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래 Aug 04. 2023

책에서 못 나눈 책 밖 이야기


지난주에 선배 교장 선생님께서 카톡을 보내주셨다.


책을 너무 늦게 구입했어요. 주문해야 인쇄에 들어가는 것이라 며칠 기다렸다가 받았어요. 바쁜 일들이 끝난 오늘 아침,
유교장님 책,
그 속에 담긴 작가님의 일상 잘 읽었어요♡~♡

요리, 기도, 난 기르기 공감되는 것들이 있더군요.
요리는 무척 과학적으로~~ㅎㅎㅎ
기도는 열과 정성을~~♡
난(식물) 기르기는 대규모로~~♡♡
소중한 일상을 공유시켜 주셔서 감사해요.


책 구입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톡을 남겼는데 한번 만나자고 하셨다. 선배님을 만날 때는 교장 신우회에서 함께 하던 안 교장과 함께 만나서 세 명이 오늘 만나기로 하였다. 작년 8월 퇴직하기 전에 먼저 퇴직한 선배님께서 학교 근처로 오셔서 점심을 사주고 가셨다. 그때도 안 교장과 셋이서 만났다. 그때 만나고 1년 만에 오늘 만났다.


선배님께서 '나안미래'라는 카톡방을 만들어 주셨다. 퇴직하시고 양평에서 꽃을 가꾸시기에 '나비들의 놀이터'에서 나를, 안 교장 안과 유미래의 미래를 합쳐서 이름을 지으셨다고 하셨다. 참 의미 있는 카톡방 이름이다.


요즘 서울에 자주 간다. 그동안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분들과 약속을 잡았다. 휴가철이지만 대부분 퇴직하신 분들이라서 휴가가 크게 문제는 안되었다. 그러다 보니 1주일에 한두 번 약속이 잡혀 있다. 퇴직 전까지 서울에서 근무했기에 대부분 약속 장소가 서울이다.


오늘은 퇴직 전에 근무했던 목동이다. 예전에도 가끔 갔던 경복궁 목동점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해서 가장 시원한 복장에 모자를 쓰고 양산과 부채도 챙겼다. 신발도 가장 편한 샌들을 신었다. 요즈음은 승용차보다 지하철이 더 편하다. 약속 시간도 지킬 수 있고 시원하다. 지하철에서 내려 잠시 걷는데 정말 더웠다. 대충 위치는 알기에 양산을 쓰고 걸었다.


출근도 약속도 늘 가장 먼 곳에 사는 사람이 가장 일찍 온다. 오늘도 내가 먼저 도착했고, 가까운 곳에 사는 분이 가장 늦게 도착했다. 그래도 약속 시간 즈음에 다 도착했다. 주문하는데 마음참 편했다. 지난번 태블릿으로 주문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잘못 클릭하여 똑같은 피자를 두 판이나 주문했었다. 오늘은 메뉴판에서 직원에게 직접 주문하였다. 주문이 잘못될 일이 없다.


사하며 책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루에 다 읽으셨다고 하셨다. 책 속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이 따뜻했다고 하셔서 감사했다. 조금 성급하게 낸 책이라 부족함이 많은데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가슴이 뭉클했다. 책 속이야기를 하다가 일상으로 돌아왔다.


선배님께서는 부모님께서 돌아가시며 물려받은 땅에서 꽃을 가꾼다. 1주일에 두 번 정도 가신다고 하셨다. 농막이 있어서 꽃만 가꾸면 정원으로 인정되어 사업자 등록을 하고 가꾼 꽃을 판매했다는 증명이 있어야 토지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행정 절차를 마친 경험을 들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농지도 사유하려면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 교장은 퇴직하고 여행 다니고 교회 일 하면서 지냈단다. 그러다 외국에 파견 나간 사위를 따라 함께 나갔던 딸네 부부가 귀국하며 딸이 아이 셋과 친정으로 들어와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막내가 이제 2개월쯤 되었다고 한다. 이제 당분간은 손주 돌보며 딸과 지내야 할 것 같단다. 손자 둘은 어린이집에 다녀서 그 시간은 여유가 있다고 한다. 딸이 내년 봄 정도에 복직할 거라서 복직하면 남편분과 손주 돌보며 살 것 같다. 부모로서 딸을 도와줄 수 있음에 행복해 보였다.


오늘 만난 세 명은 종교가 같다. 모두 권사이다. 퇴직하고 교회 봉사 이야기도 하고 성지 순례 갈 이야기도 하였다. 내년에 나도 성지 순례 여행을 갈 예정이라 먼저 다녀오신 선배님께 들은 이야기를 참고하려고 한다. 두 분은 퇴직하고 특별한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현직 교사로 일하고 있는 내 시간에 맞추어 겨울 방학하는 1월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오늘 모임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서울 나간 김에 정기적으로 약 처방을 받는 병원에 들렀다. 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이다. 원장님께서 왜 이리 늦게 왔냐고 야단을 치셨다. 아직 약이 아홉 개가 남아 있는데 1주일 정도 늦게 왔다고 하셨다. 나는 매일매일 잘 챙겨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안 먹은 날이 있었던 것 같다. 약 잘 챙겨 먹겠다고 말씀드리고 약 처방을 받았다.


병원에 갈 때마다 병원 뒤에 있는 전통 시장에 들른다. 시장에 가면 정말 활기차다. 늘 가는 반찬 가게에 들러서 무말랭이무침과 마늘종무침을 샀다. 또 다른 반찬가게에서 오이소박이와 도라지 무침 등을 샀다. 동네에도 반찬 가게가 있지만 전통 시장 반찬 가게는 참 푸짐하다. 차를 가지고 왔으면 좀 더 많이 샀을 텐데 지하철을 타야 해서 조금만 샀다. 병원에 갈 때 시장이 안 들르면 뭔가 손해 본 기분이라 꼭 들러서 온다.


아주 더운 날 서울에 다녀왔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다. 하늘을 쳐다보며 곧 가을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분들과 좋은 곳에서 좋은 만남을 가졌다. 약 처방도 받고 전통 시장에서 반찬도 샀다. 오늘 서울 나들이는 1석 3조다. 서울 나갔다 오면 하루해가 다 간다. 그래도 오늘은 참 보람 있는 하루가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