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래 Jun 27. 2023

아들이 마라탕을 주문했다


금요일 저녁에 작은아들이 쌍둥이 손자를 데리고 왔다. 2주 만에 왔다. 지난번 큰아들이 왔을 때 능이버섯 오리백숙을 시켜주었다. 작은아들도 걸려서 이번에는 한방 오리백숙을 주문했다. 부모 마음이 이렇다. 덕분에 우리도 맛있게 먹었다.     


토요일엔 작은아들도 친구 결혼식에 가고, 남편도 지인 아들 결혼식에 갔다. 쌍둥이 손자가 공원에 가고 싶다고 해서 얼굴에 선크림을 발라주고 집을 나섰다. 날씨가 제법 더웠다. 얼마 전까지는 쌍둥이를 데리고 혼자 외출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말 많이 컸다.     


가는 길에 배추흰나비도 따라다니고, 개미도 보며 아파트 옆으로 이어진 숲길을 지나 근린공원에 도착했다. 오늘도 운동장에서는 어른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인조 잔디 운동장에는 내려가지 못하고 산책길을 따라가며 벌레를 찾아다녔다.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아빠를 똑같이 닮았다. 요즘 풀을 깎아서인지 둘째가 좋아하는 민들레꽃을 보기 어렵다. 너무 더워 공원 한 바퀴를 돌아 아파트로 내려왔다.     


쌍둥이가 아파트 101동부터 차례로 동을 확인하며 걷는 걸 좋아해서 한 바퀴를 돌고 집에 왔다. 날씨가 더워서 땀을 많이 흘렸다. 욕조에 물을 받아 신나게 물놀이를 하였다. 비눗방울 놀이도 하고 뽀로로 물총놀이도 하였다. 쌍둥이 장난으로 내 옷이 다 젖었다.     


오늘은 교회에서 '여름성경학교 여름 캠프를 위한 일일 장터'를 하는 날이다. 티켓을 미리 사놓아서 장터에 가서 커피와 음식을 사 와야 하는데 쌍둥이 데리고 가려니 엄두가 안 났다. 낮잠을 재우고 4시가 되었다. 티켓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마침 아들이 왔다. 아들이 데려다준다고 해서 쌍둥이를 데리고 장터에 갔다.     



켓이 많아서 아메리카노 세 개를 사고 츄러스와 순대, 떡볶이를 샀다. 전이랑 꼬마 김밥, 치킨 등은 다 떨어지고 없었다. 오늘 장터는 6시까지인데 거의 5시가 다 되었다. 그래도 음식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었다. 집에 와서 사 온 음식을 먹는데 작은아들이     

"요즘 초등학생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아세요?"

"치킨과 피자 아니야?"

"마라탕이라고 하네요."


요즘 초등학생은 다이소에서 쇼핑하고 마라탕 먹고 버블티로 마무리한다고 한다. 세대가 많이 달라졌다.

    

남편도 나도 마라탕을 한 번도 안 먹었다고 하니 아들이 저녁은 마라탕 주문해서 먹자고 했다. 아들이 마라탕을 주문했다. 주문도 원하는 맵기와 원하는 재료를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중 2인분(16,000원)
맵기는 2단계(중간 매운맛)
소고기, 양고기 추가
숙주, 배추, 청경채, 감자, 죽순, 팽이버섯, 목이버섯, 목이버섯 하얀색 추가
넓적 당면, 푸주, 건두부 추가
배달료까지 전체 29,000원     


마라탕이 배달되었다. 빨간 국물이 매워 보였다. 조심해서 국물을 먹어 보았다. 역시 맵다. 그래도 맛은 있었다. 예전에 먹어 본 곱창전골과 비슷한 맛이었다. 고기와 채소를 함께 먹을 수 있어서 괜찮았다. 2인분인데 셋이서 먹어도 남았다. 양이 많았다.     


아들 덕에 처음으로 마라탕을 먹어 보았다. 얼마 전에 브런치 써니 작가님 글이 생각났다. 초3 막내가 마라탕에 푹 빠졌다고 했다. 이 매운맛을 어떻게 좋아하는지 요즘 초등학생이 신기하다.    

 

6월 초에 학교급식 메뉴에 마라탕이 있었다.

아침부터 2학년 우리 반 학생들이 급식 메뉴판 앞을 왔다 갔다 하며 점심시간이 되길 기다렸던 게 생각났다. 급식은 1학년부터 6학년, 교직원까지 먹기 때문에 맵기를 잘 조정해야 한다. 그날 먹은 마라탕은 맵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먹은 게 두 번째인 셈이다. 나도 남편도 배가 고프지 않아서인지 그렇게 끌리는 음식은 아니었다. 일부러 주문해 먹진 않을 것 같다. 아들은 그런대로 괜찮다고 했다. 물론 다른 곳에서 여러 번 먹어 보았다고 한다.     


아들 덕에 마라탕도 먹어 보았다. 넓적 당면이 조금 특이했다. 사골국물이라 맛은 진했지만 곱창전골이나 부대찌개가 오히려 입맛에 맞는 것 같다. 언제 다시 먹어 볼지 모르지만, 또 먹어 볼 기회는 있을 거로 생각한다. 어쩜 오늘 배가 고프지 않아서 덜 맛있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