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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05. 2022

이순신을 존경한 박경리의 고향   통영 연수

 버리고 갈 것만 남아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유고시집  <옛날의 그 집> 중에서   



   코발트 빛 바다와 그림 같은 섬 통영을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2박 3일 다녀왔다. 2022 통영 이순신 아카데미 3기를 신청하여 다행스럽게 선정이 되었다. 통영은 처음 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정다웠다.     


 2020년부터 2년 동안 코로나19로 연수가 없어서 퇴직 전에 연수 한번 못 받고 퇴직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연수에 참가하게 되어 너무 기뻤다. 강남 고속터미널에서 8시 고속버스를 타고 12시 10분에 통영 터미널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택시로 리스타트 플랫폼에 도착하였다. 입소식과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충무공 이순신과 통제영’ 강의를 들었다. 그 후에 미륵산 정상 케이블카를 타고 계단을 좀 많이 걸어 아픈 다리를 끌고 미륵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미륵산 정상에서는 사방에서 통영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바다와 섬의 만남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통영은 720개의 섬으로 되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섬이 한산섬이다. 한산섬에는 내일 바다 택시를 타고 간다고 하였다. 내려오다가 루지(육상 썰매) 체험을 하였다. 루지는 작은 자동차 썰매 같은 건데 처음에는 약간 무서웠지만 내려올수록 재미있어서 한 번 더 타고 싶었지만 일정상 한 번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통영 루지 체험장이 동양 최초라고 한다.


 저녁 식사 후 숙소인 스탠퍼드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은 한산대첩이 있었던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어서 오션뷰가 너무 멋졌다. 룸메이트와 베란다에서 한참을 바다를 내려다보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2박 3일의 연수가 보람되길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통영에 오기 전에 일기예보를 확인했는데 3일 동안 날씨가 맑은 것으로 나와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다. 오늘은 걷는 코스가 많은데 아침부터 날씨가 흐려서 비가 올 것 같았다.

 “이런, 일기예보가 왜 안 맞아?”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였는데 샐러드랑 빵이랑, 수프, 커피 등이 너무 맛있어서 조금 과식을 하였다. 아무래도 연수 기간 동안 1~2킬로는 찔 것 같은 예감이다.

 “휴, 서울 가서 빼지 뭐.”


 오전에는 박경리 추모공원과 기념관을 다녀왔다. 박경리 선생님이 가장 존경했던 분이 이순신이라고 하였다. 처음에는 이순신 리더십 교육인데 왜 박경리 선생님 추모공원에 갈까? 하고 생각했는데 이해가 갔다. 박경리 선생님 추모공원을 참배하는 중에 이슬비가 내려 이슬비를 맞아야 했지만 추모공원 정경이 너무 아름다워 이슬비가 내리는 것도 잊을 정도였다. 선생님의 묘지는 통영의 독지가가 제공하였다고 한다. 바다가 보이는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모든 사람이 다 명당자리라고 하였다. 묘지에는 상돌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소박한 무덤이었다. 무덤 가장자리에 감나무의 노랑 잎이 아름다웠다. 박경리선생님의 소박한 삶을 대변하듯 상돌에는 참배객들이 올려놓은 솔방울로 가득했다. 올릴 것이 없어 솔방울로 마음만이라도 전하고 싶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려와서 기념관을 관람하며 버스에 올랐다. 평생 글만 쓰시다가 돌아가신 문인이지만 너무 존경스러웠다.    

  

박경리선생님의 소박한 삶을 대변하듯 상돌에는 참배객들이 올려놓은 솔방울로 가득했다.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인 제승당에 가기 위해 궁금했던 해상 택시를 탔다. 해상 택시는 상상했던 것과 다르게 20명 정도 탈 수 있는 지붕만 있는 작은 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구명조끼를 입고 그 위에 우비를 거꾸로 입고 해상 택시에 올랐다. 나는 가장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물보라와 비를 얼굴에 맞으며 가야 했다. 우비 모자로 가리기도 하고 모자로 비를 막기도 하며 한산대첩이 있었던 그 바다를 가로질러 한산섬으로 향했다. 남해바다의 풍경을 모두 보진 못했지만 바다와 섬이 어우러진 통영 앞바다의 아름다운 모습은 느낄 수 있었다. 한삼 섬 가까이 다가갈수록 연두색의 섬이 너무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래, 꽃보다 잎이 더 아름다운 계절이야.’

