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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l 02. 2023

며느리가 박스 케이터링으로 차려 준 생일상


내 생일이 모처럼 토요일이다. 아들, 며느리, 손자 모두 다고 했다. 모두 모이면 시누이네까지 11명이다. 작년까지는 주로 한정식집에 예약하여 식사하였다. 지난주에 작은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번 엄마 생신에 박스 케이터링 주문해서 집에서 먹으면 어떨까요?"

"그거 좋은 생각이다. 준우도 어리고 둥이도 그렇고."


형하고 의논하였다고 한다. 작년 12월에도 한 번 먹어보았는데 뷔페 기분도 나고 설거지도 많지 않아서 좋았다. 이번에는 조금 푸짐하게 주문한다고 했다. 


금요일에 미역국만 끓이면 될 것 같아 퇴근하며 양지머리 썰어 놓은 것을 샀다. 작년 초겨울 친정아버지 기일로 강릉 가는 길에 주문진 수산시장에 렀었다. 회를 뜨고 미역과 멸치를 사 왔다. 멸치는 이미 다 먹었지만 미역은 가끔 생일날에만 끓여 먹기에 남아있다. 예정으로는 금요일에 미리 미역국을 끓이려고 했지만 여름이라 토요일에 끓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미역을 물에 담가 두지 않았다.


남편이 퇴근해서

"준우 아빠가 전화했는데 미역국은 큰 며느리가 끓여 온다고 끓이지 말래."

미역을 물에 담가두지 않아서 다행이다. 선견지명이 있었다. 사온 양지머리는 금방 먹지 않을 것 같아 우선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내 생일날 미역국은 시어머니 살아 계실 때는 어머님이 끓여주셨다. 돌아가신 후에는 가끔 친정엄마가 끓여주셨지만, 대부분 내가 끓였다. 어떤 해는 끓이지 않고 지나가기도 했다. 이제 친정엄마 대신 며느리가 끓여준다고 하니 생일날 대접받는 기분이다. 


배달된 박스 케이터링


이번 생일은 며느리가 박스 케이터링을 주문해서 다른 준비는 안 했다. 박스 케이터링은 예약한 5시에 정확하게 배달되었다. 커다란 스티로플 상자 두 개가 배달되었다. 하나는 따뜻한 음식이고 하나는 차가운 음식이라고 한다. 제법 많았다. 8~10인분이라고 하였다.


지난겨울에 식탁을 8인용으로 바꾸었는데 오늘 아들 며느리와 시누이네까지 어른이 딱 8명이다. 식탁 의자가 딱 맞았다. 며느리 둘이 도착한 박스 케이터링으로 생일상을 차렸다. 과일 떡까지 음식 종류가 16가지다. 과일과 떡은 후식이라 따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식탁이 꽉 찼다.


먼저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켰다. 올해부터 호적 만 나이로 하기로 해서 나이도 두 살이나 줄었다. 두 살이 젊어졌다. 나이가 줄어든 만큼 마음도 젊어진 것 같다. 둥이가 큰 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촛불을 끄고 식사를 시작했다. 아들 며느리가 참 든하고 고마웠다.


박스 케이터링이라 수저와 앞접시 하나씩 세팅하여 식사하였다. 간단하고 참 좋았다. 음식도 중식, 한식, 초밥에 샐러드까지 있어서 푸짐했다. 맛도 있었다. 시누이는 박스 케이터링을 처음 보았는데 음식도 맛있다며 좋다고 한다. 다음에 집에서 행사 있을 때 이용하고 싶다며 주문한 곳 알려달라고 했다.


 큰며느리가 끓여 온 미역국을 떠서 함께 먹었다. 미역국도 짜지 않게 잘 끓였다. 손자 어린이집 보내고 끓였다고 한다. 한 냄비 많이 끓여 와서 먹고도 남았다. 함께 만들어온 잡채는 꺼내지도 못했다. 손이 많이 가는 잡채를 만들 생각을 하다니 참 고마웠다. 나중에 맛있게 먹어야겠다.


며느리가 박스 케이터링으로 차려준 생일상 덕에 가족 모두가 푸짐하고 맛있게 먹었다. 과일과 떡 후식까지 있어서 집에서 따로 준비할 게 하나도 없었다. 집에서 차렸으면 설거지도 많았을 텐데 설거지도 간단해서 좋았다. 뷔페에 가서 먹는 것처럼 다양한 음식을 먹어서 좋았다. 외식을 했다면 한정식 아니면 고깃집이었을 텐데 지혜로운 며느리 덕에 앉아서 뷔페를 먹었다.


시어머니 생일이라고 스케줄까지 바꾸고 모두 와준 아들과 며느리가 고마웠다. 둥이와 준우 재롱에 모두 빠졌다. 손자가 있으니 밥 먹으면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아직 외동아들 장가보내지 못한 시누이가 부러워하며 아들이 장가 좀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 생일은 가족 모두의 축하로 정말 행복한 날이 되었다. 친정엄마가 계셨으면 더 행복했을 텐데 마음 한 곳이 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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