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래 May 24. 2023

참, 오늘 선생님 옷 칭찬 안 했네


우리 반에 아주 예쁜 여학생이 있다. 은솔이다. 2학년인데 말을 어찌나 예쁘게 하는지 볼수록 기특하다.


5교시가 끝나고 1일 반장이 일어나서

"차렷! 선생님께 인사."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자 아이들이 물처럼 교실을 빠져나갔다.


집에 가려던 솔이가 앞으로 와서

"참, 오늘 선생님 옷 칭찬 안 했네."

"선생님, 분홍색이 잘 어울리세요. "

"분홍색 원피스 참 예뻐요."

라고 말한다.

"솔아, 고마워. 내일 보자. 잘 가."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라고 인사하고 교실을 바삐 뛰어 나간다.


솔이는 어느 날은

"선생님, 빨간색이 잘 어울리시네요."

라고 말하고

다른 날은

"선생님, 파란색이 잘 어울리시네요."

라고 그날 입은 옷을 칭찬해 준다. 2학년인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하루에 한 번씩 칭찬해 주어서 나를 웃게 만든다.

금요일에는

"선생님, 주말 잘 보내세요. 월요일에 만나요."

라고 인사하고 한 번 안기고 돌아간다. 어찌 예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이 참 많은 아이다. 집에서는 외동딸인데 정이 많고 늘 말을 기분 좋게 한다.



나는 옷 욕심이 있다. 먹는 것도 아끼고 물건도 잘 사지 않는데 유독 옷은 잘 산다. 예쁜 옷을 보면 안 사면 눈앞에 아른거려서 꼭 사야 한다. 블라우스를 사면 세트로 맞추어 입을 스커트나 바지를 사고 재킷을 산다. 원피스를 좋아해서 계절별로 입을 원피스도 많다. 옷장에 옷이 정말 많다.


퇴직하고 집에 있었으면 그저 편한 옷을 입느라 세상 구경 못했을 옷이다. 올해 학교로 출근하다 보니 매일매일 다른 옷을 차려입고 출근한다. 물론 편한 옷을 입고 출근하기도 하지만 옷차림에도 신경을 쓴다.


아이들이 선생님 옷에 별로 신경 안 쓰는 줄 알았는데 치마를 입고 가면 예쁘다고 한다. 물론 남학생들은 별 관심이 없다. 저녁에 다음 날 입고 갈 옷을 미리 챙긴다. 스카프도 챙겨두고 액세서리도 맞추어 놓는다. 하지만 퇴직 전보다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고 편한 옷도 많이 입고 출근한다.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거추장스러운 옷보다는 활동하기 편한 옷이 좋기 때문이다.


오늘도 5교시에 강당에 가서 열심히 뛰어놀고 왔다. 줄넘기도 하고 얼음 땡도 하고 우리 집 놀이도 하며 정말 신났다. 한 시간이 너무 짧을 만큼 신나게 놀았다. 2학년은 체육 시간이 따로 없다. 통합교과 시간에 신체 활동을 하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운동장에는 잘 나가지 않고 1주일에 한 시간 강당 배치된 사간을 활용하여 체육을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화요일 5교시는 다른 행사가 없는 한 강당에 꼭 간다. 체육을 하는 날에는 편한 바지 차림을 하고 출근한다.


지난번 봄맞이 옷정리를 하였다. 올해도 봄 옷은 거의 입지 못한 것 같다. 춥다가 갑자기 더워지는 바람에 봄에 입어야 할 옷은 세상 구경을 못하고 그대로 장에 걸려 있다. 앞으로 안 입을 옷, 1년 동안 한 번도 안 입은 옷, 작아서 불편한 옷, 안 쓰는 스카프도 모두 모아서 박스 포장을 하여 아름다운 가게에 보냈다.



아름다운 가게 홈에서 기부 신청을 하면 된다. 3박스 이상이 되면 집에 와서 수거해 가고 한두 박스는 착불로 택배를 보내면 된다. 옷을 수거해 가면 기부증명서도 발급해 주고 기부금으로 환산하여 국세청에 연말 정산할 수 있는 기부금도 올려준다. 보낸 옷으로 183,000원의 기부 영수증을 받았다. 생각보다 많은 기부금이다.


아름다운 가게에 보내면 옷정리도 하고 이웃도 도울 수 있어서 1석2조이다. 더군다나 기부 영수증도 보내주기 때문에 보람도 있다. 내년에는 안 입을 옷이 더 많아지리라 생각된다. 가끔 모임이나 결혼식에 입고 갈 옷 몇 벌을 제외하면 평상복만 남기고 정리해야 할 것 같다.


'내일은 무슨 옷을 입고 가서 우리 은솔이에게 칭찬받을까? 아무래도 빨간 원피스를 입고 가야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