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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Dec 18. 2023

오늘은 우체국에 가서 싸움만 하고 왔다


연말이다. 택배가 넘쳐난다. 1년 동안 고마운 분들에게 카드도 보내고 선물도 보낸다. 요즈음은 종이 카드보다 톡이나 문자로 모바일 카드를 많이 보내지만, 손 편지로 크리스마스 인사를 쓴 종이 카드를 보내고 싶은 사람도 있다.


요즘 우체국에 잘 가지 않는다. 갈 일이 없다는 말이 맞다. 편지 붙일 일도 없고, 택배 보낼 때는 가까운 편의점을 이용하다 보니 우체국에 잘 가지 않는다.  떨어지긴 하지만, 1년에 두세 번 공모전이나 신춘문예 작품을 보낼 때는 우체국에 가서 등기 우편으로 보낸다.


 주일 예배 후에 교회에서 담임목사님과 성도님 38명이 유럽으로 성지순례를 났다. 처음에는 이집트, 이스라엘, 요르단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이스라엘이 전시 상황이라 코스를 바꾸었다. 그리스, 튀르키예, 로마다. 가고 싶었지만, 나도 남편도 일을 하고 있어서 가지 못했다. 다음에 갈 때는 꼭 함께 가려고 한다.


이번 주일에 담임 목사님께서 예배를 하지 못하셔서 다른 교회 목사님께서 오셔서 설교해 주셨다. 이수우 목사님 설교가 쏙쏙 들어왔다.


목사님은 성도님이 보내주는 카톡 글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고 하셨다. 어느 날 받은 카톡인데 첫 문장을 보고 무슨 일인가 깜짝 놀랐다고 하셨다.


목사님,
제가 오늘은 우체국에 가서 싸움만 하고 왔어요.


싸울 사람이 아닌데 무슨 일인가 싶었다. 서둘러 다음 문장을 읽어 보곤 목사님도 모르게 소리 내서 웃으셨다고 하신다.


제가  우체국 직원에게
목사님을 사랑하는 제 마음을 택배로 보내고 싶은데 아주 큰 택배 상자를 주시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큰 상자는 없다고 하지 뭐예요. 왜 없냐고 얼른 찾아 주라고 싸움만 하고 왔어요.

 

만약 누군가 나에게 이런 톡 문자를 보내주셨다고 하면 어땠을까. 나에게 이런 사람이 있을까. 목사님은 이런 문자를 받고 1년 동안의 목회가 행복이고 보람이고 축복이었다고 하셨다.


기분 좋은 말은 늘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해 준다. 기분 좋은 유머는 그 사람을 또 만나고 싶게 한다. 그 사람만 생각하면 좋은 에너지가 넘친다. 유머는 타고나야 한다고 하지만, 노력하다 보면 할 수 있을 거다. 나도 유머가 부족해서 재미있게 말하는 분이 늘 부럽다.


반대로 주변에서 보면 같은 말이라도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이 있다. 늘 부정적으로 말한다. 한두 번 만나다 보면 다음에는 그 사람을 피하게 된다. 어쩌다 만나면 무슨 말을 들을까 걱정이 된다. 같은 말인데도 늘 기분 나쁘게 말하는 것도 재주다.


행복한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목사님은 다음 세 가지를 말씀하셨다.

첫째, 꿈이 있는 사람이다.

둘째, 뜨겁게 사랑할 대상이 있는 사람이다.

셋째, 혼신의 힘을 쏟아 일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행복한 사람인가 돌아보았다.


웃어도 짧은 인생이다.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말고, 늘 좋은 말로 칭찬하고 격려하며 살아야겠다.


이제 연말이다. 지난 1년을 돌아본다. 혹시 나로 인해 힘들었던 분은 없었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폐 끼친 분은 없었는지 반성해 본다. 혹시 그런 분이 있었다면 죄송했다고, 용서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다가오는 2024년을 기쁨으로 맞이하고, 희망찬 1년이 되길 기도한다. 좀 더 겸손하며, 범사에 감사하며 사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더불어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게 건강한 1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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