 오는데 이렇게 나이 많은 아들과 오는 경우는 드물다. 사정이 있겠지만 정말 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트를 하고 나서 염색을 하는 할머니를 보니 친정엄마가 생각났다. 작년 12월 말에 친정엄마와 나란히 앉아서 이곳에서 펌을 하였던 것이 생각나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왜 그리 갑자기 떠나셨는지 원망스럽다. 모르는 분이지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기도드렸다.


미용실은 아파트 상가에 있는데 10년 정도 다닌 것 같다. 원장님도 교회는 다르지만 믿음이 좋으신 분이라 머리 하며 이야기가 잘 통한다. 아들만 셋이라서 그런 지 씩씩하다. 일요일에는 문을 닫기에 대부분 토요일에 시간을 내어 머리를 한다. 오래 다닌 곳이라 내 취향을 잘 알고 있어서 말을 안 해도 기분 좋게 잘 다듬어 주신다. 나도 그렇게 머리에 까다롭지 않아서 어떤 때는 조금 마음에 안 들 때도 있지만 예쁘다고 말하고 온다. 머리는 손질하기 나름이라 며칠 지나면 길이 들어 내가 원하는 대로 모양이 잡힌다.


여자는 머리가 인물의 반 이상이라고 한다. 아무리 화장을 예쁘게 해도 머리가 정신없으면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여자들은 늘 머리에 신경 쓴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에 힘을 준다. 머리 한다고 하지 않고 머리에 힘을 준다고 하는 건 그만큼 머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펌을 하고 몇 달 지났을 때 약간 풀린듯한 머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펌을 자주 하지 않는다. 보통 6개월 정도에 한 번 하니 1년에 두 번 정도 하는 셈이다.


보통 비싼 열펌을 한다. 열펌은 머리 손질하기가 좋고 웨이브가 좀 예쁘다고 한다. 하지만 자주 하다 보면 머릿결이 많이 상한다. 지난번에 펌 할 때는 머릿결이 상해서 원장님께 말하고 처음으로 일반 펌을 하였다. 가격도 반 값보다 저렴했다. 머리가 예쁘지 않으면 어떡할까 걱정을 하였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머리를 감고 보통 드라이기로 말리고 고데기로 잡아주는데 일반펌은 그냥 자연 바람에 말리면 더 예뻤다. 몇 달 동안 정말 편하게 지냈다.


가끔 모임이 있을 때는 아침에 고데기로 조금 만지고 나가지만, 대부분은 스프레이로 물을 조금 뿌리고 헤어로션을 바르고 출근했다. 그런대로 괜찮아서 다음에도 일반펌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6월 말이면 펌한 지 6개월이라 7월 방학 전에는 펌을 해야지 생각하고 있다. 나처럼 미용실을 가끔 가면 미용실이 어떻게 운영될까 걱정이 된다. 물론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 덕에 운영되리라 믿는다.


머리를 깔끔하게 다듬고 거울을 보니 다른 사람이 웃고 있다. 옷이 날개란 말이 있지만 머리가 인물을 변화시킨다. 젊어 보인다. 60대 중반인데 아직 흰머리가 많지 않다. 염색을 안 해도 어쩌다 겉으로 나온 흰머리 한 두 개가 보인다. 부모님의 좋은 유전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염색하시는 분은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신다고 한다. 안 하면 머리가 희끗희끗해서 안 할 수 없다고 하셨다.


지난주 월요일에 모임에 갔었는데 언니 한 분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지 얼마 안 된다고 하셨다. 염색하다가 염색약이 논에 들어가서 각막이 찢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아픈 건 처음이었다고 한다. 병원에서 식염수로 씻어냈는데 너무 아파서 그만하라고 소리칠 정도였다고 한다. 좋아져서 퇴원했지만 아직 눈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였다. 염색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느꼈다. 염색 안 해도 되는 게 큰 복이구나 싶다.


미용실에서 염색하시던 할머님이 자꾸 생각난다. 친정엄마도 염색하면 정말 젊어 보이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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