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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Sep 06. 2023

지하철 두 줄 서기와 한 줄 서기


저녁 모임이 있어서 서둘러 퇴근하였다. 며칠 전만 해도 서늘한 바람에 가을이 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무덥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뜨뜻한 바람에 짜증이 올라온다. 양산으로 햇빛을 가려보지만, 숨이 턱턱 막힌다. 지하철역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다. 짧은 거리였지만,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요즘 모임이나 행사에 갈 때는 거의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에 오르니 천국이 따로 없다. 빈자리가 있어서 얼른 앉았다. 김포공항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려면 가장 뒤쪽 열차를 타면 된다. 자주 타다 보니 환승 위치도 잘 안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늘 걱정된다. 바로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줄 서기이다. 주로 환승하는 역은 사람이 많아서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김포공항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려고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대부분의 사람이 오른쪽으로 한 줄로 서서 갔다. 몇 사람만 왼쪽으로 걸어서 올라갔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느끼는 것이다. 복잡하지 않은 곳에서는 괜찮다. 당산역이나 김포공항, 고속터미널역처럼 사람이 많이 환승하는 곳에서는 두 줄로 이동하면 더 빠를 텐데 에스컬레이터에서 꼭 오른쪽에 한 줄로 서서 가고 왼쪽은 비워둔다. 물론 왼쪽으로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처음이 참 중요하다. 처음 지하철 홍보 영상이 나왔을 때 '한 줄은 걸어가는 길'이라고 홍보한 것이 큰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한 줄 서기를 하라고 하더니, 또 언젠가는 두 줄 서기를 하라고 하니 시민들이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에스컬레이터에서는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 중 어느 것이 맞는 걸까? 서울메트로 등 지하철 운영기관은 '두 줄 서기'를 주장했다. 한 줄 서기를 하면 하중에 오른쪽에만 실리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고, 그로 인한 사고가 늘고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결국 2007년 정부는 이 같은 이유를 내세우며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한 줄 서기에 상당 부분 익숙해진 시민들은 실천하기가 힘들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8년 동안 정부와 지하철 운영기관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두 줄 서기 캠페인을 권장했으나, 이미 한 줄 서기에 완벽 적응한 시민들은 좀처럼 방향을 선회하지 않았다. 결국 같은 해 9월 정부는 공식적으로 두 줄 서기 캠페인 중단을 선언했다. 한 줄 서기(65.5%)를 선호하는 여론이 두 줄 서기(34.5%)를 선호하는 여론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고, 한 줄 서기가 에스컬레이터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요즘도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면 한 줄 서기를 해야 할지, 두 줄 서기를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출근길에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오른쪽에 서 있는 분들도 걸어서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나는 90% 이상 오른쪽에 서서 간다. 하지만 출근 시간에는 혼자서 오른쪽에 딱 버티고 서서 가기가 눈치 보여서 천천히 걸어 내려가곤 한다. 그러다 앞사람이 서 있으면 왠지 안심하고 서서 내려간다. 한 줄 서기를 하면 걷거나 뛰는 사람들이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가끔 불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바쁜 이용객은 두 줄 서기가 불편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한 줄 서기든 두 줄 서기든 정해진 규칙이 없으니 때에 따라서 행동하면 된다. 사람이 많은 환승역에서는 두 줄로 서서 이동하고, 복잡하지 않은 곳에서는 바쁜 사람은 왼쪽으로 걸어가면 되겠다. 사실 걸어간다고 해서 엄청 빠른 것은 아니다. 겨우 1~2분 차이인데 위험을 무릅쓰고 걸어가는 것이다. 정부에서 시민들이 혼란하지 않도록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안내를 하면 좋겠다.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결국 개인이 책임져야 하기에 늘 안전을 살피면서 이동해야 한다.


지하철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거의 1년 만에 만나는 분들이다. 6명 중 현직에 남아 있는 분은 한 분뿐이다. 요즘 이슈가 되었던 '공교육 멈춤'의 날 등 현장의 소리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저녁 식사하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하철을 타고 갔던 길을 돌아서 집에 오며 지하철이 참 좋다는 생각을 하였다. 편리한 만큼 늘 사고 없이 안전하게 운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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