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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21. 2023

큰아들이 온 날 능이버섯 오리백숙을 먹었다


큰아들이 손자를 데리고 며느리와 거의 두 달 만에 집에 왔다. 손자걸음마를 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보고 싶었기에 이번 방문은 더 기뻤다. 어제 퇴근하며 남편과 유아복 매장에 갔다. 우리 동네에 오프 라벨 유아복 할인 매장이 있다. 준우가 어린이집에서 입으면 좋을 것 같은 여름옷과 쌍둥이 손자 여름옷을 샀다. 손자 옷을 사 주면 내가 더 행복하다.


큰아들은 프로 골퍼로 지금은 골프 아카데미에서 레슨을 하고 있다. 쉬는 요일이 일정하지 않아서 주말을 맞추기가 어렵다. 우리가 손자를 보고 싶어 하는 걸 알고 쉬는 날 오전에 미뤄 두었던 일을 처리하고 퇴근 시간에 맞추어 왔다. 비가 조금씩 내려 걱정이 되었는데 안전하게 잘 도착했다.


아기를 데리고 이동하려면 늘 짐이 많다. 잠깐 저녁만 먹고 돌아가는데도 우유병이랑 이유식, 기저귀, 옷 등 짐이 한 보따리다.


오기 전에 미리 우유 타서 먹일 물을 포트에 끓여서 40도로 식혀 놓았다. 배 고프면 바로 우유를 먹여야 한다. 아빠는 성격이 조금 느긋한데 할아버지를 닮았는지 성격이 급해서 빨리 안 주면 아파트가 떠나갈 정도로 크게 운다. 우는 소리를 들으면 장군감이다.


손자는 다섯 시경에 도착했다. 평일인데도 길이 많이 밀렸다고 한다. 가끔 만나기에 혹시라도 낯을 가리면 어쩌나 걱정하며 손자 곁으로 다가갔다. 다행이다. 낯가리지 않고 덥석 안겼다. 그동안 영상 통화를 자주한 덕분인 것 같다.


'안 보는 사이에 이렇게 많이 컸구나.'


저녁은 미리 주문한 능이버섯 오리백숙을 먹었다. 가끔 몸보신이 필요할 때 주문해 먹는데 국물이 기가 막히다. 초여름이라 보양식으로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어제 미리 주문해 두었다. 6시 맞추어 배달되었다.


포장용기에서 꺼내서 커다란 전골냄비에 옮겨 펄펄 끓였다. 마지막에 부추를 넣었다. 부추를 정말 많이 보내주었다. 고기도 고기지만 한약재가 많이 들어 있어서 국물이 진국이다. 고기와 국물을 먹은 다음에는 보내준 녹두밥남은 국물에 끓여 녹두죽을 쑤어 는데 이것도 별미다. 아들이 누룽지를 함께 넣으면 맛있다고 하여 지난번에 만든 수제 누룽지를 같이 넣었다. 죽이 기가 막히다.


누룽지와 녹두밥 넣은 죽


이웃에 사는 시누네도 준우를 보고 싶어 해서 함께 식사를 했다. 여섯 명이서 정말 배불리 먹었다. 죽까지 먹고 나니 배가 정말 불렀다. 아들 며느리가 손자를  돌보느라고 힘들었을 텐데 맛있게 먹어서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물론 나도 남편도 잘 먹었다. 요즘 열감기가 유행인데 오리백숙 먹고 감기도 이겼으면 좋겠다.


며느리가 사 온 고창 수박을 후식으로 먹었다. 정말 달고 맛있었다. 남은 수박은 3 등분하여 아들 갈 때 싸주고 하나는 시누이네 갈 때 주었다. 집에 남편과 둘이 사니 조금만 있으면 된다.


며느리가 수박을 작게 잘라 수저로 손자에게 먹이는데 잘 먹었다. 이유식도 뚝딱, 우유도 남기지 않고 단숨에 먹었다. 벌써 요구르트를 빨대로 먹었다. 다섯 살 쌍둥이 손자는 요구르트도 먹지 않는데 참 신기했다. 바나나도 반 개 정도는 먹고 귤도 잘 먹는다고 한다. 그래 잘 먹고 튼튼하게 자라면 최고지.



어제 미리 만들어 놓은 오이지무침과 냉동실에 있는 쑥콩떡을 갈 때 싸주었다. 완두콩 사놓은 것이 있어서 그것도 보냈다. 엄마는 자식에게 주는 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오면 뭐라도 챙겨주고 싶다.


준우가 우유 먹고 잠이 들어서 잠시 축구를 보다가 8시 30분에 출발했다. 갈 때는 며느리가 운전해서 갔는데 1시간쯤 후에 잘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갈 때는 다행히 길이 막히지 않았다고 했다. 안전하게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으니 안심이 되었다. 손자는 차에서 계속 잤다고 한다. 밤에도 잘 자야 할 텐데 조금 걱정이 된다.


손자 보고 싶은 마음을 알고, 없는 시간 내어 방문해 준 아들 며느리가 고맙다. 손자가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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