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이가 금요일 저녁에 왔다가 일요일 3시경에 돌아갔다. 금요일에 작은아들이 회사에서 야근을 해서 우리가 데리러 갔다. 집에 도착하니 외할머니와 잘 놀고 있었다. 둥이는 할머니를 좋아한다. OO동 할머니도 O단 할머니도 좋아한다.
예전에는 친할머니, 외할머니라고 구분하여 불렀지만, 요즈음은 사는 곳을 넣어 부른다. 둥이는 우리 집에 오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날은 저녁 먹고 7시경에 아들이 데리고 온다. 오늘은 둥이를 조금 일찍 데리러 가서 저녁은 우리 집에서 먹여야 해서 밥을 해 놓고 출발하였다. 하얀 밥을 좋아해서 쌀과 찹쌀만 넣고 밥을 했다. 어쩌다 완두콩을 넣으면 골라달라고 한다. 그래도 가끔 잡곡을 조금 넣을 때도 있다.
도착하여 인터폰을 누르니 벌써 갈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2박 3일 동안 입을 옷가방을 들고 출발했다. 먼저 달려가서 엘리베이터를 누른다. 지하 2층을 눌러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할아버지 차 번호도 알아서 할아버지 차 앞에 서 있는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아직 태풍이 다 물러간 것이 아닌가 보다. 날씨가 조금 선선해져야 공원에도 놀러 갈 텐데 요즈음은 거의 집에서 논다. 태풍이 더위를 몰고 갔으면 좋겠다. 도착하자마자 연우가 우유를 달라고 한다. 곧 저녁 먹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다. 오자마자 트램펄린에서 뛰어논다. 손자가 오면 24시간 에어컨을 튼다. 거실은 밤에 끄지만 자는 방은 잘 때도 끄지 않는다. 에어컨을 틀어도 운동량이 많아 땀을 흘린다.
아빠는 오지 않아서 저녁에 둥이와 같이 잤다. 둥이는 할머니와 자는 것을 더 좋아한다. 대개 9시경에 자는데 오늘은 책을 읽고 잔단다. 일찍 자기 싫은 모양이다. 자동차 관련 미니북이 세트로 10권이 있는데 다 꺼내온다. 둥이는 세 살 지나면서 한글을 익혀서 책을 잘 읽는다. 할머니 보고 읽어 달라고 해서 한 페이지씩 셋이서 돌아가며 읽었다.
그러다 보니 거의 10시가 되었다. 아빠가 있으면 정확하게 9시에 자는데 오늘은 둥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준다. 어쩌다 한 번 늦게 자는 걸 뭐. 할머니를 좋아하는 이유일 것 같다. 할머니는 둥이 편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둥이는 아기 때부터 꼭 손을 잡아야 잔다. 늘 오른쪽에는 첫째 지우가, 왼쪽에는 둘째 연우가 자고 가운데에서 내가 잔다. 오른손은 지우가, 왼손은 연우가 꼭 잡고 잔다. 자는 것 같아 손을 빼려면 어느새 알고 다시 손을 잡는다. 손을 놓으면 완전하게 잠든 거다. 대신 둥이는 애착 인형이나 애착 이불이 없다.
둥이는 금요일 저녁에 와서 일요일 3시경에 돌아갔다. 토요일에는 꼭 근린공원에 가거나 아파트를 한 바퀴 도는데 이번 주는 집에만 있었다. 손자 생각하면 집이 시골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유튜브도 보고 핸드폰도 하고, 세계국기도 색칠하며 놀았다. 알파벳 카드로 대문자 소문자 짝 맞추기도 하고 세계지도에서 나라 찾기도 하였다. 풍선을 불어 손으로 풍선 보내기도 하고 물장난도 하였다. 트램펄린에서 어찌나 높이 뛰는지 그 높이만큼 키가 쑥쑥 컸으면 좋겠다.
집에 가야 하는데 안 가고 싶다고 한다.
연우가
"내일 유치원 안 가고 여기 있으면 안 돼요?"
"유치원 왜 안 가려고 하는데?"
"이유는 말 안 할래요."
말도 잘한다.
언제 또 오냐며 가기 싫은 발걸음을 옮긴다.
집에 가서 아빠랑 자전거를 타고 놀이터에 가는 동영상을 보내왔다. 자전거는 올해 어린이날 선물로 할아버지가 사 주었다. 보조 바퀴 달린 두발자전거다. 첫째 지우는 혼자서도 잘 탄다. 연우는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은 제법 잘 탔다. 자전거 타는 모습이 예뻐 영상을 두세 번 본다.넘어지지 않도록 멀리 보고 한눈팔지 않아야 하는데 넘어질까봐조금 불안하다.
놀이터에서 그네 타는 모습이 너무 재밌다. 그네 타며 둘이서 나누는 대화가 즐겁다.둥이는 세계 여러 나라에 관심이 많다. 유튜브로 세계 여러 나라와 국기 영상을 본다. 세계에 197개 나라가 있다고 한다. 국기와 수도, 5대양 6대주도 다 안다. 위치도 다 안다. 영어로 되어있는 나라 이름도 다 읽는다. 참 신기하다. 우리 집 오는 길에 물류센터가 있다. 연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파르테논신전 같다고 한다. 정말 닮았다.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그리스에 있다고 하였다. 아이들이 자동차도 좋아하고 공룡도 좋아한다는데 별로 관심이 없다.
다섯 살이 되며 놀이터에서 그네를 제법 잘 탄다. 그네를 타며 나라 이름을 말한다. 지우가 나라 이름을 말하면 다음에는 연우가 말하며 주고받는다. 어, 그런데 당나라, 송나라, 로마 제국이라니. 요즘 히스토리라는 유튜브를 보더니 참. 그네만 타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세계 여행 하며 탄다. 둘이라 노는 것도 심심하지 않고 재미있다.
둥이는 5월에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오사카에 가서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신나게 놀았다. 교토에 가서 이모도 만나고 왔다. 일본에서 살고 싶다고 했단다. 세계 여러 나라를 공부하며 가보고 싶은 나라가 많아졌다. 둥이 데리고 해외여행 다녀올 날을 꿈꾸어 본다.어디를 먼저 갈까 고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