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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Mar 17. 2023

올 일 년은 학교엄마로 살기로 했다



2월 중순에 작년에 1주일 정도 시간강사로 나갔던 초등학교 교감선생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올해 기간제 교사가 필요해서 꼭 와주셨으면 좋겠다는 전화였다. 1, 2, 5학년 담임 중 선택하시면 그대로 해 주시겠다는 내용이었다. 기간제 교사, 그것도 1년 담임은 너무 부담스러워 자신 없다고 말씀드렸다.


작년 10월에 결혼하는 교사가 있어서 1주일 동안 시간강사로 나갔고 1학년 담임이었다. 인천광역시인데 시골 학교처럼 한 학년이 두 반씩 12 학급과 특수 학급 두 반까지 14 학급인 소규모 학교다. 시간강사 마지막 날에 교감선생님과 승진과 퇴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인성이 참 좋으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에도 다른 학교 시간강사도 소개해 주셔서 몇 번 더 통화를 하였었다.


집에서는 지하철로 세 정거장이고 승용차로는 퇴근할 때는 10분 정도지만 출근시간은 조금 막혀서 25~30분 정도 걸린다. 거리는 괜찮은데 담임이라서 고민이 많이 되었다.


학급담임은 평가도 해야 하고 학부모 상담도 해야 한다. 1년 동안 학생들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기에 부담이 많이 되었다. 가르치는 거는 잘할 수 있는데 그 외에 행정적인 다양한 일도 해야 하기에 고민이 많이 되었다.


남편도 올 1년은 회사에 더 다닐 예정이고 그때는 친정어머니도 함께 살고 있었다. 혼자 여행을 다니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서 1년만 더 시간강사를 해 볼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주말에 생각해 보고 연락 주시라고 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어차피 시간강사를 할 바엔 그냥 1년 기간제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 기간제를 하면 내년에 몇 달 고용수당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의료보험도 기간제교사 하면서 내던 금액을 그대로 3년 유예해서 낼 수 있다고도 했다. 올 1년만 학교에 나가고 내년부터는 글 쓰고 여행 다니리라 마음먹으니 답이 바로 나왔다. 시간 강사로 여러 학교를 가는 것보다 한 학교에서 우리 반만 가르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월요일에 교감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셔서 2학년 담임을 하기로 했다. 사실 두 반이라 반정도는 작년 1학년 때 1주일 만났던 아이들이라 낯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땐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못 알아볼 거라고 믿기로 했다.


이렇게 나는 올 1년 2학년 학교 엄마로 살기로 했다. 2월 중순에 전 직원회의가 있어서 학교에 다녀온 후에 새 학년 시작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계속 톡으로 날아왔다. 내가 결정을 잘한 일인지 회의가 조금 들기도 했다. 퇴직하고 나니 복잡한 것에 신경 쓰는 일이 성가시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2월 말에 친정엄마가 병원에 입원하시고 위독해지셔서 어쩜 3월 2일 출근을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교감선생님께 사정을 말씀드렸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하셨지만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되었다. 그런데 친정엄마가 3월 2일에 딸이 출근 못 할까 봐 그러셨는지 서둘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2월 말에 삼우제까지 치르고 3월 2일에 출근하였다.


난 2학년 2반 학교 엄마가 되었다. 남학생 13명 여학생 9명 모두 22명이다. 정말 그중 반은 얼굴이 익은 아이들이라 남 같지가 않았다. 첫날 한 여학생이 다가오더니

"선생님, 혹시 작년에 1학년 2반 오시지 않았어요?"

라고 했다.

그냥 시치미 떼고 살짝 웃어주기만 했다.


올 1년 학교엄마로 우리 반 학생들을 최선을 다해 잘 돌봐주려고 한다. 2월 말에 친정엄마가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셔서 마음이 아팠다. 집에만 있었다면 그 슬픔으로 우울증에라도 걸렸을 거다. 그래도 학교에 나가며 아이들과 함께 있는 동안은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어렵게 결정한 일이었지만 결정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3월은 새 학년도를 시작하는 시기라 해야 할 일이 많아 너무 바빴다. 오랜만에 하는 담임이라 익숙하지 않고 새로운 일이라 적응하느라고 힘들었다. 이제 80% 정도는 학교에 적응한 것 같다.  인생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올 한 해 즐겁게 보내리라 마음먹어 본다.


그래,
올 1년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학교 생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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