 모든 연수가 그렇듯이 한산 섬에 도착하자마자 단체 사진을 찍고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다. 걸어서 한산정에 올라 이순신 장군이 매일 연습했다는 활궁 터를 건너다보았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시를 읊었던 수루에 올라 시도 읍 조려 보았다.     


 한산 섬 달 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笳)는 나의 애를 끊나니    

 

 금방이라도 장군님께서 걸어오시지 않을까 하는 착각에 빠졌다.   

  

통영 한산섬 제승당 수루-연두색 잎이 너무 예쁘다

 점심 식사 후에 통영이 낳은 화가 ‘전혁림’ 미술관에서 피카소와 샤갈 미술품 전시회를 함께해서 미술품을 감상하고 미술관 옆에 위치한 바다책방에 가서 통영이 낳은 작가 유치환과 음악가 윤이상을 만났다. 운좋게 3년 만에 한 번씩 열린다는 트리엔날레 전시 관람을 하였다. 트리엔날레는 3월 18일부터 5월 8일까지 개최되는데 개최 장소도 전시관이 아닌 일반 사무실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거라 7층까지 걸어 올라가며 관람해야만 했다. 하지만 수준 높은 다양한 미술품을 관람하며 예술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전혁림미술관 옆 책방 내부와 입구, 전혁림 미술관


 이제 조선 후기 삼도 수군 통제 사영의 관청인 세병관에 올라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데 오전에 비를 맞으며 다녀서 피곤했던지 잠시 깜빡 졸았다. 세병관은 ‘하늘의 은하수를 가져다 피 묻은 병장기를 닦아낸다’라는 뜻의 이름으로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당시 사람들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국보 제305호로 정면 9칸, 측면 5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최정규 공저)중 하나라고 한다. 본래 1603년(선조 36년)에 이순신 장군의 전공을 기리기 위하여 세웠으며, 후일 삼도 수군 통제 사영의 건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저녁 식사 후에 연수 두 번째 밤이 되었다. 이번 연수는 시간이 맞는 동기 교장 네 명이 함께 가게 되어 호텔 카페에서 오랜만에 수다를 떨었다. 수다라고 해도 교장은 거의 학교를 염려하는 이야기를 한다.

 ‘교감은 학교에 있는 동안만 학교 걱정하고, 교장은 24시간 학교 걱정, 자면서도 학교를 걱정한다.’

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학교에 무슨 사안이라도 있으면 자다가도 생각이 나서 잠을 설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다양한 사례와 위기 극복 내용, 퇴직 후에 무슨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등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호텔 발코니에서 바라 본 통영 일출

아침 6시경에 섬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마지막 날이라 너무 아쉬워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호텔 뒤 해안 산책로에 나가 바다를 바라보며 사진도 찍고 통영 바다를 마지막으로 느껴 보았다.

 처음 도착했던 리스타트 플랫폼에서 원필숙 통영 예총회장님의 ‘미래 세대를 위한 통영 예술인 CCP(Creative Community Partnership)이라는 강의를 듣고 소감 발표, 설문 작성을 하고 이번 연수를 마무리하였다.     


 이번 연수는 통영시 통영 한산대첩 문화재단과 통영 쪽빛 감성학교 협동조합이 주관하였는데 김순철 원장님은 공무원으로 퇴직한 후 뜻이 같은 몇 분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원장님은 유모도 있었고 특히 통영을 정말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퇴직을 앞둔 나와 동기 교장은 너무 부러웠다. 퇴직 후에 우리도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통영은 가족과 함께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고장이 되었다. 가보지 않은 동피랑 벽화마을, 서피랑 길에도 가고 맛집 투어도 하고 싶다. 이번 연수가 퇴직 전 마지막 연수가 될 수도 있어서 더 의미 있는 연수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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