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래 Nov 15. 2023

무료 독감 주사 기다리다 병원비가 더 들었다

내년에는 감기로 고생하지 말고 내 돈 내 접종하려고요

 

지난 9월, 보건 선생님이 교내 메신저로 독감백신 접종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교육청에서 올해 교직원에게 독감백신 접종을 지원해 준다고 신청하라고 했다. 매년 접종했기에 반가워서 바로 신청했다.


매년 10월 초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았다. 50세가 넘어가면서 한 번도 거른 적 없이 매년 접종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독감에 걸린 적이 없다. 대부분 겨울을 잘 견디고, 학기 초인 3월이 되면 감기에 걸려 고생하곤 했다.


3월은 환절기인 데다 학기 초라 학교가 가장 바쁜 시기이다. 새로운 아이들과 적응하느라 교사도 학생도 힘들다. 몸이 피곤하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시기라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도 3월 말부터 감기로 거의 한 달은 힘들었다.


10월 들어서며 이제나 저제나 독감 백신 접종 소식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10월 말이 다 가도록 연락이 없다. 이럴 거면 병원에 가서 내 돈 내고 독감 백신 접종할 걸 후회되었다. 지금 맞자니 기다린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늦은 것 같아서 기다려보기로 했다.


10월에 뉴스에서는 초등학교에 독감이 유행한다고 연일 방송에 나왔다. 제로 초등 2학년인 우리 반도 감기로 결석하는 학생이 늘어났다. 교에서는 좁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니 교사와 학생이 늘 밀접하게 접촉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감기에 걸리면 함께 공부하는 다른 학생도, 교사도 전염될 수밖에 없다. 


아이들 하교시키고 교실 청소하고 다음 날 수업 준비하고 있는데, 머리가 어지럽고 목이 아파왔다. 조퇴를 상신하고 내과에 갔다. 목이 많이 부었다고 한다. 약 처방을 받아서 집에 왔다. 약을 먹으면 곧 나을 거로 생각했다. 다행히 독감은 아니어서 약을 먹으며 계속 출근하였다.


며칠 약을 먹었는데도 낫지 않았다. 오히려 목소리가 변하여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병원에 가니 급성 기관지염이라고 했다. 바람도 쐬지 말고 말하지 말고 쉬라고 했다. 출근 못 할 것 같아서 교감 선생님께 연락드려 목, 금 이틀 병가를 신청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었다.


쉬는 데도 낫지 않았다. 기침이 계속 나왔다. 말하려고 하면 기침이 나와서 너무 힘들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남편도 나와 증상이 똑같다. 번갈아 가며 기침하는데 기침 소리만 들어도 너무 심각하다. 


11월 둘째 주다. 아직까지 교육청에서 지원해 준다는 독감백신 접종에 대한 안내가 없다. 백신을 맞으면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교사는 아프다고 항상 쉴 수 없다. 요즘 시간강사도 구하기 어렵고, 매일 보결 수업을 배치할 수도 없다. 담임이 학급 학생들 걱정에 아파도 쉴 수 없는 점을 생각한다면, 교사들을 우선 접종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을 쉬고 출근하였다. 하루는 보결 수업을 해서 선생님께서 번갈아 들어오셨고, 금요일에는 시간강사가 왔다고 한다. 우리 반 친구들이 나와서 안긴다. 예쁜 솔이가 "선생님 안 오신 동안 선생님만 생각했어요."라고 말하고, 우리 반 금쪽이도 덥석 안긴다.


부모님께서도 "선생님 아프시다고 우리 반 아이들이 걱정하고 오늘은 오셨을까? 기다렸어요. 선생님이 안 계신 이틀이 길었나 봐요."라고 톡을 주셨다. 이런 아이들을 두고 교사가 아프다고 쉴 수 없다.


독감백신을 무료로 접종하려고 기다리다가 감기에 걸려 오히려 병원비가 더 들었다. 감기가 낫지 않아 링거도 맞고, 비타민 C도 구입해 먹고 있다. 고생이 만저만이 아니다. 그동안 벗었던 마스크도 다시 쓴다. 목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해서 집에 있을 때도 목에 스카프를 꼭 두른다.


내일은 병원에 가서 약 처방도 또 받아야겠다. 약을 오래 먹어도 되는지 걱정되지만, 기침이 떨어지지 않으니 먹을 수밖에 없다.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해서 우엉차를 끓여서 마시고 있고, 집에 오면 생강차도 마셔본다. 1주일 정도 바람 쐬지 말고 집에서 쉬면 나을 것 같지만, 지금 쉴 수 없으니 수업 끝나고 조퇴라도 해야겠다.


앞으로 10월 초가 되면 독감 백신을 접종받고, 건강을 챙겨야겠다. 교직원 독감 백신 접종은 11월 안에는 가능할까 씁쓸하다. 이러다 감기가 낫지 않아서 독감 백신 접종을 못 할 수도 있겠다. 


나는 오늘도 학교로 출근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은 집안일 안 해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