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에 세수하다가 부서진 손톱으로 얼굴 아랫부분을 긁어서 길게 줄이 갔다. 손톱이 날카로웠다. 손톱이 부러진 줄도 몰랐다. 세수하는 중에 따끔해서 보니 빨간 줄이 훈장처럼 길게 나 있었다. 한 4센티는 될 것 같다. 소독하고 연고를 발랐다. 얼굴 가운데나 위쪽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주일에 교회 가려고 화장을 하였는데도 상처가 보인다. 신경이 쓰였지만 쏟아진 물이라 어쩌겠는가. 마스크를 쓰고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였다. 다행히 깊이 파인 것 같진 않은데 며칠 갈 것 같다. 많이 속상하다.
교실은 좁은 공간에서 많은 학생들이 함께 보낸다. 책상도 있고 사물함, 청소함, 책장, 교사용 책상 등 가구들도 있다. 빈 공간이 생각보다 적다. 우리 반은 22명으로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수가 많은 축에 속하지만 적당한 인원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책상을 두 개씩 붙여서 공부하였는데 요즈음은 1인용 책상으로 뛰어서 한 줄로 앉는다. 그러다가 모둠 활동이 필요하면 얼른 책상을 돌려 모둠을 만들어 공부한다.
우리 반은 다섯 줄로 앉는다. 1, 2 분단은 뒤로 다섯 줄이고 3, 4, 5 분단은 네 줄이다. 학생 22명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누가 집중을 하는지 산만한 지 다 보인다. 일주일에 한 번은 한 줄씩 뒤로 이동하여 앞에도 앉고 뒤에도 앉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키가 큰 학생도 앞에 앉아보고 키가 작은 학생도 뒤에 앉아 본다. 한 바퀴 돌아가면 그때 다른 방법으로 자리 배치를 하려고 한다.
2학년은 학급 회장이 없다. 출석 번호 대로 매일 한 명씩 1일 반장을 시킨다. 1교시 수업 전에 다 같이 책을 읽다가 1교시 종이 울리면 반장이 일어나서
"전체 차렷! 선생님께 인사."
라고 하면
"안녕하세요."
수업이 끝나면
"감사합니다."
라고 함께 인사한다.
처음에 부끄러워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큰 소리로 잘한다. 반장은 그날 심부름도 하고 선생님도 도와주고, 선생님이 잠시 교실을 비울 경우 칠판 앞에 나와서 선생님 대신 친구들이 돌아다니거나 장난치지 않도록 한다. 돌아다니지 않고 모두 잘 앉아 있는 분단에 자석을 붙여준다. 3월에 한 번씩 반장을 해보며 반장이 되기를 기다린다. 어떤 학생은 등교하자마자 와서
"선생님, 저 오늘 반장이에요."
하고 자랑하고 들어간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3학년이 되면 모두 반장 후보에 입후보하여 리더로서의 역할을 잘해 내길 바란다.
아침인사가 끝나면 오늘 지켜야 할 것을 말해준다. 매일 반복해서 교육하지만 모두 다 잘 지키지는 않아 하루에도 몇 번씩 주의를 준다. 연두가 그중 한 명이지만 3월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내가 생각해도 달라지고 있는 게 보인다. 그래도 불쑥 욕이 튀어나오고 친구를 못생겼다고 놀린다.
1. 친구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2. 교실이나 복도에서 뛰지 않겠습니다.
3. 욕이나 나쁜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반 구호를 외친다. 주먹을 쥐고 주먹을 한 번씩 쌓으며
"즐겁게~ 사이좋게~ 행복하게~아자!"
지난주에 교실에서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남자아이가 걸어가다가 갑자기 넘어지면서 휴지통에 부딪혔다. 아주 조용한 학생인데 늘 걸을 때 춤추며 걸어가는 학생이다. 아마 걷다가 발이 잠시 꼬인 게 아닌가 생각된다. 보건실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코부분에 상처가 조금 났다. 보건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사진을 어머니께 하이톡으로 보내드리고 연락을 드렸다. 오후에 병원에 다녀오시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전해 드렸다.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가슴이 한 동안 쿵쾅거렸다.
며칠 뒤에 남학생 한 명이 자기 책가방에 걸려 넘어지며 책상 모서리에 눈썹 위쪽을 부딪혔다. 내가 보는 가운데 넘어져서 많이 놀랐다. 얼른 살펴보니 조금 부풀어 오르고 조금 찍힌 것 같아 데리고 보건실로 갔다. 다행히 꿰맬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처가 남을 수 있다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보건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머니께 상처 부위 사진을 보내드리고 연락을 드렸다. 할머니께서 수업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오셨다.
학부모님께서 많이 속상하셨을 것 같다. 학교 엄마인 내가 조금만 더 신경 썼으면 사고가 안 일어났을까 잠시 반성도 해 본다. 누가 밀은 것도 아니고 혼자 가다가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고라 막을 수는 없었지만 매일매일 안전한 학교 생활이 되도록 좀 더 주의를 주고 살펴야겠다. 다행히 오늘 다친 학생을 살펴보니 상처가 말끔하게 아물었다. 마음이 조금 놓였다.
교실에는 책상도 있고 가방 고리도 있어 위험한 곳이 많다. 그래서 책가방을 오른쪽에 걸고 꼭 가방을 잠가두기로 약속하였다. 사물함에 색연필을 꺼내러 가다가 그렇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막을 도리가 없다. 늘 걱정이 많이 된다. 늘 안전한 학교 생활이 되도록 교육도 하고 살피지만 학생들이 다칠 때는 가슴이 철렁한다.
학교에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생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안전 속에는 학교폭력도 포함되어 있어서 늘 신경을 쓴다. 2학년이라 별명을 부르는 일도, 놀리는 일도 하나하나 신경을 쓴다. 늘 기도하고 살피고 그러는데도 다치는 학생이 있어서 걱정이 된다. 지금 우리 학교 2학년 학생들이 많이 활동적이라 우리 반도, 1 반도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은 늘 긴장하며 살핀다.
'공부는 못해도 튼튼하게 자라라.'가 아니라 '공부는 조금 느려도 다치지 말아라.'가 요즘 나의 바람이다. 앞으로 학생들이 다쳐서 가슴 철렁하는 일이 없기를 빌고 또 빌어본다. 어린 학생들이 다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