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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l 01. 2022

소중한 것은 가슴에 간직한다

하늘나라로 간 아이

 12월 연말 어느 날이었다. 방학이었지만 출근하여 근무하고 있었다. 전화가 왔다. 평소에 자주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이어서 무슨 일인가 했다.

"희영이가 갔어요."

울먹이며 말하는데 이해를 하지 못해 다시 되물었다.

"무슨 소리야?"

 "오늘 아침에 희영이가 하늘나라로 갔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상상이 안되었다. 몇 주 전에 친정아버지 기일에 모두 모여 제사를 지내고 오지 않았는가.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희영이는 스스로 우리 곁을 떠났다.


희영은 아주 착하고 예쁜 아이였다. 어릴 때 우리 집에서 아들 둘과 함께 자주 놀았다. 목욕도 같이했고 잠을 함께 자기도 했다. 딸이 없던 나는 희영이를 많이 예뻐했다. 아들에게 입힐 수 없는 원피스를 사서 입히며 너무 행복해했다. 어릴 때부터 음식을 잘 안 먹어 따라다니면서 수저로 떠 먹였다. 그래서 늘 약했다. 한 번도 오빠들과 싸우지 않았고 그저 오빠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며 놀았다. 정말 착한 아이였다.


 희영이는 5학년부터 미술을 시작해서 미술 학원을 따라 강남으로 이사했다. 예원여중,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한국 종합예술학교에 입학해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미술가로서는 정통 코스를 밟아 우리 모두는 그 노력에 칭찬을 많이 했다. 본인이 하고 싶은 미술을 즐겁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학 4학년 때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거다.


왜?

무엇 때문에?

뭐가 그렇게 힘들었던 거야?


지금도 우린 알 수 없다.

그냥 힘들었구나.

이 세상에서 살아내는 일에 자신이 없었구나.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해 겨울 희영이를 추모공원에 두고 오며 우린 울 수도 없었다. 너무 갑자기 찾아온 슬픔이라 어이가 없었다. 드라마를 볼 때 그곳 추모공원이 왜 그렇게 자주 나오는지 한동안 TV도 볼 수 없었다. 누구에게도 이 일을 말할 수 없었다. 그 일이 있은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늘 가슴속 깊숙이 감춰두고 있었던 일을 이제야 조금씩  꺼내 되새겨 본다.


가장 소중한 것은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내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그 아이를 이제 조금씩 떠내 보내려고 한다.


천국에서

아프지 않고

힘들지 않고

고 싶은 일만 하며

천사들과 잘 지낼 거라고 생각한다.


훗날 예쁜 그 모습대로 천국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요즘 청소년의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라고 한다. 서울 학생만 해도 1년에 두 학급 정도의 학생들이 스스로 생명을 버린다. 학교에서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에게 의무적으로 생명 존중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높이고 생명의 소중함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스스로 생명을 버리는 일이 없기를 두 손 모아 빌어본다. 부모님, 교사 모두가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공감해주며 힘든 일이 있을 때 언제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믿음을 주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아들, 며느리에게 말하고 싶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엄마, 아빠가 하늘나라에 가도
절대로 슬퍼하지 말고
묘지도 만들지 말고
납골당에도 가두지 말고 
그냥 좋은 곳에 뿌려주렴.
어떤 근심, 걱정도 없는 천국에 가서 잘 살 테니까

1년에 한 번 지내는 제사도 필요 없단다. 
1년에 한 번만 먹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니
그냥 1년에 한 번 정도는 
좋은 레스토랑에 모여 
최고로 맛있는 것 먹으며 
엄마, 아빠를 기억해 주기 바란다.
가장 소중한 것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으니
가슴에 묻고 잊지만 말아다오.

 -2022. 6. 30 미래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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