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래 Jun 25. 2022

코로나가 제발 끝났으면 좋겠다

힘들었던 2년 6개월

 코로나가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 먼 훗날 사진첩을 보며

 ‘이런 시절도 있었구나.’

 하며 마스크를 쓰고 찍은 사진들을 보며 신기해할 것 같다.    

 

 교장으로 근무한 5년 6개월 중에서 2년 6개월이 코로나 시국이었다. 처음 3년은 정말 행복했었다. 교직원과 학부모님의 신뢰를 받았고, 학생들에게도 존경받는 교장이라고 자부하며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학교를 경영하며 보람을 느꼈다. 노후된 학교 시설도 예산을 따서 개선하고 학교 구석구석 학생들을 위해 살폈다. 불필요한 교육과정을 모두 축소하고 학생과 교사가 모두 행복한 학교를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대 운동회, 알뜰시장, 1박 2일 부자녀 캠프 등등 정말 즐거운 학교의 모습이었다. 주변에서 가장 오고 싶은 학교가 되었다. 자녀 3명 이상인 다둥이 부모 교사들은 전보 시 발령받고 싶은 학교를 선택하여 지원할 수 있는데 우리 학교를 선택해서 오는 선생님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행복한 학교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정말 어려움이 많았다.     


 2020년 1월에 코로나가 터지고 신학기 3월에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매년 졸업식에는 기억에 남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한복을 입었다. 강당에서 졸업식을 하였는데 그해 졸업식은 교실에서 방송으로 진행하였다. 새로 입학한 1학년은 입학식도 못 하고 집에서 원격수업으로 두어 달을 보냈다. 4월부터 퐁당퐁당 등교하였지만 우리 모두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당황하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우리 학교는 과대 과밀학교로 등교 방식을 정하는 것도 어려웠다. 학부모 설문을 통해 정한 1, 2부제 등교 방식으로 인해 교육청에 민원도 많이 들어갔다. 교직원 간에도 급식 문제, 원격수업 등으로 갈등도 심해졌다. 명퇴하는 동료 교장들을 보며 한 번도 명퇴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정말 나도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학생들의 퐁당퐁당 등교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 반에서 아동 학대 민원이 접수되어 담임을 교체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 학부모와 상담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되었다. 담임 교체가 어렵다고 하자 담임 선생님을 경찰에 아동 학대로 고소하는 사건이 생겼다. 다행이었던 것은 아이가 학교에 오기 싫어서 부모님께 거짓말을 한 것으로 경찰 조사로 확인되었다. 다른 학교로 학생이 전학을 가면서 일단락되긴 했지만 담임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 그리고 나 모두 너무 힘들게 몇 달을 보냈다. 아마 학생과 학부모님도 많이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학교에서 이렇게 신뢰가 무너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매년 학부모 총회 때마다

“언제나 학교의 일은 교육청이나 다른 곳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학교에서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먼저 담임교사와 상의하고 어려우시면 교감 선생님이나 저와 상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라는 말씀을 드리는데 그 해는 학부모 총회도 하지 못했기에 민원도 더 많았던 것 같다. 아마 학부모님도 처음 겪는 일이고 소통이 부족해서 여러 가지 민원을 올린 것이라고 이해하였지만 2020년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한 해였다.     


 너무나 어려웠던 2020년에 비해 1년간의 경험과 실패를 바탕으로 2021년은 그런대로 잘 견딘 것 같다. 물론 학생들도 학교에 더 많이 등교하게 되었고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대처도 매뉴얼대로 잘 진행하였다. 2022년에는 전면 등교하였지만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3월 한 달 동안 전교생의 30%가량이 확진되었고 나라 전체도 4명 중 1명이 확진되는 상황이어서 학교 급식 문제, 대체 강사 문제, 방역 문제 등 학교가 정말 어려웠다. 다행인 것은 5월부터는 확진자도 줄어들어 학교가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방과 후 학교도 운영하게 되었고 운동장도 저녁에 주민들에게 개방하게 되었다. 그동안 급식 선택제 때문에 쉬는 시간을 줄여 블록으로 운영되던 수업 시간도 이제 정상으로 되돌려졌다. 전교생이 4교시를 마치고 12시 10분부터 점심 식사도 하게 되어 점심시간에는 뛰어노는 학생들로 운동장이 그득하다. 학생들에게 요즘 학교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체육 시간과 점심시간에 자유놀이를 할 수 있는 거라고 한다. 특히 저학년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국민 모두의 소망이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퇴직 전에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 다행이다. 2학기에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현장 체험학습도 다녀오고 운동회도 실시하게 되길 기대한다. 매일 아침 교문에서 등교 맞이를 하며 우리 학교 인사말 ‘사랑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를 나누며 내가 더 행복했었는데 그 행복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정확하게 내 마음을 구분하긴 어렵지만 아쉽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다. 코로나가 종식되어 우리 학교 교육 가족 모두가 행복하길 기대해 본다.     


사랑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유미래

오늘 아침 교문에서
"사랑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밝게 인사했더니
교장선생님께서
"인사 참 잘했어요."
칭찬해 주셨다.
오늘 하루는
풍선처럼 내 마음이
하늘 높이 날아갈 것 같다.

오늘 아침도 교문에서
"사랑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반갑게 인사했더니
한 친구가 가만히 다가와
"교장선생님, 오늘 너무 예쁘세요."
귓속말을 한다.
오늘 하루는
그동안 쌓였던 피곤함이
저 멀리 날아갈 것 같다.

'사랑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우리 학교 인사말은
말하는 순간
저절로 미소가 지어져
인사하는 모두가 행복하다.
오늘도
반갑게 인사하며
칭찬받는 행복한 하루였으면 좋겠다.  



이전 05화 내가 치매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