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래 Mar 19. 2023

학교에 가니 참 좋다


3월 2일부터 학교엄마가 되어 출근했다. 마음은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아이들 때문에 웃을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인 12년 만에 담임선생님이란 호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2011년 9월 1일 교감 발령을 받기 전에 불리던 그 이름, 담임 선생님이 올해 내 호칭이 되었다.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았다. 우선 교실 환경 정리를 해야 해서 대형 문구센터를 3월 4일 토요일에 짝꿍과 방문했다. 학교에서 10만 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주셔서 환경 꾸미기에 필요한 물품을 골랐다. 예전과 달리 완성품이 많았다. 칭찬 도장도 두 개 사고 장구핀, 자석 등도 골랐는데 10만 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사려고 했던 시간표 등을 포기해야 했다.


토요일이라 학교 문이 닫혔으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학교에 가니, 방학 동안 학교 화장실 공사로 지저분해진 복도 계단을 업체에서 청소하고 있었다. 마침 주무관님이 계셔서 교실 문을 열고 본격적으로 환경구성에 들어갔다. 게시판에 작품을 부착하는 일은 짝꿍이 해 주었다. 기차에 핸드폰으로 찍은 22명 천사를 태우고 사랑의 교실을 완성하고 나니 뿌듯했다.


쉬는 시간에 놀이교구로 앉아서 놀 수 있도록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필요 없는 물건을 치웠다. 교실이 넓어 보였다. 마음에 들었다. 워낙 조물조물 만드는 것도 좋아해서 칠판에 붙일 날짜 등 게시물 등도 완성했다. 예전에는 코팅을 많이 해서 사용했지만 환경을 위해 코팅을 하지 않고 자석만 붙여서 만들었다.


학교에 가니 참 좋다.

 

우선 매일 점심 걱정 없이 급식을 먹을 수 있다. 그것도 요리 전문가인 영양교사가 영양소에 맞추어 좋은 식자재로 매일매일 식단을 짜서 요리해 준다. 급식실에서 아이들과 같이 식사할 수 있다. 퇴직하고 아쉬운 점이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하는 고민이었는데 고민이 해결되었다. 점심값도 한 달에 10만 원이 조금 안된다. 적은 돈으로 매일 다른 메뉴의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이다.


학교 도서실에서 대출한 책


두 번 째는 학교 도서실에서 읽고 싶은 책을 언제나 대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매주 목요일에 우리 반 도서실 수업이 있다. 아이들과 도서실에 가서 책을 읽고 대출해 온다. 이번 주에는 지난 2007년에 작고한 어머니의 1주기를 기념하는 시집으로, 어머니에게 바치는 시들을 담고 있는 이해인 수녀의 시집 '엄마'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두 권을 대출했다. 이해인 님의 시집을 읽으며 엄마와의 추억에 빠져 보았다. 꼭 우리 엄마 이야기인 것만 같아 읽고 또 읽었다.


매일 아침 8시 10분부터 1교시 수업 시작 전에 다 같이 아침 독서를 한다. 올해 첫 번째 계획한 중점 사항이 독서교육이라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아침독서도 하고 1주일에 한두 번 책 읽어주기도 하려고 한다. 가끔 책을 읽고 재미있는 독후활동도 할 예정이다. '가방에 책 한 권' 활동으로 읽을 책 1권을 가방에 꼭 넣고 다니도록 학부모님께 부탁드렸다. 올 한 해 우리 반 학생들이 책과 친해지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책상에 듀얼 모니터가 있는 컴퓨터가 있어 좋다. 오전에는 수업을 하고 방과 후에는 글도 쓸 수 있다. 방과 후에 업무가 끝나면 책도 읽고 글도 쓰려고 한다. 집에서는 주로 핸드폰으로 글을 썼지만 컴퓨터로 쓰면 속도가 더 날 것 같다. 듀얼 모니터라 문서 편집할 때도 참 편리하다.


물론 가끔 어려움도 있겠지만 학교에 가니 좋은 점이 참 많다. 가장 좋은 건 나도 동심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거다. 아이들 덕에 슬픔도 잊을 수 있고 바쁘니 잡생각도 안 든다. 학교에 나가길 참 잘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