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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Apr 10. 2023

오늘도 가슴이 철렁하였다



토요일 저녁에 세수하다가 부서진 손톱으로 얼굴 아랫부분을 긁어서 길게 줄이 갔다. 손톱이 날카로웠다. 손톱이 부러진 줄도 몰랐다. 세수하는 중에 따끔해서 보니 빨간 줄이 훈장처럼 길게 나 있었다. 한 4센티는 될 것 같다. 소독하고 연고를 발랐다. 얼굴 가운데나 위쪽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주일에 교회 가려고 화장을 하였는데도 상처가 보인다. 신경이 쓰였지만 쏟아진 물이라 어쩌겠는가. 마스크를 쓰고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였다. 다행히 깊이 파인 것 같진 않은데 며칠 갈 것 같다. 많이 속상하다.



교실은 좁은 공간에서 많은 학생들이 함께 보낸다. 책상도 있고 사물함, 청소함, 책장, 교사용 책상 등 가구들도 있다. 빈 공간이 생각보다 적다. 우리 반은 22명으로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수가 많은 축에 속하지만 적당한 인원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책상을 두 개씩 붙여서 부하였는데 요즈음은 1인용 책상으로 뛰어서 한 줄로 앉는다. 그러다가 모둠 활동이 필요하면 얼른 책상을 돌려 모둠을 만들어 공부한다.


우리 반은 다섯 줄로 앉는다. 1, 2 분단은 뒤로 다섯 줄이고 3, 4, 5 분단은 네 줄이다. 학생 22명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누가 집중을 하는지 산만한 지 다 보인다. 일주일에 한 번은 한 줄씩 뒤로 이동하여 앞에도 앉고 뒤에도 앉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키가 큰 학생도 앞에 앉아보고 키가 작은 학생도 뒤에 앉아 본다. 한 바퀴 돌아가면 그때 다른 방법으로 자리 배치를 하려고 한다.


2학년은 학급 회장이 없다. 출석 번호 대로 매일 한 명씩 1일 반장을 시킨다. 1교시 수업 전에 다 같이 책을 읽다가 1교시 종이 울리면 반장이 일어나서

"전체 차렷! 선생님께 인사."

라고 하면

"안녕하세요."

수업이 끝나면

"감사합니다."

라고 함께 인사한다.


처음에 부끄러워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큰 소리로 잘한다. 반장은 그날 심부름도 하고 선생님도 도와주고, 선생님이 잠시 교실을 비울 경우 칠판 앞에 나와서 선생님 대신 친구들이 돌아다니거나 장난치지 않도록 한다. 돌아다니지 않고 모두 잘 앉아 있는 분단에 자석을 붙여준다. 3월에 한 번씩 반장을 해보며 반장이 되기를 기다린다. 어떤 학생은 등교하자마자 와서

"선생님, 저 오늘 반장이에요."

하고 자랑하고 들어간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3학년이 되면 모두 반장 후보에 입후보하여 리더로서의 역할을 잘해 내길 바란다.


아침인사가 끝나면 오늘 지켜야 할 것을 말해준다. 매일 반복해서 교육하지만 모두 다 잘 지키지는 않아 하루에도 몇 번씩 주의를 준다. 연두가 그중 한 명이지만 3월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내가 생각해도 달라지고 있는 게 보인다. 그래도 불쑥 욕이 튀어나오고 친구를 못생겼다고 놀린다.


1. 친구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2. 교실이나 복도에서 뛰지 않겠습니다.

3. 욕이나 나쁜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반 구호를 외친다. 주먹을 쥐고 주먹을 한 번씩 쌓으며

"즐겁게~ 사이좋게~ 행복하게~아자!"



지난주에 교실에서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남자아이가 걸어가다가 갑자기 넘어지면서 휴지통에 부딪혔다. 아주 조용한 학생인데 늘 걸을 때 춤추며 걸어가는 학생이다. 아마 걷다가 발이 잠시 꼬인 게 아닌가 생각된다. 보건실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코부분에 상처가 조금 났다. 보건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사진을 어머니께 하이톡으로 보내드리고 연락을 드렸다. 오후에 병원에 다녀오시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전해 드렸다.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가슴이 한 동안 쿵쾅거렸다.


며칠 뒤에 남학생 한 명이 자기 책가방에 걸려 넘어지며 책상 모서리에 눈썹 위쪽을 부딪혔다. 내가 보는 가운데 넘어져서 많이 놀랐다. 얼른 살펴보니 조금 부풀어 오르고 조금 찍힌 것 같아 데리고 보건실로 갔다. 다행히 꿰맬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처가 남을 수 있다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보건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머니께 상처 부위 사진을 보내드리고 연락을 드렸다. 할머니께서 수업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오셨다.


학부모님께서 많이 속상하셨을 것 같다. 학교 엄마인 내가 조금만 더 신경 썼으면 사고가 안 일어났을까 잠시 반성도 해 본다. 누가 밀은 것도 아니고 혼자 가다가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고라 막을 수는 없었지만 매일매일 안전한 학교 생활이 되도록 좀 더 주의를 주고 살펴야겠다.  다행히 오늘 다친 학생을 살펴보니 상처가 말끔하게 아물었다. 마음이 조금 놓였다.


교실에는 책상도 있고 가방 고리도 있어 위험한 곳이 많다. 그래서 책가방을 오른쪽에 걸고 꼭 가방을 잠가두기로 약속하였다. 사물함에 색연필을 꺼내러 가다가 그렇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막을 도리가 없다. 늘 걱정이 많이 된다. 늘 안전한 학교 생활이 되도록 교육도 하고 살피지만 학생들이 다칠 때는 가슴이 철렁한다.


학교에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생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안전 속에는 학교폭력도 포함되어 있어서 늘 신경을 쓴다. 2학년이라 별명을 부르는 일도, 놀리는 일도 하나하나 신경을 쓴다. 늘 기도하고 살피고 그러는데도 다치는 학생이 있어서 걱정이 된다. 지금 우리 학교 2학년 학생들이 많이 활동적이라 우리 반도, 1 반도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은 늘 긴장하며 살핀다.


'공부는 못해도 튼튼하게 자라라.'가 아니라 '공부는 조금 느려도 다치지 말아라.'가 요즘 나의 바람이다. 앞으로 학생들이 다쳐서 가슴 철렁하는 일이 없기를 빌고 또 빌어본다. 어린 학생들이 다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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