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많은 것이 제한되는 것 같다. 우선 마음이 문제고 그다음이 몸이 따라 주지 않아서이다. 아무리 의욕적으로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몸이 따라 주지 않으면 할 수 없다.
4월 말 통영으로 연수를 다녀온 후부터 조금씩 몸무게가 늘어났다. 6월에도 나름 관리를 한다고 했지만 몸무게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였다.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저녁을 줄이면서 조금 빠지는 듯했지만 원하는 몸무게는 아직 어림없었다. 나이 들면 찌기는 쉬워도 빼기는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50세 이전에는 먹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매년 겨울에 1, 2킬로 찌면 여름에 다시 1, 2킬로가 빠져서 평균 몸무게는 늘 유지가 되었다. 하지만 나잇살이 있는 게 맞았다. 나이 들고 보니 1, 2킬로 찌기는 쉬워도 빼기는 너무 어려웠다.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냥 그대로 살지 뭐 하다가도 옷을 입어보면 불편하니까 그게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이 주말에 발생했다. 토요일에 작은 행사에 참석하였다. 행사 후에 먹은 도시락에 문제가 있었는지 집에 도착 후 조금 지나면서 배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배가 그냥 아픈 게 아니라 꼭 출산할 때 느꼈던 통증처럼 주기적으로 아팠다. 물론 그때마다 욕실로 달라가야 했다. 열도 38도가 넘어서 혹시 코로나가 아닌가 싶어 자가 키트도 해보았지만 한 줄이었다. 좀 지나면 괜찮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배가 더 심하게 아프고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되었다. 혹시 장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이라 병원에도 못 가서 약을 찾아보니 일본여행 다녀오며 친지가 사다 준 정로환이 있었다. 4알을 먹고 따뜻한 허브티를 끓여 계속 마셨다. 물론 밥도 못 먹어서 배가 너무 고팠다. 좋아지기를 바랐지만 그 증상은 일요일까지 계속되었다.
결국 주일날 교회도 못 갔다. 짝꿍이 응급실에 가자고 했지만 참을성이 많은 나는 참아보겠다고 했다. 이상 한 것은 주변 다른 사람들은 별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교사들은 여름 방학이 가까워지면 몸이 조금씩 아파온다. 피곤함도 따라온다. 쉴 때가 된 것을 몸이 먼저 알아보는 거다. 몇십 년이 그렇게 길들여졌으니 당연하다. 학생들도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겠지만 교사들도 방학 전에 학생만큼 방학을 기다린다. 어쩜 학생들보다 더 많이 기다릴게다. 그렇게 방학 동안 충전하고 나면 2학기를 새롭게 시작할 수가 있다.
월요일에 병원문이 열리자마자 진료를 받았다. 장염이었다. 주사를 맞고 약 처방을 받고 링거까지 맞느라 출근을 하지 못했다. 덕분인지 주말 동안 몸무게가 2킬로가 빠졌다. 좋아해야 할지 마음이 그렇다. 몸무게가 빠진 것은 좋으나 지금까지 밥도 잘 못 먹고 약도 계속 복용하고 있어 기운이 없다. 힘들다. 링거를 맞으며 생각해 보았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하나님이 몸무게 빼겠다는 내 소원을 들어주신 걸까?’
‘아니면 쓸데없는 데 신경을 쓴다고 혼내신 걸까?’
이번에 깨달았다. 무리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살겠다고.
나이 들면 건강이 최고인 것 같다. 조금 뚱뚱하면 어떤가. 안 아픈 것이 중요하지.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 것이다
라는 명언이 오늘 가슴에 와 닫는다.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진 않았지만 조금씩 식사도 하고 배 아픈 것도 많이 좋아졌다. 주말에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꾸준하게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운동도 해야겠다. 여름이라 음식도 더 조심하고 건강에도 신경 써야겠다. 이번 주는 건강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한 한 주였다. 그리고 나이 들었다고 소심해지지 말고 건강하고 당당하게 신중년 인생을 살아내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